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보공유연대 IPLeft와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문화부가 입법예고한 저작권법 일부개정안 가운데 “저작권을 침해한 복제물임을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 사적이용을 금지한다”는 조항은 ‘독소조항’이라며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19일 문화체육관광부(위원장 유인촌, 이하 문화부)는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문화부는 개정 이유에서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의 면책 대상을 명확히 하여 불법 복제물임을 알고도 복제한 경우에는 면책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설명했다.

▲ 문화부가 입법예고한 저작권법 일부법률 개정안 중 30조 개정안

이에 문화부는 저작권법 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서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며 사적이용을 제한해왔던 것을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개정을 예고했다. 각 호를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를 사용하여 복제하는 경우, △저작권을 침해한 복제물임을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했다. 사적이용의 제한 범위를 확대 예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보공유연대IPLeft와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사적복제의 범위를 더욱 축소하는 이번 개정으로 저작권법의 편향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서를 문화부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의견서에서 “사적복제는 비영리적 목적으로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 “또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이용자로 하여금 저작자를 파악하고 이용허락을 받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거래비용이 커지는 비효율성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용자의 사적인 이용행위를 파악하여 저작권을 집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도 있다”며 “이러한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복제되는 대상이 불법복제물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적용을 달리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개정안은 저작권을 침해한 복제물임을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의 예외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모호한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터넷에는 출처나 저작권자가 불분명하거나 저작권자 표시가 잘못되어 있는 저작물이 많아 이용자가 어떤 저작물이 불법 복제물인지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일부 법무법인과 권리자 단체에 의해 무분별한 고소 및 고발이 이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는 청소년이 발생하는 등 사회문제가 된 상황”이라며 “그런 가운데 이 개정법률안이 통과로 인해 이용자의 사적복제 행위까지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다면 잠재적 범법자의 양산 및 고소 남발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들 단체는 “저작권은 저작권자의 배타적인 이익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지식과 문화의 이용 활성화를 또 다른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사적복제의 불법화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적인 독소조항이다. 이 조항을 폐기해 달라”고 촉구했다.

불법복제물 이용하는 게 장물 보유하는 것과 같다?

저작권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관련해 오병일 정보공유연대IPLeft 대표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저작권을 보호해야한다는 인식은 높지만 ‘공정이용’이라는 부분도 저작권에서 보장되는 권리라는 인식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건인 경우, 저작물을 다른 사람이 이용하면 원 저작자가 사용하지 못하지만 지적재산권과는 차이가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경우에 있어서 배타적 재산권이 아니라 공공의 자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병일 대표는 또한 “문화부에서 이야기하는 저작권은 문화를 상품의 하나로 산업을 육성해야한다는 정책기조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때문에 지적재산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권리자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단순히 한국의 문화산업육성이라는 측면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며 “한 사회 내에서 권리자와 이용자의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에 사람들은 문화생산을 소비하는 입장이었는데 디지털 상품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교류와 문화창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저작자의 권리만을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비영리적인 자발적 문화산업의 성장을 막을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공정이용 확대 및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 면책 등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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