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결정하자, 조선일보가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인상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17일자 조선일보 사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2018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2017년 기준 6470원인 최저임금은 내년에는 7530원으로 16.4% 인상된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2014년 7.2%, 2015년 7.1%, 2016년 8.1%, 2017년 7.3%였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비책도 내놨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명목으로 3조 원 내외의 재정을 편성한다.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중 사업체 규모와 부담능력을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 최저임금 인상률 7.4%를 상회하는 인상분을 직접 지원할 계획이다.

▲17일자 조선일보 3, 4면.

조선일보는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역대 최대 인상액이 반영된 최저임금을 국민의 세금으로 떼우려 한다는 비판이다.

조선일보는 17일자 1면 헤드라인에 <'최저임금 최대인상' 경제실험 시작됐다> 기사를 배치하고 3면 전면에 최저임금 관련 기사를 도배했다. <세금으로 민간 월급 지원…최저임금 1만원 땐 연 16조 메꿔줄 판>, <노동계는 '표정 관리'>, <정권교체 전후 바뀐 공익위원 4명이 캐스팅보트 역할한 듯> 등의 비판적 논조의 기사가 대부분이다.

17일자 4면에는 <편의점·치킨업주 "차라리 내가 다른 가게 알바 뛰는 게 낫지">, <최저임금 26% 올린 뉴욕, 음식점 창업 16% 줄어> 기사를 배치했다. 같은 날 <최저임금 뒷감당까지 국민 세금에 떠넘기다니> 사설에서는 "이 정권은 세금 몇조원 정도는 가볍에 여긴다"면서 "대통령의 무리한 공약을 밀어붙일 때마다 그 뒷감당은 국민 세금에 떠넘긴다"고 맹비난했다.

▲18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18일에도 조선일보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공세는 계속됐다. 조선일보 1면 헤드라인에는 <최저임금도 못주는 '동네 시급'> 기사가 게재됐고, 3면은 또 다시 최저임금 인상에 비판적 논조를 담은 기사들로 도배됐다. <소상공인연합 "어용 최저임금위 해산하라" 집단 반발>, <알바생 대신 기계, 성큼성큼 다가온다>, <정부의 '벼락치기' 대책, 허점투성이> 등의 기사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급진적인 변화는 부작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직접 지원안이 미봉책에 그치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직원들에게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급여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임금격차로 인한 양극화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하루이틀의 얘기가 아니고, 사회문제로 발전한 상황이다. 최저임금의 인상과 정부의 직접 지원안이 제기된 이유다. 언론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잘 해결해 나가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그런 면에서 재벌 개혁의 시동을 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간 갑질과 후려치기, 무조건 저비용만을 추구하는 거래 풍토를 바꾸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본령은 국민의 삶의 조건 개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경제구조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김 위원장은 당장 시행령, 고시 개정으로 가능한 가맹점 갑질, 하도급 보호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재벌 규제 전담 조직 신설, 프랜차이즈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 재벌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사익 편취 방지, 유통질서 다잡기, 가맹본부 마진 분석 등 대대적인 공정거래 확립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경제구조 개혁이 성공해 자금 선순환이 이뤄지면 최저임금 인상분은 문제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이후 조선일보의 지면 어디에도 김상조 위원장의 공정거래 정책 방향에 대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끔 등장하는 지면 기사도 '재벌을 겁박한다'는 식의 기사들이다. 조선일보가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기 전에 최저임금 문제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을 알아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게 순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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