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전국동시지방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자일을 하면서 그동안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총선, 그리고 세 번 째 맞는 지방선거입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매번 선거 때마다 이른바 ‘선거특별취재팀’으로 뛰어다녔습니다.
불법선거운동을 감시한다며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늦은 밤 어느 식당 앞에 잠복하기도 하고, 여론조사결과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리저리 이야깃거리를 짜내기도 했습니다. 한 후보를 정해놓고 새벽 등산로 입구부터 늦은 밤 상가를 도는 현장까지 따라다닌 적도 있구요.
그래서 때론 여론조사 분석기사를 쓸 때 문장의 주어를 “A후보가 B후보를 10% 앞섰다”라는 표현보다 “응답자 가운데 10%는 B후보보다 A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식으로 고쳐 써보기도 했습니다.
또 지방선거의 경우 다른 매체들이 시장이나 구청장 후보자에 집중할 때, “동네 일꾼에 주목하자”며 구의원 후보들에 대한 기사를 몰아 써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늘 제자리입니다.
쫓겨서인지, 고민이 짧아서인지. 어느 순간 기사의 주어는 다시 ‘A후보와 B후보’로 돌아갔고, 시선은 구의원과 유권자보다 시장이나 구청장쪽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유권자의 관심도가 동네일꾼보다 시장이나 구청장쪽에 더 높고, 영향력에 있어서도 기초의원보다 광역단체장이 더 큰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전혀 이해 못할 바도 아니겠죠.
하지만 문제는 그 사이에 자꾸 유권자를 놓친다는 겁니다.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얼마나 취재하고 연구하고 고민했는지. 솔직히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후보의 순위를 묻는 것 말곤 딱히 내세워 할 말이 없습니다. 후보자가 누구이건, 누가 당선되건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로 맞춰져야하는데 말이죠. 역시 타 언론사의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현실은 선거입니다.
특정 정당이 거의 독점하다시피한 지역에선 ‘경선=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광주시장 경선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따라서 이미 선거일정은 막판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동안 써온 기사에서 ‘유권자’를 주어로 쓴 게 얼마나 되나 찾아봤지만, 이번엔 2년 전 총선 때보다 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대로라면 선거기간 내내 여론조사 외엔 사라지고 없던 ‘유권자’는, 선거가 끝난 뒤에야 “유권자의 선택”이라며 등장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다시 돌아볼 때인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쫓기다 길을 잃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