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제도의 의무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위에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논의의 불을 붙인 곳은 한국언론재단이다. 언론재단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ABC 제도를 특집으로 다루며 ABC 제도의 전면적인 실행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정부는 지난 10월 6일, <정부광고 시행에 관한 규정>를 국무총리 훈령으로 발표하고, 정부 광고를 ABC협회 발행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 및 잡지에 정부 광고를 우선 배정한다고 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연 1200억 규모의 정부 광고가 ABC 검증을 받는 신문 잡지에 우선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ABC 제도 도입이 뜬금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은 야당이던 시절 신문사 발행부수 공개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1월 17일 개정된 신문법은 17조에서 신문사의 발행부수를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했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문제 삼아 “언론자유의 토대를 흔드는 매우 중대한 침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특히 신문발전위원회(이하 신발위)가 신문법에 의해 전국 신문사에 발행부수, 유가판매부수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때, 한나라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신발위의 처사가 “비판언론을 앞으로 확실하게 탄압하기 위한 통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여진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에서 앞으로 상임위, 정조위별로 상당히 구체적이고, 강력한 대응절차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무화된 ABC제도가 거대 신문사의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 30일, ABC협회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신문 유가부수 기준을 구독료 정가의 80%에서 50%로 낮추는 ‘신문부수 공사 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유가부수 산정 기준이 완화되면서 <조선일보>가 <스포츠조선>을 끼워 팔 경우,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모두 유가 부수로 인정이 되는 셈이다. 이에 <한겨레>는 8월 30일자 사설을 통해 “문화부가 에이비시협회를 통해 부수 산정 기준 완화를 관철하려는 것은 시장질서 교란의 주범인 친정부 신문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려는 의도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ABC제도의 의무화가 기존의 신문고시를 사문화 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느슨한 ABC제도가 사실상 의무화 되면, 신문고시를 비롯한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여러 조치들이 사실상 무력화 되는 셈”이라며, “외부의 민간기관이 유가부수, 발생부수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신발위나 언론재단의 공식적인 기구가 이를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010년 10월로 예정된 국제ABC연맹 서울총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ABC 협회 민병준 회장은 지난 4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ABC도 안 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총회를 할 수 있나”며 “연내 성과가 없으면 서울 총회를 반납하려는 생각도 갖고 있을 정도”라고 밝히며 ABC 제도 도입에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는 ABC협회가 신문 잡지 등 언론매체가 보고한 부수나 접촉자 수를 일정 기준에 따라 평가·조사해 공개하는 인증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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