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최저기온 영하 5도로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한 16일 낮 12경,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계약직지부 조합원 3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비정규직 해고주범 이병순은 각성하라' '국민의 방송 KBS, 비정규직 일괄해고' 등의 피켓이 그들 앞에 놓여있었으며, 그들 곁에는 10여명의 청경들이 서있었다.
교섭이 결렬된 13일 오전, 당초 계약직지부원 50여명이 KBS본관 로비에서 농성을 벌였으나 청경이 이들을 강제로 끌어낸 탓에 홍 지부장을 비롯한 8명만 남은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 취재하러 온 기자들까지 막는 KBS
이날도 청경들은 KBS본관 정문 앞에서 일일이 신분과 용건 등을 확인한 후 출입을 허락했다. 평소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던 본관 로비에 계약직지부 조합원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더군다나 청경들은 이 문제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까지 막아섰다.
KBS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기자들을 향해 "홍보팀을 통해서 (출입기자인지) 확인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들은 "취재방해"라며 항의했으나, 청경들은 같은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당사자인 홍 지부장이 없는 채 진행됐다. KBS계약직 지부는 "사추위의 홍미라 후보 추천이 단순한 구색맞추기용이 아닌 공영방송의 가치와 지향점에 대한 진정성있는 고민과 숙의, 공론화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홍미라 후보가 꿈꾸는 공영방송은 세상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그동안 소외되어 온 계층을 보듬고자 하는 방송"이라고 밝혔다.
계약직지부는 KBS가 구현해야 할 7대 가치로 △국가와 시장권력으로부터의 독립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배려와 인간 존중을 통한 '휴머니티'의 구현 △자유로운 조직과 창의적인 문화, 독창적인 콘텐츠를 통한 '크리에이티브' 구현 △다양성 구현 △문화를 창조하고 선도하는 최고의 품질 구현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 도시와 시골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사회문화적 '녹색' 혁명 △정의, 성실, 공정에 대한 '책임' 경영 구현 등을 제시했다.
"KBS노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앞장서달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KBS노조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는 "국민이 수신료를 내는 이유는 KBS가 이 사회의 소외된 곳까지도 두루 살펴보라는 뜻인데, 내부에서부터 사회적 약자들을 잘라낸다면 과연 KBS는 시민들 앞에 당당할 수 있겠느냐. 이병순 사장이 연임하면 곧 정규직에도 '경영효율'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이 들이닥칠 것"이라며 "공영방송 사수투쟁에는 사장선임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