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고전하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신임 감독이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한 마지막 두 경기에 대비한 대표팀 소집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팀은 다음 달 31일 밤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갖고, 9월 6일 자정(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의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이란이 지난달 13일 우즈베키스탄과 홈경기에서 2-0으로 완승, 최종예선 8경기에서 6승2무(승점 20점)를 기록하면서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는 상황을 놓고 볼 때, 한국으로서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가 월드컵 본선 직행의 마지막 티켓의 주인을 결정하는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이 한국에게 의미 있는 경기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안방에서 이란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두 경기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엔트리 구성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 대표팀 역시 선수 선발에서부터 성공을 거둬야 목표를 이루는 데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K리거 점검에 나선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왼쪽)과 김남일 코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신태용 감독은 8월초 정도면 대표팀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르자면 신 감독의 머릿속에는 이미 거의 모든 엔트리가 정해진 상태로, 앞으로 일주일 내지 열흘 동안 고민이 되는 포지션과 선수에 대해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표팀의 에이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손흥민(토트넘핫스퍼)의 이란전 합류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성용과 손흥민은 지난달 14일 카타르와의 월드컵 예선경기에서 각각 무릎 염증과 오른팔 골절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당장 한 달 남짓 남은 두 경기에서 제 컨디션으로 활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여기에다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청용 역시 최근 부상을 당해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해졌다.

이렇게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 그동안 대표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해 온 선수들이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약중인 구자철과 지동원, 그리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연일 골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는 황희찬은 대표팀 합류가 유력하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한국-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후반전. 한국 구자철이 역전골을 성공 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따라서 ‘신태용호 1기’의 유럽파는 과거 슈틸리케 체제에서처럼 대표팀의 주축 세력이 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결국 신태용 감독은 K리그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대표팀 구성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K리거들만으로 대표팀을 구성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한 이유도 그만큼 K리거들을 중용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신태용 감독은 부지런히 K리그가 열리는 경기장을 찾아 관심을 두고 있는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K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전북현대의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전북에는 일단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주로 경기 막판 제공권 장악을 통한 득점을 위해 투입된 김신욱이 뛰고 있고,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를 잊은 듯 녹슬지 않은 득점 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라이언킹’ 이동국, 그리고 스피드와 볼센스, 골 결정력을 두루 갖춘 미드필더 이재성에 좌우 풀백인 김진수와 최철순 역시 호흡이 중요한 수비라인의 파트너라는 점에서 발탁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전북의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 [프로축구연맹 제공=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이 전북 한 팀에서 이처럼 많은 선수들을 발탁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이유는 러시아 월드컵 예선이 단 두 경기 밖에 남지 않았고, 그 두 경기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원래 다음 달 28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모일 예정이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의 훈련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1주일 앞당긴 21일 선수들을 소집할 수 있도록 K리그 구단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축구협회의 설득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조직력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열흘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태용 감독으로서는 단기간에 대표팀의 짜임새를 단단하게 하기 위해 특정한 팀의 선수들로 주축 멤버를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계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 축구대표팀은 최근 치른 월드컵 예선 가운데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위기상황을 K리거들이 주축이 된 대표팀으로 타개해 낸다면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은 새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데 있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8월초 이뤄질 대표팀 명단에 신태용 감독의 구상이 담길 것이다. 그 내용이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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