[미디어스=이정희] '신의 심판'을 앞세운 스릴러 이 에 이어 전 세계 넷플릭스 1위에 등극했다. 21세기에 신이라니! 하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신을 빌어 세상을 이해하려 든다는 것을 시리즈 은 명쾌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신을 빌어 세상을 이해하기만 할까. 또 다른 면에서 신은 인간의 이기와 탐욕을 위한 편의적인 '도구'가 아니었을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2020년 작 . 아이러니하게도 제목은 '악마'를 인용하지만, 영화는 런닝타임 내내 '신'을 읊는다. 신의 이름으로 온 악마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인간'들이다. 1957년 노컴스티프에는 대략 400명이 살고 있었다. 이런저런 악행과 비운으로 그중 대부분이 혈연관계였다. 이
[미디어스=이정희] 나는 신에게 나를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이룰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 뉴욕 신체장애인 회관에 새겨진 작자 미상의 시 중에서 육체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인간'은 늘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떤다. 포악한 동물들에게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며 폭우, 가뭄, 천둥, 번개, 벼락 등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변화무쌍한 천재지변에 역부족인 존재가 고통스럽다. 문명이 발달한 지금은 다를까? 여전히 인간은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왜소하다. 그런데 인간은 상대적으로 '지적 능력'이 뛰어난 존재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 '불가지론'의 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해석하고 싶다. 그리고 불안감을 달래줄 장치가 있었으면 싶다.
[미디어스=이정희] 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예년과 다른, 야심찬 기획으로 돌아온 은 온라인 플랫폼 웨이브와 Btv를 통해 선공개되었다. 이번 은 90분짜리 TV 시네마 4편과 70분짜리 단막극 6편, 총 10편으로 사극, 스릴러 등의 다양한 장르를 담았다. TV 시네마 , , 에 이어 11월 19일에는 첫 단막극 을 방영했다. 2020 KBS 단막극 극본 공모 우수작이다. 기발한 제목에서 보여지듯 드라마는 '딱밤' 한 대로 시작된다. 오진(신예은 분)과 차민재(강태오 분)는 연인이다. 함께 TV 속 축구 경기에 빠져들던 두
[미디어스=이정희] 문과였던 나는 '수학'이 어렵고 힘들었다. 내가 학교 다니던 당시만 해도 '수학의 정석'을 한 권 다 푸는 게 수학 공부의 정석이었는데, 수학 못하는 아이들이 그렇듯이 나의 정석은 언제나 앞부분만 손때가 타 있었다. 늘 다이달로스의 미궁과 같던 수학. 하지만 정작 입시 수학을 지나, 대학에 가 아르바이트로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다시 정석을 열었을 때 놀라운 경험을 했다.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학 문제를 푼다 해서 놀래키는 이들이 있는데, 그 수학 문제를 풀 때의 카타르시스를 나 역시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가장 순수한 지적인 열정과 그에 따른 보상으로서의 해제에 이르렀을 때 주어지는 쾌감, 그건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쉬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게 풀리지
[미디어스=이정희] JTBC 주말드라마 는 2%대의 시청률에 머물며 고전하는 중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드라마 중에서는 1위를 차지하는 등 온도차가 난다. 시청자들의 평가도 극과 극이다. 첫 회를 다 못 보고 포기했다는 평부터 개연성 부족에 황당한 내용 전개라는 혹평이 있는가 하면, 실험적인 연출 기법에 신선한 내용으로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 찬사가 이어지기도 한다. 왜 이런 극과 극의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것일까? 아름다움의 대명사였던 배우 이영애가 알콜릭에 부스스한 머리로 육탄전을 불사하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는 우리의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처럼 죽고 죽이는 서바이벌 드라마에서조차 주인공은 '착한' 사람이어야 하는, 이른바 K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미디어스=이정희] 지난 6월 국제인권단체 HRW(Human Rights Watch 휴먼라이츠워치)가 100여 쪽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HRW 보고서가 되었다. 보고서의 제목은 ,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실태 조사 보고서였다. 하지만 정작 이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당사자, '문제적 한국'에서는 우리의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하다는 세계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화제'조차 되지 못했다. 이에 KBS 1TV 은 이 보고서의 내용에 기반하여 다큐를 구성한다. 도대체 우리의 어떤 모습이 세계인들의 눈에 '문제적'으로 보였던 것일까? 그저 뒷모습을 찍었다? 2016년 인천의 삼산동, 남자가
[미디어스=이정희] 2019년 12월 중국에서 처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발견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1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난 1년간 K 방역, 즉 단계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의 전쟁을 치러왔다. K 방역의 초점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확진자 최소화’ 정책이었다. 이런 정책은 그 어느 나라보다 확진자 수를 안정적으로 통제했지만, 다수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으로 1년여의 시간 동안 많은 피해를 남겼다. 이에 정부는 지금까지 실시해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방향을 틀기로 하였다. 이는 백신 접종 완료자 70%라는 전국민적인 참여가 전제된 결과이다. 이제 새롭게 열린
