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청ⓒ 오마이뉴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사법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여러 가지 방안을 보면 다분히 사법권 길들이기 성격이 짙어 보인다. 시대가 변화하는 것을 거스르고, 민주화 시대의 사법을 자신의 퇴행적인 이념적 잣대에 옭아매기 위한 어처구니없는 방안도 논의 대고 있다. 특히 법원 내의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공격이 그렇다. 사법부 구성원이 국회 내에 존재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구모임을 해체하라고 하면 국회의원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니네들이 무슨 참견이냐고 냉소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대한 공격은 사법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법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검찰권의 남용에 대한 통제와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를 위한 제도적 기틀 마련이라고 본다. 대다수의 검사들은 일선에서 불철주야 공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에 대한 기소나 피디수첩 제작자 또는 미네르바에 대한 기소와 같이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사안은 검찰 지휘부를 중심으로 왕왕 정치적으로 처리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다른 원인도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로 전국의 검찰총장부터 말단 검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검사의 임명 및 보직에 대한 권한은 대통령에 예속되어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검찰청법 제34조) 이와는 달리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을 제외한 모든 판사의 임명과 보직은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행한다.(법원조직법 제41조, 제44조) 만일 판사에 대한 임명 및 보직을 대법원장이 아닌 대통령이 한다고 생각해보라. 그 결론은 너무나도 자명하고 끔찍할 것이다. 그야말로 사법권의 독립이 아닌 사법부의 집행부에로의 예속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떤 조직을 다른 권력기관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제도적 기틀이 바로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 확보가 아닌가.

공무원들, 특히 고위공무원들은 필연적으로 자신이 승진을 하는지, 승진을 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보직을 받는지, 또 어디에서 근무하는지에 초미의 관심사를 둘 수밖에 없다. 또한 그러한 관심사는 인사권자에 대한 예속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러한 점은 고위공무원의 대우를 받는 검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권의 올바른 행사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검사에 대한 임명 및 보직 권한을 지금까지도 대통령이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거의 필연적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대통령을 위시한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처리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부조리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대통령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이 행하되 그 이외의 검사에 대한 임명 및 보직은 검찰총장이 할 수 있도록 검찰청법을 개정하고, 검찰총장의 임기제를 제도적․법문화적으로 확립하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선거제도 고려할만하다고 본다.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검찰 견제 기구의 설치

여기서 빠트려서는 안 될 점이 있다. 만일 위와 같이 개혁이 이뤄지면 정치권력이나 다른 권력기관은 검찰조직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막강한 권한을 지니는, 자신들에게는 저승사자가 될 수도 있는 검찰권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견제(checks)와 균형(balances)의 원리에 입각하여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기구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으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조직을 만들어 검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검찰권 남용이 통제될 수 있을 것이다.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대통령이 행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면 그것을 통한 검찰에 대한 선출권력에로의 순치(馴致)와 이를 통한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일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긍정적 기능보다는 폐단이 압도하는 상황에서는 과감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검사에 대한 인사권 독립과 검찰에 대한 견제기구의 탄생은 지금의 불신받는 검찰을 혁신할 것이라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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