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대형 사기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사기사건을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구제를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민생범죄와 효율적 사법구제를 위한 피해자 및 시민사회단체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무궁화클럽 사법개혁위원회 주관으로 IDS홀딩스 피해자 모임, 동양증권 피해자 모임, 한성무역 탈북민 피해자모임, 약탈경제반대행동, 정의연대가 주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IDS홀딩스 사기사건, 동양그룹 사건, 한성무역 사기사건 등 대규모 사기사건의 피해 사례 소개와 함께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민생범죄의 효율적 사법구제를 위한 피해자 및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진행 모습. (사진=약탈경제반대행동 제공)

검찰 인력 부족…경찰,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해야

이민석 변호사는 최근 벌어진 대형 사기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검찰의 수사권 독점'에서 찾았다. 이 변호사는 "이런 사건은 전국적으로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단시간에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신속한 수사와 항상적인 정보수집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이런 사건은 범죄단체조직죄로 규율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계속 범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대규모의 인력과 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석 변호사는 "수사검사의 인력이 1000명 정도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하면 검찰의 수사인력으로는 사건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인력과 정보력 측면에서 경찰보다 열악한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는 것은 효율성이 극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런데 수사지휘권이 검찰에 있다보니 이런 사기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고, 검찰도 인력과 정보의 부족으로 알면서도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민석 변호사는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이러한 규정은 인권침해 방지 취지에서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인권침해는 검찰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도외시한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실제로 조희팔 사기사건에서는 김광준 검사가 뇌물죄로 구속되기도 했다"면서 "대규모 사기사건의 경우, 수사권을 독점한 검찰 수뇌부에 대한 로비를 할 유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석 변호사는 "이런 사건일수록 경찰에 수사권을 인정해 상호감독을 할 필요가 크다"며 "따라서 개헌을 통해 헌법 규정을 바꾸고, 법률에서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형량 강화·국가배상 도입 등 입법 필요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대규모 사기사건들에 대해 "국가기관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된 사례"라고 지적하며,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강화, 일부 국가배상 도입 등 적절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사기사건은 끈임없이 발생해왔고, 최근에는 피해액이 조 단위를 넘어 어마어마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기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수 교수는 "처음부터 갚지 않을 생각으로 투자금을 모금하면 사기가 되고, 정상적으로 이익금을 분배할 생각이지만 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 신고를 하지 않고 투자금을 모금하면 유사수신행위가 된다"면서 "그렇지만 수사기관이 투자자 모집단계에서 입건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사기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유사수신행위로만 기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교수는 "그럼에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그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면서 "특경법 상 사기, 공갈, 횡령, 배임죄 등에 관한 규정을 참고해 50억 원 이상을 유사수신한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교수는 "대규모 사기 범죄자들은 대개 사취한 돈을 국외에 은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피해자 개인들이 자력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따라서 일단 국가가 일정 범위에서라도 피해배상을 하고 국가가 사후적으로 범죄자로부터 배상액을 환수하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다만, 모든 사기 범죄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는 어렵고, 일정 규모 이상의 사건에서 수사기관이나 금융당국 등 국가기관의 과실이 개입된 경우에 한정해 이런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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