[미디어스=이정희] 채널A 에는 이른바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상담사례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이 예능의 호스트인 정신과 의사 오은영 쌤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대상은 대부분 아이의 부모이다. 등장하는 아이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욕하고 자해하고 심지어 5년째 구토를 하는 경우까지, 자신의 분노와 아픔을 소화해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래도 오은영 쌤을 만나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싶다. 의 인기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서만이 아니다. 외려 젊은이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다 컸는데도 새삼 육아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 어디 청년들뿐인가. 저마다 살아가며 쉬이 넘어서지 못한 트라우마, 그 근원에는
[미디어스=이정희] 작가이자 기자였던 프랭크 허버트는 1959년 오리건주 사막을 취재하다 사막을 배경으로 한 '대하' SF 소설을 착상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1965년부터 이 세상에 등장한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라 하면 , 엄청난 세계관을 지닌 대하소설이라 하면 이 떠오른다. 은 이 둘을 합친 듯, 우주 전체를 배경으로 한 거대한 세계관을 통해 철학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1984년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거대한 시리즈 을 작품화한 바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시대를 앞서간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라 해도 원작이 가진 방대한 세계관을 담기엔 역부족이었던 듯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2021년 를 통해 존재에 대한
[미디어스=이정희] 한때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뭇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여배우들. 시간은 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어서 사랑을 나누던 여주인공은 이모가 되고 어머니가 된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그 시간을 늦추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닐까. '치정 멜로' 장르에서 그녀들은 여전히 사랑과 복수의 단골 주인공이다. 김희애는 등에 전문직 여성으로 출연해 사랑을 주무른다. 90년대를 주름잡던 고현정은 도무지 나이를 알 수 없는 앳된 모습으로 또 다른 치정 멜로 에 출연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들과 함께 '산소 같은 여자'로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 이영애가 오랜만에 JTBC 주말극 로 돌아왔다.떡진 머리의 게임 덕후 그런데 언제나 정갈한
[미디어스=이정희] 1964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5.36명,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의 시절이었다. 그렇게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 80년대 초반 2명대까지 떨어지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37명으로 전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 사망자가 출생인구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를 지났다. 60대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이다. 그런데 정부는 저출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과 관련된 예산만 무려 46조원이다. 10월 24일 방영한 KBS 1TV 은 그 많은 ‘저출산 예산 46조원’의 실체를 밝힌다. 이를 위해 '저출산위원회'가 펴낸 700쪽짜리 보고서를 분
[미디어스=이정희] 세계적 화제작 에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화제를 모았던 첫 드라마는 2020년 김진민 피디의 이다. 생존을 위해 성매매 알선이라는 범죄적 수단을 선택한 한 소년과 그를 둘러싼 인간 군상을 통해 '성장'의 진실한 의미를 질문했던 드라마는 청소년물임에도 잔혹한 설정을 통해 화제작이 되었다. 화제작이었던 만큼 마지막 회차, 여운을 남기며 사라진 주인공들로 인해 시청자들은 당연히 시즌 2를 기대했다. 하지만 김진민 피디는 지수 대신 또 다른 청소년 '지우(한소희 분)'를 데리고 돌아왔다. 또 다른 의미에서 청소년 지우의 '인간수업'이다.청소년 지우의 '인간수업’ 그런데 역시나 아직 고등학생인 지우의 처지는 더 혹독하다.
[미디어스=이정희] 『죽는게 뭐라고』에서 사노 요코는 자신의 삶이 이제 2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통보받고 나자 우울증이 단박에 사라졌다고 했다. 파도 위에 던져진 조각배처럼, 우리를 괴롭히는 우울은 바로 삶의 불투명함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그 불투명한 미래에 죽음이란 도장이 꽝꽝 찍히니 더는 번민할 이유가 사라진 거다. 가장 확실한 미래, 죽음을 받아선 사람만큼 삶에 대해 진솔해질 수 있을까? 영화 를 통해 홍상수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그렇다. 죽음 앞에 선 상옥 영화에서 주인공 상옥을 만난 감독(권해효 분)은 그녀가 과거에 출연했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특별한 장면이 아니다. 택시를 타고 가며 창밖을 내다보는, 혹은 공
[미디어스=이정희] 배우 고현정의 모처럼 복귀작으로 화제가 된 JTBC 수목드라마 . 하지만 정작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원작의 저자 정소현 작가이다. '삶의 어둡고 적나라한 민낯을 진정성 있는 태도로 대면'해온 작품을 써왔다는 평가를 받는 정소현 작가. 은 2012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정소현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엔 보이는 상황과 ‘다른’ 사연을 가진 두 여성이 등장한다. 드러나 보이는 사건에서 가해자인 여성. 하지만 이야기는 보이는 것과 다른 '진실'을 드러낸다. 이렇게 단편 속 명징하게 드러나는 진실의 '아이러니'를 유보라 작가가 각색했다.
