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후반기 첫 시리즈를 위닝 시리즈로 가져간 후 홈으로 돌아와 롯데와 경기를 치렀지만 잔인한 시리즈가 되고 있는 중이다. 폭발했던 타격은 침묵으로 이어졌고, 기아의 불펜은 상대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이런 단어 선택은 롯데에게 굴욕적일지 모르지만, 기아의 맹점인 불펜은 이틀 연속 경기를 내주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두 경기 연속 실점하며 경기 망친 임창용, 과연 믿고 맡길 수 있는 불펜 자원인가?

두 경기 동안 기아가 올린 점수는 3점이 전부다. 그렇게 폭발하던 타선이 완벽한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팻딘이 등판한 경기에서 쉬어가는 기아 타선은 이번에는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하고 완봉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틀 연속 무기력한 타선과 불안한 불펜이 만든 연패는 그 이상의 상처를 주고 있다.

임창용은 두 경기 모두 중요한 순간 등판했다. 그리고 마치 준비라도 한 것처럼 두 경기 연속 실점을 하며 팀을 패배로 이끌었다. 한때 최고의 마무리였던 임창용의 몰락은 그래서 기아에게는 더욱 충격적이다. 우승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기아로서는 후반기가 되어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오는 불펜과 마무리 부재에 발목이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기아 대 롯데경기. 기아 선발 팻딘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요일 경기는 투수전이었다. 다시 돌아온 롯데의 린드블럼과 더는 밀릴 수 없는 팻딘의 선발 맞대결은 흥미로웠다. 굴곡 있는 피칭을 하며 전반기 후반 아쉬움을 줬던 팻딘으로서는 후반기 잠시 불펜으로 등판할 정도로 위상이 흔들렸다. 그런 팻딘이 롯데전에 임하는 자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팻딘에게 토요일 경기는 인생투였다. 이보다 더 잘 던질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롯데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으니 말이다. 팻딘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롯데 타선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팻딘은 6이닝을 퍼펙트로 잡아냈다. 완벽한 모습으로 롯데 타선을 파괴해간 팻딘에게는 타선의 무기력함이 아쉬웠을 듯하다.

만약 기아 타선이 단 1점이라도 뽑아줬다면 팻딘은 어쩌면 완투했을 수도 있다. 퍼펙트 경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팻딘은 말 그대로 인생투를 던지며 자신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기아 타선은 침묵했다. 길었던 강력한 타선의 힘은 마치 마법처럼 완벽하게 빠진 채였다.

롯데로 돌아온 린드블럼은 자신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투구수 제한으로 4이닝만 던졌지만 기아의 예봉을 꺾어냈다는 점에서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 린드블럼은 4이닝 동안 62개의 투구수로 2피안타, 4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기아로서는 4회 득점 가능한 상황에서 무너진 것이 아쉬웠다. 4회 기아는 1사 후 최형우가 볼넷을 얻어내고, 안치홍이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후속 타자들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동안 득점 기회에서 가장 폭발적이었던 타선이 달랐으니 말이다.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8회초 1사 만루상황에서 KIA 최형우가 2타점 동점타를 친 후 1루를 향해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 타선이 그렇게 무기력하게 물러나는 동안 팻딘은 혼신의 투구를 했다. 7회 첫 타자로 나선 전준우에게 안타를 내준 것이 아쉬웠다. 퍼펙트 경기가 깨지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이후 곧바로 사구까지 내주며 위기를 맞았지만 팻딘에게 더는 문제가 아니었다.

손아섭, 이대호, 강민호라는 롯데가 내세울 수 있는 최강의 타선을 삼진, 중비, 1루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팻딘은 3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완벽했던 투구를 마무리했다. 팻딘은 8이닝 동안 113개의 공으로 1피안타, 12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 경기를 만들었다.

7회 나온 1안타와 1사구가 그가 내준 기록의 전부였다. 1회부터 나온 삼진은 8회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무려 12개의 삼진 기록을 세웠다. 이런 멋진 기록에 기아 타선이 부합해 폭발했다면 가장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아 타선은 침묵했고, 9회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다시 한 번 무너지고 말았다.

금요일 경기에서 6회 역전을 만든 기아는 곧바로 임창용을 올렸지만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온 김진우도 마운드에 올렸지만 역전 실점을 내주고 패전 투수가 되었다. 두 투수를 올려 위기를 벗어나려 했지만 믿었던 두 투수가 모두 실점을 하며 경기를 내줬다.

넥센과의 경기에서부터 많은 불펜 투수를 쓴 기아로서는 토요일 경기에서 많은 투수를 낼 수가 없었다. 더욱이 무승부 상황에서 기아의 마무리 역할을 하고 있는 김윤동을 올리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기아 벤치의 선택은 많은 경험을 한 임창용이었다. 기아 자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자체가 너무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30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 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9회 말 기아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창용은 전날 경기에서도 허망하게 동점을 내주더니, 토요일 경기에서도 팽팽했던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첫 타자를 잡지 못하고 볼넷을 내주고 전준우에게 안타를 내준 것은 최악이었다. 팽팽한 경기가 갑작스럽게 무사 상황에서 번즈에게 결승점이 된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두 경기 연속 실점을 하며 중요한 순간 팀 패배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크다. 임창용을 계속 중용해야 하는가? 이게 기아로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거액의 연봉도 문제이지만 믿었던 마무리의 붕괴는 팀 전체를 힘겹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SK와의 역대급 경기를 망친 것도 임창용이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 역시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내세울 투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최악의 먹튀가 되어버린 윤석민의 복귀가 언제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 복귀한다고 해도 팀이 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임창용마저 연일 무기력한 피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악이다.

기아는 59승에서 연패에 빠졌다. 단순한 연패가 아니라 팀 타선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기아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상대를 압도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에서 기아가 다시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타선이 폭발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팻딘의 완벽한 투구를 돕지 못한 기아 타선은 아쉽다. 다시 스윕을 당할지 아니면 헥터 경기에서는 폭발하는 기아 타선이 다시 폭발할지 일요일 경기는 이후 기아 흐름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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