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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나라 예산의 10분의 1, 그 많은 ‘저출산예산’은 어디로?[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10.28 19:18

[미디어스=이정희] 1964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5.36명,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의 시절이었다. 그렇게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 80년대 초반 2명대까지 떨어지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37명으로 전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 사망자가 출생인구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를 지났다. 60대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이다. 

그런데 정부는 저출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과 관련된 예산만 무려 46조원이다. 10월 24일 방영한 KBS 1TV <시사기획 창>은 그 많은 ‘저출산 예산 46조원’의 실체를 밝힌다. 이를 위해 '저출산위원회'가 펴낸 700쪽짜리 보고서를 분석한다. 

누구를 위한 저출산 예산? 

KBS 1TV <시사기획 창> ‘정말입니까? 46조원’ 편

나라 예산의 10분의 1, '46조' 저출산 예산에는 127개의 과제가 포함된다. 그중 1조원이 넘는 건 12개, 이것이 저출산 예산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 핵심적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저출산 예산의 뼈대를 이루는 '아이 돌봄'에 해당하는 예산이 15조 7천억이다. 현실은 어떨까?

직장맘 박신영 씨, 허겁지겁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간다. 보육료 지원도 받고 있고, 아직 아이가 어리니 아동수당도 받는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건 버겁다.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1년이 안 돼서 스스로 복직을 신청했다. 금전적 이유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집에 있다가는 빚을 지는 처지에 놓일 것 같아서였다. 현실에서는 지원도 수당도, 복직을 미루고 아이를 키울 만큼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맞벌이를 하면 세 아이를 키우는 김영석 씨네는 '다자녀 가정' 혜택이 있다. 그런데, 그 혜택이란 게 보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전기 14,000원 수도 4,340원 가스요금 1,650원 할인, 물론 매달 그런 자잘한 것들이 모여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되겠지만, 영석 씨 입장에서는 그저 '좀 깎아줬나 보다' 정도이다. 정작 아이들에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초중등학교 시절에는 아동수당도, 육아휴직의 혜택도 없다. 

KBS 1TV <시사기획 창> ‘정말입니까? 46조원’ 편

그런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그와 관련된 예산의 65%는 대부분 대기업, 공공기관의 몫이다. 일을 해도 정규직이 아니면 혜택은 그림의 떡이다. 방송사 비정규직이나 연극배우 같은 프리랜서에게는 육아휴직도 출산휴가도 없다. 연극배우 유정민 씨의 경우 아이를 등에 업은 채로 공연 연습을 하기도 했었다. 연극배우처럼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직업일수록 '돌봄서비스'가 절실하지만 그런 혜택은 없다. <다큐멘터리 3일>의 베테랑 VJ는 출산 한 달 전까지도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녔다. 

전국 곳곳 직장 어린이집은 설치비와 인건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예산만 올해 700억 원이 들어갔다. 그중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곳은 어디일까? 삼성전자가 29억을 가져갔다. LG전자와 포스코도 10억 원 안팎, KBS와 MBC도 1억 안팎의 지원을 받았다. 국가적 지원을 받으려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직원이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계층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히 비정규직 742만 명, 그중 3명 중 1명이 1년에서 2년 정도의 기간 계약을 한다. 또한 복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육아휴직을 이용하기가 힘들어진다. 게다가 고용보험 가입이 안 된 직장도 많다. 비정규직의 52.6%(2021년 기준)만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제도적 보장을 받을 수도 없고 짧은 계약기간이 되풀이되고, 그러다 보니 육아휴직과 같은 제도는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게임산업 육성에 저출산 예산이? 

KBS 1TV <시사기획 창> ‘정말입니까? 46조원’ 편

그렇다면 저출산 예산은 어디에 쓰인 걸까? 주택 구입‧전세자금 대출 관련 9조 9천억, 청년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신혼부부 매입‧전세‧임대주택 공급, 신혼부부 행복주택 관련 예산이 22조 2천억 원이다. 이들이 저출산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과연 이 예산은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될까? 

경기도 인근 행복주택에 사는 박현호 씨는 보증금 500만원에 임대료 6만원, 관리비 8만원을 내고 살고 있다. 햇빛도 안 들던 지하방 살던 때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과연 자신이 사는 곳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을 수 있을까 하는 데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우선 주변이 개발 중이라 상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살기가 불편하다. 게다가 싱글인 그가 살기엔 적당한 6.4평이지만, 주거비 절약이나 자산 형성에 도움을 줄지언정 '부부''가 살 공간이라기엔 미흡하다. 게다가 원한다고 다 들어갈 수도 없다.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프랑스, 스웨덴에서 정부 지원 임대주택이 18%에 이른 반면 우리나라는 겨우 8%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이들 예산은 결국은 회수될 돈이다. 보이는 금액만 클 뿐 '착시효과'인 것이다. 정부는 5만호를 더 건설하겠다고 장담하지만 그 혜택도 신혼부부 중 25%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

KBS 1TV <시사기획 창> ‘정말입니까? 46조원’ 편

더 심각한 것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라든가 ‘웹툰융합센터 건설’ 등 예산 담당자조차 왜 이 항목이 저출산 관련인지 모를 사업들이 저출산 예산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 종합 직업체험관인 성남 잡월드의 경우도 미래역량개발이란 명목으로 들어가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각 부처별로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을 각출하다 보니 어중이떠중이 사업이 다 저출산 사업으로 둔갑한 것이다. 결국 이런 사업들은 일종의 부풀리기 저출산 사업인 셈이다. 

실제 프랑스는 2명 이상 자녀를 둔 가정에는 매달 130유로, 우리 돈 18만 원 정도를 20세가 될 때까지 지급한다. 우리처럼 법으로는 18세 이하를 '아동'이라 정의 내려놓고 정작 7세 미만에게만 '아동 수당'을 지급하는 현실에서 저출산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한 지원이 7세 미만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앞서 세 자녀를 키우는 김영석 씨는 태권도장을 운영한다. 김영석 씨는 자신의 아이 세 명을 키우는 것도 어렵지만, 아이를 먹여 살리는 태권도장의 운영이 더 우려가 된다.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드는 아이들, 실제 서울 한복판의 공립초등학교 '염강 초등학교'가 폐교가 됐다.

이름은 저출산 예산. 실제 들여다보면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말뿐인 ‘저출산 예산’이 전 세계 꼴찌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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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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