[미디어스=이정희] 작가 논란에 휩싸인 tvN 수목드라마 은 이제 1%의 고지를 앞두고 있다. 등정이 아닌 하산의 고지이다. 그 '하산'의 고지는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섬뜩한 귀신을 등장시키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지만 2회를 마쳤을 때도, 중반을 넘어선 7회를 마쳤을 때도 시청자들은 '이구동성'이었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는. 을 지켜보며 느꼈던 쎄한 기운을 tvN 15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에서 다시 한번 경험한다. 2회를 시청한 후 든 감상, 도대체 무얼 말하려고 하는 드라마지? 김은희 작가와 이응복 연출의 만남 드라마 은 의 김은희 작가와
[미디어스=이정희] 308, 무슨 숫자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의 원제는 이다. 스테퍼니 랜드의 실제 회고록이 원작인 드라마. 싱글맘인 저자는 독립을 하기 위해 6년간 가사도우미 일을 했다. 308은 저자가 닦은 변기 수이다. 10부작 드라마 은 3살 된 딸을 둔, 25살 엄마 알렉스의 암울한 상황에서 시작된다. 지난밤 술에 취해 들어온 남편은 알렉스를 향해 물건을 집어 던졌다. 남편이 집어던진 물건은 그들이 사는 허름한 컨테이너의 벽을 뚫었다. 다음날 알렉스는 짐을 싸서 딸 매디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싱글맘'의 길에 들어선 알렉스. 하지만 시리즈의 제목인 '희망'은 쉬이 오지 않는다. 의 주인공 알렉스 역할
[미디어스=이정희] '남장 여자'는 우리나라 사극의 스테디셀러 콘텐츠이다. 남존여비 사상이 투철했던 조선시대 여성들은 '차도르'와 같은 장옷으로 신체를 가리고, '삼종지도'라는 유교적 관습법에 따라 자신의 존재를 남성에 의탁해 살아가야 했다. 그러기에 여성들의 주체적인 사회 활동은 언감생심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딜레마는 여성 스스로 '남성'의 역할을 하게 되는 서사 탄생의 배경이 된다. 이제는 남자 배우의 대들보가 된 송중기, 유아인 등을 스타덤에 올린 이 남장 여자 서사의 대표작이다. 에서 가난한 선비 집안의 딸인 김윤희(박민영 분)는 호구지책을 위해 아픈 동생 대신 성균관 유생을 자원한다. 대리 과거를 볼 만큼 걸출한 그녀의 문재가 가족을 구할 ‘무기’가 된 것이다
[미디어스=이정희] 열전에 실린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이야기는 구전은 물론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로 재생산되며 널리 알려진 '설화'이다. 고구려 평원왕의 딸 평강공주는 어릴 적부터 울보였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딸에게 왕은 '바보'로 소문난 온달에게 시집을 보내겠다며 어르고 달랬다. 성장한 공주는 아버지의 바람과 달리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입버릇처럼 놀렸던 바보 온달과 결혼할 것을 고집한다. 왕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평강공주를 궁궐 밖으로 내쳤고, 평강공주는 홀로 온달을 찾아간다. 이렇듯 설화 속 평강공주는 스스로 미천하고 가난한, 심지어 바보라고 소문이 난 온달을 자신의 남편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선택에서 머물지 않고, 남편이 가진 능력을 알아본 공주는 그를 대장군 온달
[미디어스=이정희] 영화 의 마음 깊은 큰언니이거나, 에서 흑백 고전영화 속 공주였던 아야세 하루카는 코로나에 걸린 그녀의 입원 여부를 두고 찬반여론이 오갈 만큼 여전한 일본의 대표 배우이다.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야세 하루카의 2017년작 드라마 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상당수 일본 드라마가 자신의 직업이나 현실과 다른 조건에 던져진 주인공의 상황을 모티브로 삼곤 하는데 역시 이런 '아이러니'한 조건이 드라마의 배경이 된다. 아야세 하루카가 분한 이사야마 나미는 조용한 주택가에서 신혼살림을 꾸리고 사는 주부이다. 하지만 결혼 6개월 차 그녀는 벌써 '좀이 쑤신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얼
[미디어스=이정희] 청소년 시절 방학 때 지방 친척집에 가면 서울에서 온 조카들을 대접하신다며 인심 쓰듯 극장에 보내주셨다. 덕분에 그 시절 개봉한 007시리즈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로저 무어'가 주인공인 작품들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조카들에게 보여줄만한 영화는 아니었는데, 당시만 해도 007은 방학을 겨냥한 대표적인 '텐트폴' 액션 히어로물이었기에 폼나는 선물 같은 영화였다. 청소년 시절의 히어로물 007을 오랜만에 봤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퇴장 작품이라는 소식을 듣고서이다. 어린 시절부터 각인된 007은 '로저 무어' 같은 모습이라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007을 굳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가장 007답지 않은 외모로 가장 007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