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말한다. '중도 실용'으로 정권 운용 기조를 바꾸었다고 스스로 내세우고, 이 정권과 운명공동체 관계에 있는 수구 신문들이 보도하지만 믿는 이는 거의 없다. 심지어 기업계에서는 전혀 '비즈니스 프렌들리' 하지 않다는 원성이 들려온다. 물론 이 원성에 섞인 엄살을 구분할 줄 아는 현명함은 반드시 필요하다. 법인세 인하 등 이 정권에서 따먹은 과실에 대해 자본은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정권을 향해 들리는 자본의 불만은 언제나 술자리 안주 거리이거나, 공식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야사'의 차지다. 이전 정권들에서 기세 좋게 대들던 자본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광화문 한 복판 세종대왕 뒷전에다 스노보드 경연장을 20여역원을 들여 만든 뒤 철거하는 '전시 토목공사'엔 난데없이 MB의 탯줄인 그룹 소속 카드사가 후원했다. 동계 올림픽 주최를 위해 평창에다 반영구적으로 세우자는 식의 제안조차 이 정권에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 전시 토목공사에 대한 그 카드사의 후원이 '팔을 비틀린' 결과인지, 이 정권의 혜택을 적극 누리기 위한 부역의 산물인지 궁금해진다.

▲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 ⓒ오마이뉴스
한 번도 자본 위에 군림한 적 없는, 아니 군림할 수 없었던 두 자유주의 민주정권의 나약함(?)과 견줘볼 때,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자본 위에 군림하는 양상을 보이는 이 정권과 자본과의 관계는 그만큼 관심의 초점이다. 그래서다. 지난 12월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관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공청회에 공술인으로 참가한 필자에게 강승규 의원(한나라당)의 물음에 귀가 번쩍 뜨였다. 친MB계 실세의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하는 강 의원은 한 공술인에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은 물론이고 승인이나 허가 대상이 아닌 '인터넷 포털'에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징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동의할 수 없는 경제이론적 배경을 지닌 그 공술인은 "기금의 성격을 달리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흥미로웠다. 한 후배로부터 '포털한테서 기금 걷자'고 말하는 논객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게 얼마 전의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사업자에게 지우는 일종의 '공적인 부담금'이다. 공적인 부담을 지우기 위해서는 목적과 요건이 분명해야 한다. 인터넷 포털에 어떤 명목으로 부담금을 지울 수 있을까? 독과점적 사업자라서? 그러면 법원이 독과점 사업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네이버도 해당이 되지 않는다.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기간통신망을 사용해서도 아니다. 인터넷 포털은 모두 통신망 사업자로부터 망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는 명분은 '인터넷 포털'이, 포털 사업자가 자기 마음대로 서비스를 제공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사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라 수백만, 수천만명이 이용하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적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 요건에 이른바 '사회화한 기업'이라는 것이 포함된다면, 이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커뮤니케이션 분야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로 확대될 수 있는 지평을 여는 것이자, 공공정책의 한 획을 긋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이나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 등처럼 한국경제를 좌우할 정도로 사회화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은 이들 기업이 자발적으로 베푸는 차원이 아니라, 법과 제도로 강제할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의원과 그 공술인의 물음과 답변을 들으며 떠오른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강 의원에 해주고 싶은 말도 떠올랐다. 인터넷 포털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할 궁리를 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게 있다고 말이다. 그것은, 지상파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디지털 텔레비전 단말기를 제조하는 가전업체들에게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부담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상파디지털전환특별법을 개정하든지, 아니면 '디지털 텔레비전 수상기 보급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관련 규정을 마련하든지 해서 정부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 무임승차하면서 그 이익만을 누리고 있는 가전업체에 대한 공적 부담금 부과를 시급히 실현시키라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에 어떤 공적 부담을 지울 수 있으려면, 지상파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가전업체가 누리는 것과 같은 관계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신문산업의 변화한 유통구조로 인해 포털이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에 포털을 현행 신문발전기금을 부담하는 주체의 하나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주장에도 해외 포털과 달리 국내 포털은 자신이 매개하는 기사의 콘텐츠 수수료를 해당 언론사에 지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진 못하다. 그만큼 정당화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정부 여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 '팔 비틀기'가 아니다. 이미 합의돼 있는, 지상파 디지털 전환 과정에 대한 가전업체의 부담을 실천하기 노력이다.

* 위 기고문은 방송기술저널 22일자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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