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킷 감청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KT가 패킷감청 기법을 이용한 맞춤형 광고, ‘쿡 스마트웹(Qook Smartweb)’을 진행시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KT는 이른바 ‘맞춤광고’에 패킷감청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서 “기업의 문제이긴 하지만 헌법상의 기본권을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1일 민주당 박영선, 우윤근, 변재일 의원이 주최한 '패킷감청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의 모습ⓒ권순택
1일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국회법제사위원회 소속 박영선 의원과 우윤근 의원 그리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이 공동으로 ‘패킷감청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오동석 교수, “KT ‘쿡 스마트웹’ 서비스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어”

이 자리에서 오동석 교수는 “패킷감청은 인터넷 회선 자체를 감청하는 것으로 헌법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DTI(Deep packet Inspection)에 대한 실정법 해석은 감청법 위반”이라면서 “설령 새로운 입법을 시도하는 경우에도 패킷감청 기법을 이용한 ‘맞춤광고’에 대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법률적 규제를 하기란 불가능하다”, “사업자가 서비스 제공을 미끼로 포괄적 정보에 대한 동의를 사실상 강요한다면 그것은 기본권 침해이기 때문에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또한 “헌법에서 규정한 영장은 범죄의 내용, 구금할 장소, 압수수색의 목적물과 범위가 특정되지 않은 일반 영장은 금지되기 때문에 대상과 범위가 모호한 일반 영장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패킷감청은 말 그대로 데이터가 움직이는 도로를 통째로 감청하도록 하는 것으로 대상도 없고 범위도 없기 때문에 영장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 오동석 교수ⓒ권순택
이 밖에도 오 교수는 “패킷감청은 불특정인에 대한 포괄적 감청이기 때문에 그 수단으로 적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피해최소성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패킷감청이 ‘헌법상 적법절차’와 ‘헌법이 금지하는 연좌제’에 위배되고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감청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감청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에 오 교수는 “결론적으로 패킷감청은 헌법적으로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절대금지의 영역이어야 한다”면서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하여 패킷감청의 근거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정당성 부재를 넘어 ‘헌법적 불법’일 뿐”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임종인 교수, “시행하면서…”, “그러나 정책이 바뀌면 오남용 가능”

다음 발제로 나선 임종인 고려대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DTI는 보안의 측면에서 방화벽 성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기술 자체가 ‘좋으냐 혹은 나쁘냐’라기 보다는 타켓 마케팅에서 오남용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KT라는 망사업자에게 DPI를 활용하는 권한을 주어도 되느냐의 여부”라면서 “현재 KT의 ‘쿡 스마트웹’ 서비스는 확인한 결과 프라이버시 침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 중립성이 우선이냐 아니면 질 높은 서비스가 우선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방통위와 국회에서 상의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면서 입법방향을 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정책이 바뀌면 오남용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패킷감청의 위험성과 함께 KT의 ‘쿡 스마트웹’ 서비스의 허용여부를 중심으로 논의가 오갔다.

KT측, “이용자의 통제권이 보장돼”…정부, “9월에 가이드라인 만들 것”

KT 측 구태언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이용자의 통제권이 보장돼 있느냐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강제로 수사대상자의 정보를 취득하는 국가와는 달리 KT는(민간은) 계약관계에 따른 것으로 동의하거나 하지 않음은 사업자와 이용자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KT의 ‘쿡 스마트웹’은 네트워크의 물리적 차단과 독립운영 및 기술·관리 보호조치로 개인식별정보는 제거되고 통신내용은 저장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인터넷진흥회 이강신 단장은 “현재 온라인 맞춤형 광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기본 원칙은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 그 안에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단장은 “시민단체와 사업자 양 측면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라며 “오는 9월 정도에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패킷감청의 오남용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패킷감청 시연에서 비번까지…KT ‘쿡 스마트웹’은 “감청의 상업화”

▲ 패킷감청의 시연모습ⓒ권순택
그러나 민주주의 법학 연구회의 오길영 박사는 KT의 ‘쿡 스마트웹’ 서비스와 관련해 ‘감청의 상업화’로 규해 “DTI의 경우 레시피를 마련하는 차원이 아니라 요리가 불가능한 재료”라면서 패킷감청을 ‘독’에 비유했다. 이어 “국가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 시점에서 물어볼 질문은 그렇다면 고도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감청하는 것은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용자의 동의를 얻는다고 하지만) 감청을 허가하고 자신의 기본권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의 ‘동의’ 버튼을 클릭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면서 “인터넷 이용자들이 관심사에 따라 브라우저, 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간접적으로 지병을 추정할 수 있고, 사상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내밀한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역시 “KT의 ‘쿡 스마트웹’ 서비스는 미국과 영국에서 철수한 사업을 들여오려는 것”이라면서 “회선 사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하겠지만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비춰볼 때 이런 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허용해야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감청자의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감청대상자의 메신저 대화 내용의 모습ⓒ권순택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패킷감청이 시연됐다.

인권운동사랑방 유성 활동가는 감청대상자가 ‘이메일’, ‘메신저’, ‘전자우편 아웃룩(Out Look)’을 사용할 때 패킷감청을 하는 감청자의 컴퓨터화면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줬다. 이 자리에서 패킷감청을 통해 컴퓨터 사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감청하는 사람의 컴퓨터에 그대로 나타났고, 감청대상자와 제3자가 서로 이야기하는 메신저 내용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모습이 비춰져 토론회 참석자들이 놀라게 했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로 나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정호 변호사는 “패킷 감청은 감청대상자와 무관한 제3자를 감청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수사목적과 무관한 통신내역까지 무제한적으로 포괄감청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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