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화 아바타가 몰고 온 광풍으로 인해 3D 관련 산업이 들썩거리고 있다. 영화계를 비롯해 방송분야에서도 뒤질세라 관련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광풍을 키워가고 있는 주체는 가전시장의 변화된 판도를 뒤집고, 이익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3DTV 생산업체들이다.

일본의 소니는 올해부터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결합하는 전략을 통해 세계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로 했으며 파나소닉도 가전 전시회인 CES 2010에서 3D PDP TV를 선보이며 조만간 시판에 들어간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3DTV 풀 라인업(LED, LCD, PDP TV)하기로 했으며, LG전자와 현대IT 등도 3DTV 출시와 함께 콘텐츠 확보를 통해 3DTV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기관이 예측한 2020년까지 3DTV 산업 전망을 따르면 31조 4000억원의 생산유발, 8조원의 부가가치, 연간 2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최근 서울 서초구 도곡동에 있는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를 방문한 한 가족이 풀HD 3D LED TV 신제품의 입체화상을 즐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 세계 최초로 풀HD 3D LED TV를 출시했다.ⓒ삼성전자

범정부 차원에서 3D 산업을 국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방통위는 3D방송, 지식경제부는 3D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산업, 문화부는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3DTV로의 급속한 이전이라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선점해 나가고 있는 정부와 관련 업계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정부 각 부처의 계획을 살펴보면 서로 경쟁적으로 관련 R&D를 추진하다보니까 몇 개 분야에서 과제가 겹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3D 카메라 R&D와 실험방송 계획을 보면 지경부와 방통위가 각각의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예산이 중복 편성되기도 했다. 문화부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보면, 3개 부처간 경쟁으로 중복되는 분야가 눈에 상당히 띈다.

경쟁에 의한 시너지 효과로 기술개발이 앞당겨질 수도 있지만, 향후 부처간의 이견으로 인해 시장에서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방송, 영화, 게임 등의 분야에서 수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서비스해야하는 입장에서 보면 정부 각 부처의 중복된 계획과 참여 요구를 수용하는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3DTV R&D가 시작단계인 지금, 더 이상 진도가 나가기 전에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업무분장을 명확하게 정리해야만 향후 예상되는 현장에서의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지상파방송사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현재 지상파방송사들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대형 국책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3DTV 기술개발이나 콘텐츠 제작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2001년에 시작된 디지털 전환 사업이 아직 50%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어 닥친 3DTV에 대한 압력은 디지털 전환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매체 다채널이라는 매체 환경 속에서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의 MMS 또는 K-view plan이 3DTV와 양립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계획되고 있다.

지상파방송은 6㎒라는 한정된 대역폭 안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 MMS 또는 K-view plan은 한정된 주파수 활용도를 최대화 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력은 3DTV를 위한 별도의 채널을 필요로 한다. 6㎒라는 한정된 대역폭 안에서 MMS와 3DTV는 양립할 수 없다.

설령 별도의 채널을 확보하더라도 3DTV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시설비용이 뒤따른다. 3DTV는 제작에서부터 송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설들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고, 현재 전무한 콘텐츠도 처음부터 새로 제작해야 한다. 압축기술이 발전해 하나의 채널 안에서 MMS와 3DTV를 동시에 서비스한다고 하더라도 송신시스템 교체, 3DTV 관련 비용 때문에 투자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3D 열풍에 휩싸이기보다는 3DTV 서비스에 대한 치밀한 편성전략이 필요하다. 혹시 모든 프로그램을 3D로 서비스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패배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도 있겠다. 지금 단계에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프로그램 또는 장르별로 3D 서비스에 대한 수용자의 요구가 다를 것이다.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장시간 시청에서 나타나는 어지럼증’ 등 3DTV의 문제점들이 설령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특성을 가진 남녀노소가 함께 시청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3D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무작정 3D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지상파방송의 사회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3D 트렌드에 합류, 일정부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마련이 필요하다. 매체별 특성, 사회적 역할에 따른 서비스 차별화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는 작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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