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보다 ‘핵관’으로 더 유명한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중대 결단’ 발언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언론은 중대 결단이 곧 국민투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했고, 핵관은 뒤늦게 국민투표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국민투표는 세종시 논란이 이어지면서 꾸준히 언급됐던 카드 가운데 하나였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꺼낼듯 말듯한 태도를 보이며 국민투표 카드를 적절히 사용해왔다. 실제로 정부와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에 막혀 세종시 문제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국민투표 가능성을 계속 흘렸다.

▲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는 유한식 연기군수를 비롯한 연기군 사수대책위.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
특히 수도권의 친이계 의원이 중심이 돼 국민투표 대안론이 적잖은 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핵관은 누구나 뻔히 국민투표로 짐작할만한 발언을 한 뒤 논란이 불거지자 ‘언론이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형적인 치고빠지기다. 국민투표가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중대 결단일까.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대통령의 권리이다. 헌법 제72조를 보면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72조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충분히 세종시 국민투표를 ‘출구전략’의 하나로 시도해볼 수 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다는 뜻이다.

동의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세종시 국민투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출구’가 될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당장 청와대가 국민투표 카드를 던지면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뻔하다. 야권과 언론은 세종시 수정안이 ‘국가안위’에 해당하는 사안이냐며 문제삼을 것이다. 위헌 소송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위헌 소송과 별개로 국민투표중지가처분신청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예상하는 것처럼 국민투표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세종시 원안 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등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여권에는 이런 상황까지 감안한 계산도 물론 있다. 국민투표가 곧 정권 ‘신임투표’가 되더라도 세종시 수정안에는 부정적이지만 보수정권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원치 않는 대구·경북 민심을 되돌려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물론 이런 기대는 ‘정치’라기보다 ‘도박’에 가깝다. 세종시 국민투표가 실제로 추진된다면 자신의 재신임까지 함께 판돈으로 내건 행위에 대한 평가도 내릴 수밖에 없다. 출구는 집권 2년의 경험을 딛고 더 나은 3년으로 나가는 문이 될 수도 있지만 곧장 낭떠러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민투표가 대통령의 권리인 것처럼 냉정한 심판은 국민의 권리이다.

투덜남C는 서울 여의도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언론사 정치 담당 기자다.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의 꿈은 원대했다. 유재석의 위트와 손석희의 날카로움, 서태지의 기발함이 골고루 배인 기사를 쓰고 싶었다. 그렇게 10년을 보낸 지금, 기사야 어떻게 됐든 일단 주변으로부터 ‘싱겁다’ ‘까칠하다’ ‘4차원이다’라는 소리를 듣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

‘구타유발자’는 가끔, 때로는 자주 길을 잃고 헤매는 자본과 권력을 위해 투털남C가 준비한 선물이다. 제목은 험악하지만 미워서 때리는 것이 아니라 다 잘 되라고 하는 소리다. 그냥 구타가 아니라 ‘사랑의 매’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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