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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닮은 사람’- 치정과 복수? 고현정 신현빈이 그려낼 진실의 아이러니[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10.25 15:15

[미디어스=이정희] 배우 고현정의 모처럼 복귀작으로 화제가 된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하지만 정작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원작의 저자 정소현 작가이다. '삶의 어둡고 적나라한 민낯을 진정성 있는 태도로 대면'해온 작품을 써왔다는 평가를 받는 정소현 작가. <너를 닮은 사람>은 2012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정소현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너를 닮은 사람>엔 보이는 상황과 ‘다른’ 사연을 가진 두 여성이 등장한다. 드러나 보이는 사건에서 가해자인 여성. 하지만 이야기는 보이는 것과 다른 '진실'을 드러낸다.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이렇게 단편 속 명징하게 드러나는 진실의 '아이러니'를 유보라 작가가 각색했다. 2013년 드라마 <비밀>을 통해 이름을 세상에 알린 유보라 작가. <비밀>에서 연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라는 극한적 상황을 통해, 사랑과 삶의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묘사해 냈었다.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선 젊은 남녀의 사랑을 통해 사회적 트라우마의 문제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이처럼 인간사에서 엇물리는 관계,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 유보라 작가의 손을 거치면 사랑도 그저 사랑이 아니게 되고, '애증' 없이는 세상에 그 어떤 관계도 존재할 수 없다. 정소현 작가의 단편 <너를 닮은 사람>이 유보라 작가의 손을 거쳐 16부작의 드라마로 찾아왔다. 

가해자 구해원과 피해자 정희주? 

이야기의 시작은 정희주(고현정 분)의 딸 리사가 학교에서 미술 기간제 교사로부터 폭행을 당하면서부터이다. 

당연히 가해자 구해원(신현빈 분)을 찾아가 사과를 받으려는 정희주. 그런데 사과를 하는 구해원의 태도가 마뜩잖다. 심지어 정희주에게 '언니'라며 희주의 기억 속 한 여성, 아니 이제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잠가둔 '과거'를 소환한다.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희주는 그저 우연이라고 여기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교사 발령까지 받았다던 해원이 굳이 6개월짜리 임시 교사를 하기 위해 리사의 학교를 찾은 이유가. 게다가 해원은 자꾸만 희주의 주변을 맴도는 것 같다. 병원에서 희주의 아들과 마주쳤고, 동생과 함께 친밀하게 식사를 한 여성이 해원이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에 해원이 있다. 왜?

드라마는 이제는 태림재단의 안주인이자 명망 있는 화가이며 에세이스트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희주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직조한다. 태림학원 이사장의 아내가 되었지만 삶이 헛헛했던 희주는 '한나'라는 젊은 여성에게 그림을 배우게 된다. 희주를 언니라며 따르던 한나. 그녀는 결혼식 사진을 위한 옷조차 세일 상품으로 사야 할 만큼 가난한 예술가다. 

하지만 희주의 눈에 해원은 '자신감과 에너지로 충만했고, 후줄근한 후드티와 무릎이 나온 청바지를 입고서도 반짝반짝 빛나던 여성'이었다. 그렇게 빛나던 한나였기에 자신 앞에 나타난 해원을 알아보지 못했다. 해원은 빛이 없는 건 물론, 표정조차 상실한 듯한 모습으로 그 당시 희주가 사준, 낡을 대로 낡은 초록색 코트를 입고 나타났다. 

여름 햇살처럼 반짝이던 해원을 그림자처럼 만든 사건은 무엇일까? 2화, 해원이 한나이던 시절 찍은 사진촬영 현장을 단초로 드러낸다. 결혼하는 사람은 한나와 서우재인데, 서우재는 희주의 손을 잡아끈다.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희주에게 서우재는 어떤 존재였을까? 자체발광하는 듯하던 한나에게 서우재는 또 어떤 존재였을까? 그런데 희주의 남편 안현성(최원영 분)은 아일랜드에 입원했던 서우재를, 그 서우재를 해원이 퇴원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희주의 남편이 알고 있는 건 무엇일까? 

하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서우재는 그림자처럼 보여진다. 드러나는 건 그 모든 걸 잊은 듯 성공한 화가로 살아가는 희주와, 희주 앞에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나타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전력의 해원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한 드라마는 예의 치정의 단초를 전제한다. 하지만 치정을 매개로 하여 두 주인공 캐릭터에 보다 천착하며 신선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과연 그녀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그리고 '진실'은 무엇일까? 

유보라 작가의 스타일답게, 보여지는 모습을 한 꺼풀 벗겨내면 또 다른 모습들이 보인다. 시댁에서 희주는 '섬'과 같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품 안의 아이인 줄 알았는데, 해원의 도발에 마음을 닫아버린 딸이 숨긴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아일랜드에서 낳아 시어머니가 키우다시피 한 유치원생 아들은 도무지 내 아이 같지가 않다. 세상의 주목을 받는 화가가 되었다는데 해원의 등장에 희주는 불안해한다. 그 불안의 근원은 그저 해원일까?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한때 무릎 나온 청바지만 입고도 빛나던 해원, 무엇이 그녀를 극단적 선택까지 몰고 갔었을까? 그리고 이제 자신의 삶을 올인하듯 희주 주변에서 어른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이 삶을 포기해야 할 정도인 것일까? 해원이 집요한 복수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복수를 통해서 그걸 얻을 수는 있을까?

오랜만에 돌아온 고현정 배우는 화려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내면 여전히 삶의 뿌리가 흔들리는 히스테릭한 중년 여성을 표현하는 데 제격이다. 또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겨울이와 동일 인물인가 싶게, 아니 때로는 겨울이보다 해원이가 더 맞는 옷이 아닌가 싶게 신현빈 배우가 지닌 무채색의 톤이 빛난다. 드라마가 이미지적으로 보여준 '레드'와 '그린'처럼 서로 대비되는 두 배우의 조화와, 그에 걸맞은 캐릭터가 모처럼 스타일리시하게 시청자를 드라마에 몰입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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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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