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가 삼성 이재용 재판에 출석했다. 그동안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기습적으로 나온 정유라로 인해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유라 폭로에 박근혜는 이번 주 재판 모두를 거부하고 나섰다.

발가락이 닮았다;
안철수의 사과, 정유라의 폭로로 궁지에 몰린 국정농단 당사자들

안철수 전 대표는 뒤늦게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발언 속에 제대로 된 사과란 존재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 역시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할 정도다.

사과문을 직접 작성했단 안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들에 대한 사과 역시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넘겼다.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실체가 없다. 국민의당을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모호하다. 안철수 전 대표의 사과는 자신을 위한 사과 퍼포먼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들에게 외면 받고 비난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번 사과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이번 뉴스의 핵심 중 하나는 정유라였다. 삼성 이재용 재판에 출석을 거부해왔던 정유라는 재판 직전 출석했다. 이 과정에서 정유라 변호인은 특검이 회유를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어떤 방법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특검이 정유라를 회유해서 나가지 않으려는 재판에 출석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유라는 이재용 재판에 자발적으로 출석했다고 밝혔다. 정유라는 삼성과 박근혜, 최순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해냈다. 박근혜와 최순실, 이재용은 서로 뇌물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조건 부정해왔다. 각자 재판의 증언에도 나서지 않았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거부해왔다. 철저하게 외면함으로써 뇌물죄를 피해가려던 상황에서 정유라가 등장했다.

정유라의 변호사는 그녀를 두고 '살모사 같다'는 말로 비난했다. 최순실과 정유라의 공동 변호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라가 자신들의 변호와 상관없이 폭로를 이어가자 최순실은 뇌물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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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다며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뇌물죄를 피하려던 3인방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은 정유라의 이 발언들로 인해 모든 것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서로가 피하려던 뇌물죄와 관련해 정유라가 폭로를 하며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증언을 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장시호가 특검 도우미라 불렸는데 정유라 역시 장시호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귀국 직후에는 모든 것은 어머니가 알아서 했다며 피하기에 급급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재용의 마지막 재판에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박영수 특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말 그대로 삼성 이재용이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저승사자들이 등판한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유라가 그동안 애써 버티고 있던 구도를 깨트리는 발언을 함으로써 이재용은 더욱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김동인의 단편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에는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지만, 그런 사실을 도저히 밝힐 수 없었던 주인공 M이 등장합니다. 자신의 친자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과거를 밝힐 수 없음으로 인해 어떻게든 만들어내고 싶었던 자기기만의 합리화… 그것은 스스로를 기만하면서까지 자신을 구원하고자 했던 인간의 심리였지요"

""문학이 그릴 수 있는 심리묘사의 최고봉"…. 평자들은 그렇게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왼쪽 네 번째 발가락' 김동인의 그 작품은 주인공도 알고 독자들도 아는 사실을 비틀어 인간 심리에 대한 공감을 얻어냈다면, 그의 왼쪽 네 번째 발가락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그는 발가락이 아파서 재판정에 나오지 못하겠다 했습니다. 그리고 내일(13일)도 모레도 나오지 않겠다는 것이 오늘 전해진 소식이기도 합니다. 거의 재판 보복 아니냐, 이런 얘기마저 나오죠"

"더구나 어제 전해 드린 뉴스에 따르면 황금알이라 불렸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마저 그의 지시 이후 점수가 조작되었다 하고 그동안 적폐라 불려왔던 수많은 의혹들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는데… 게다가 그가 그토록 상궤를 벗어나면서까지 아낌없이 지원했던 오랜 친구의 딸은 자신의 발로 법정을 찾아 그에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증언들을 쏟아냈다는데…"

"이제는 지지자들만이 방청석을 메우고 여전히 우리의 대통령임을 강변하는 법정에서 왼쪽 네 번째 발가락의 고통을 호소하는 탄핵된 전직 대통령. 사람들은 그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그의 오랜 친구는 공황도 아닌 공항장애로 청문회출석을 거부한 바 있으며, '딸이 사춘기여서' 못 나왔다는 그의 심복도 있었던 바… 아마도 그들 역시 김동인의 M처럼 도저히 밝힐 수 없는 그 무엇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의 M이 스스로를 기만하면서까지 어떻게든 자신을 구원하고자 한 것…그래서 김동인의 주인공 M의 발가락과… 아픈 역사로 남을 그와, 그의 네 번째 발가락이 어쩔 수 없이 닮아 보이는…"

앵커브리핑은 김동인의 단편소설인 '발가락이 닮았다'에 박근혜의 왼쪽 네 번째 발가락 통증을 들어 재판 출석을 보이콧하고 있는 모습을 빗대었다. 자신의 친자식이 아님을 명확하게 알면서도 밝힐 수 없는 과거의 일 때문에 애써 자신과 닮은 부분을 찾다 발견한 것이 바로 발가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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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그래서 검증해내기도 어려운 발가락이 닮았다는 이 구절은 자기기만이자 자기합리화의 정점이 아닐 수 없다. 이재용과 만나는 것을 거부하며 시작된 박근혜의 재판 불출석은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다. 그가 재판을 보이콧하는 이유는 너무 명확하다.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에게 거액을 뜯어내기 위해 장난질을 쳤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이제는 정유라가 스스로 법정에 나와 그들에게는 절망적인 증언들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박근혜는 재판을 기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발가락이 닮았다고 자위하던 소설 속 M과 현실 속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그들의 조력자들은 무엇을 숨기고 싶은 것일까? 발가락이 너무나 닮은 정유라는 이들 연대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들은 그 닮은 발가락들을 내세웠지만 이제 그 발가락을 숨기고 싶을 것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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