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최민수니까, 최민수라서! <죽어야 사는 남자> (7월 19일 방송)

MBC 수목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

사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숨기고 중동에서 부자가 된 백작이 있다. 현지 공주와의 결혼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친딸 이지영을 찾으러 한국에 왔다. 이지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는 두 사람. 백작은 가짜 딸을 진짜 딸로 착각한 채, 가짜 딸의 사위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 사위는 진짜 딸의 남편이자 가짜 딸의 내연남이다. 이 남자는 백작의 재산에 혹해 진짜 사위인 척 행동한다.

여기까지가 MBC <죽어야 사는 남자>의 이야기다. 한국인 백작이라는 황당무계한 캐릭터, 꼬일 대로 꼬인 이야기, 이지영을 둘러싼 막장 시월드. 방송을 보기 전까지는 기대 포인트가 딱히 없는 드라마였다. 오히려 한숨만 내쉬게 만드는 요소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하지만 파드 백작 역의 최민수가 이 드라마의 구원자였다. 허세 가득한 몸짓과 이를 부각시키는 지팡이, 어눌한 한국말 솜씨, 과장된 표정, 구레나룻과 턱수염이 하나 된 비주얼. 말투, 비주얼, 제스처 모두 튄다. 튀어도 너무 튄다. 그래도 괜찮다. 왜? 최민수라서.

MBC 수목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

파드 백작은 최민수를 위해 태어난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최민수가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쌓은 이미지가 이 캐릭터와 맞아떨어지면서 시청자들을 설득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른 배우였다면 논란이 됐을 수도 있는 캐릭터다. 땅이 아닌 허공에 발을 디디고 있는 판타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최민수는 늘 자신만의 세계에서 분명한 색깔을 드러낸 사람이었기에 파드 백작이라는 옷이 제 옷처럼 잘 어울리는 것이다.

바나나맛 우유를 와인처럼 음미하고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그것도 새끼손가락을 엣지 있게 세운 채 말이다. 그리고는 처음 보는 여자와 왈츠를 춘다. 수시로 “오 마이 갓” 대신 “오 마이 알라”를 외치기도 한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의 캐릭터인데 그냥 넘어가게 된다. 왜? 최민수니까. 친딸의 사진을 보고 외모에 혹하는 아빠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래도 그러려니 한다. 왜? 최민수라서. 다른 배우가 했다면 굉장히 인위적이고 과장됐을 텐데, 최민수가 하니까 그냥 최민수구나 싶으면서 묘하게 설득이 된다.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는데 가슴으로 끌리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다. 오로지 배우 개인의 매력으로 캐릭터를 설득시키고 있다. 이만 하면, 캐릭터가 최민수빨을 받은 것이다.

이 주의 Worst: 미안하다 뭔지 모르겠다! <남사친 여사친> (7월 19일 방송)

SBS 예능 프로그램 <미안하다 사랑하지 않는다 - 남사친 여사친>

‘남녀 사이의 우정에 대한 새로운 실험 리얼리티 프로그램. 한 공간에서 먹고 자며 펼쳐지는 동상이몽 커플의 허니문 체험을 통해 지구상 가장 오래된 화두, 논쟁거리였던 ‘남녀 간 우정’의 실체를 끝장낸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SBS <남사친 여사친>의 기획의도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기획의도에 따르면, 본인들은 ‘남사친 여사친’이라 주장하지만 뭔가 발전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출연자들을 섭외해서 신혼여행지에 데려간 다음에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우정을 실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남사친 여사친>에는 우정 실험도, 신혼여행 답사도 없었다. 허니문 체험이었다면 여행에 충실했어야 하고, 우정 실험이었다면 두 사람 간의 미묘한 감정 묘사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신혼여행지 사전답사인지, 가상커플 여행예능인지 정체성이 불분명했다. 출연자들도 어떤 콘셉트로 나가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느낌이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안하다 사랑하지 않는다 - 남사친 여사친>

애초에 출연진 섭외부터 프로그램 방향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우정 실험을 할 만한 여지가 있는 출연자가 한 팀이라도 있었어야 했다. 예지원-허정민-이재윤 팀은 우정을 논하기엔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데, 예지원은 결혼 판타지를 두 남자에게 주입해서 혼자 신혼여행 느낌을 만끽한다. 신지와 김종민은 누가 봐도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다. 고은아와 정준영 역시 10년 넘게 친구로 지내면서 본인들은 극구 연인 발전 가능성이 없다 하는데, 제작진은 이 커플이라도 어떻게든 뭔가 만들어보려는 의지가 충만하다. 제각기 다른 매력의 세 커플이 아니라 따로 노는 세 커플이다. 결과는 색깔 없는 여행이 되었다.

방송 중간 중간 실제 예비 신혼부부와 <남사친 여사친> 출연자들의 여행을 비교하면서 보여줬다. 실제 신혼부부와 비교하길 원했다면 차라리 <최고의 사랑>이나 <우결>처럼 가상 커플을 투입해서 비교하는 게 더 재밌었을지도 모른다.

로맨스도 우정도 아닌 애매한 콘셉트. 재미도 없고, 몰입도 안 되고, 공감 포인트도 없다. 오죽했으면 고은아가 정준영을 앞에 놓고 구남친이 떠올랐다고 털어놓았을까. 출연자도 시청자도 몰입할 대상이 없는 여행이었다. 마지막에는 세 커플이 모여서 허심탄회한 속풀이 토크를 하다가 끝난다. 신혼여행으로 시작해서 단체 MT로 끝나는 이 이상한 예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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