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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단비, 누가 뭐래도 그들은 우리의 긍지[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0.02.01 11:50

아이티 지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이 가진 역량만큼 아이티에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얼마나 떳떳할지 모르겠다. 한 예로, 지구촌 각지 재난현장에서 활약한 한국구조대의 최초 파견신청을 묵살했던 사실이 그것을 조용히 암시한다.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아이티 성금 소식이 몇 있기는 해도 아직 미국.영국 등지에서 열린 자선 콘서트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연예인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민심은 강퍅해져서 누군가의 고통을 나누기에 인색해졌다. 부자(지향)민국 한국의 현재는 '나만 아니면 되지'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낭패감을 안겨준다. 그런 속에서 일밤의 존재는 긍지와 보람으로가슴을 쓸어내리게 해준다.

잠비아 우물에 이어 일밤 단비팀이 찾은 스리랑카는 내전으로 민초들의 삶이 심각하게 파괴된 곳이다. 지난주 폭격과 지뢰로 다리를 잃은 두 청소년에게 의족을 선물하는 내용을 담았을 때만 해도 굳이 의족 때문에 스리랑카까지 가나 싶었더니 단비가 노린 것은 훨씬 더 큰 것에 있었다. 두 소년이 잃었던 다리, 그것을 대신할 의족은 단비 2차 해외 원정이 갖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제공한 낡은 축사부지에 우기로 인해 공사도 8차례나 중단.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완공까지 단비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뿐. 이들은 어쩌면 잠비아의 물보다 더 중요한 일을 더 혹독한 상황 속에서 시작했다. 바닦 콘크리트를 타설하고는 48시간 만에 정식으로 취침시간을 맞은 그들. 아무리 돈 받고 하는 그들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참 쉽지 않은 일이며 적어도 그들 스스로 마음으로부터 동하지 않고는 해내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스리랑카 내전에 동원된 소년병의 나이는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12살부터였다고 한다. 아직 어리광이나 부릴 나이에 총을 들고 전장으로 나가야 했다. 참 밋밋하게 말하는 내가 우선 문제지만 어떤 말로 이 비극적 상황을 모두 담아낼 수 있겠는가. 죽음은 인류에게 유일한 평등한 섭리지만 12살은 그것과 대면하기에는 너무도 이른 나이다. 미국 재난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어린이와 여자 먼저는 이들에게 아무 해당 없는 사치였다.

그 소년병들이 다시 잡은 것은 총 대신 삽이었다. 내전으로 벌어진 참상은 이미 희미한 옛 추억처럼 치부되지만 우리 역시 절절이 겪어야만 했다. 전후 복구에 대해서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파괴된 국토를 재건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바다 건너온 도움이었다. 그 속에는 정말 아무런 이면도, 목적도 없는 나눔도 존재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우리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었다.

한국전쟁, 그 이후로 반세기를 넘겨서야 비로소 피원조국의 입장에서 원조국으로 위상을 바꾼 대한민국. 그 자랑스러운 채무이행에 단비가 있다. 그것도 알아서 척척 다해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그곳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도움 받았다는 느낌보다는 함께 이뤄냈다는 긍지와 보람을 주고자 한 접근은 주목해야 할 단비의 덕목이다. 단비팀이 세운 스리랑카 1호 학교는 원조보다는 역시 나눔이었다.

김영희CP의 일밤 복귀 후 처음 한두 주는 모든 사람들이 칭찬 일색이었다. 추노에도 나왔듯이 교언영색 선인의라던가 그 달콤한 찬양은 시청률의 하락과 함께 자취를 감춰버렸다. 논리는 단 하나로 귀결된다. 예능이면 웃겨야 한다는 것이다. 웃기지 않으면 공익이 공해라도 된다는 말인지 의문이다.

   
 

다시 아이티 이야기를 해보자. 지구상 최대 빈국이라는 아이티에 2차 여진 후 벌어진 풍경에 할 말을 잊었었다. 아이티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유엔기지로 몰려드는 반면 그 최대 빈국에도 존재하는 한 줌의 부자들은 미국 대사관 앞에 장사진을 쳤다. 또한 지금 우리들은 그들의 고난에 눈물짓고 있지만 이미 오래전 MBC 더블유(W)를 통해 아이티 진흙쿠기 이야기를 접했었다.

지진 이전에 아이티 민초들은 밥 대신 진흙으로 연명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지진이 아니라도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차라리 지진은 그런 아이티에 이목을 모아줬으니 불행 중 다행인 결과를 낳았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지진이 일어난 아이티 말고 단비가 찾은 스리랑카 그리고 다음 행선지인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사정은 얼마나 다를까? 조금 나은 형편이겠지만 삶의 질은 큰 차이가 없다. 그곳에 비극적 재난이라도 일어나야 단비를 칭찬할 것인지...

참 근면하고 영리한 국민들의 인내와 노력으로 대한민국은 잘?? 사는 나라가 됐다. 이제는 남을 좀 돕고 살 처지도 이유도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단비의 행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재미없으니 하지 말라는 것은 좀 심한 처사다. 도움이 절실한 곳을 찾아 단비는 우물을 파고, 학교를 짓는다. 특히 단비가 어린이들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단비는 잘하고 있다. 남이 하는 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꼽사리로 긍지를 느끼는 것이 쑥스러울 따름이다. (1월 25일 발행)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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