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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광 오피스', 취준생이 세상에 날리는 직격탄[이주의 BEST&WORST] MBC <자체발광 오피스>, SBS <피고인>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7.03.18 10:23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취준생들이 세상에 날리는 직격탄 <자체발광 오피스> (3월 16일 방송)

독설하는 상사와 할 말 다 하는 취준생이 만났다. MBC <자체발광 오피스>는 현실적이면서도 코믹한 오피스 드라마로, 하석진과 고아성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서우진(하석진)은 ‘열심히 노력’하는 취준생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샐러리맨이다. 은호원(고아성)은 진상 손님에게 김밥으로 머리를 맞아가며 아르바이트하는 틈틈이 이력서만 100개 넘게 썼지만 여전히 취업준비생 신세다. 

MBC <자체발광 오피스>

서우진과 은호원의 첫 만남은 동기식품 면접장이었다. 서우진은 면접관, 은호원은 피면접자였다. 이력서를 100번이나 썼다가 탈락했다는 은호원의 말에 서우진은 “100번이나 떨어지면 병신 아냐?”라고 중얼거렸다. 은호원은 별 볼 것 없는 자신의 스펙을 만회하기 위해 남들이 면접을 볼 동안 면접장 벽보고 ‘묵언수행’까지 하는 모욕을 견뎠다. 덕분에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타 면접관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으나, 서우진은 “감사 좋아하네”라고 은호원을 비웃었다. 

서우진이 약자에게만 강한 줄 알았더니, 강자에게도 똑같이 강한 모습이었다. 직장 상사가 인사 청탁을 부탁했으나, 단칼에 거절했다. “이 친구 할아버지가 장관이래”라는 상사의 말에, 서우진은 “참 회사 꼬라지가 장관입니다. 이런 사람들 해외 마케팅으로 발령 내는 꼬라지가 정상입니까? 장관이든 장군이든 그 사람 제 밑으로 못 들어옵니다”라고 말하면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는 냉정함을 보였다. 

MBC <자체발광 오피스>

은호원은 온갖 모욕을 견뎠음에도 동기식품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 급기야 한강 다리에 올라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하라는 대로 다 했잖아요, 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야 된대서 진짜 열심히 했고요. 장학금 받으려고 잠도 안 자가면서 미친 듯이 했고. 먹고 살려고 밤새 알바도 하고. 한다고 했는데, 한다고 했는데. 저한테 다들 왜 이러세요? 누군 가난하고 싶어서 가난해요? 취직하기 싫어서 안 했어요?” 지금 취준생들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은호원은 그들을 대신해서 직격탄을 날렸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독설을 날리는 서우진과, 면접장에서는 늘 기죽어 있지만 어떻게든 할 말은 다 하는 은호원. 두 사람의 패기가 만나면 어떤 에너지가 탄생할까. 그것이 앞으로 <자체발광 오피스>를 이끌어가는 주된 힘이 될 것이다. 서우진 캐릭터 덕분에, 단순히 취준생들을 대변하는 드라마로만 머물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다. 

이 주의 Worst: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피고인> (3월 13일 방송)

애초에 SBS <피고인>이 얘기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꾸역꾸역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진실을 찾기 위한 검사 박정우(지성)의 고군분투였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피고인>은 ‘오늘은 또 차민호(엄기준)가 누굴 죽일까?’라는 궁금증이 더 지배적이다. 

진실을 둘러싼 악인 차민호와 검사 박정우의 대결은 갈수록 거대한 추격전이 되었다. 진실을 향한 박정우의 고군분투는 어느새 탈옥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쫓고 쫓기고, 죽이고 또 죽이는 구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메시지가 증발해 버렸다.

SBS <피고인>

지난 13일 방송된 <피고인> 15회는 또 한 번의 실망감을 안겨줬다. 박정우를 믿는 부장 검사는 유일한 증거인 ‘차민호의 피가 묻은 칼’을 국과수에 전달하러 차에 올랐다. 차민호는 ‘살인 전담 부하’ 김석(오승훈)에게 살인을 지시했다. 김석이 화물차로 부장 검사의 차량을 치기 직전, 또 다른 화물차가 등장했다. 바로 박정우의 조력자 신철식(조재윤)이 운전하는 화물차였다. 그는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김석의 살인을 막아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동안의 추격전이 막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진실에 다가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진범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증거였던 칼의 혈흔 감정서가 차민호에 의해 조작되고, 박정우의 무고함을 밝혀줄 수 있는 유일한 증인 성규(김민석) 역시 차민호의 지시에 의해 살해됐다. 다시 제자리. 얼마나 더 없애고 죽여야 박정우는 온전히 딸 하연(신린아)과 재회할 수 있을까. 

SBS <피고인>

문득 SBS <추적자>가 생각났다. 고등학생 딸이 교통사고로 죽고 그 충격에 아내까지 잃은 백홍석(손현주)이 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였다. 디테일에 있어서는 <피고인>과 다르지만, 가족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친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거대한 권력과 절대 악인의 존재가 드러난다는 점이 유사하다. <추적자>의 백홍석은 딸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거대한 권력에 맞서 지난한 싸움을 벌였다. 끝없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무모한 순간에도, 이 드라마는 애초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 매 장면이, 백홍석의 모든 좌절이 모두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엔 통쾌한 복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SBS <피고인>

그러나 <피고인>은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이미 시청자들은 피로해지고 지칠 대로 지쳤다.  이제는 박정우가 이긴다고 해도 그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싸움에만 ‘줌인’하다 보니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됐다. 그들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무엇을 위해 이리도 죽고 죽이는지 ‘줌아웃’해서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됐다. 그것이 박정우의 조력자이자 여자 주인공인 서은혜(권유리) 변호사의 비중이 줄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진실을 밝혀주는 유일한 조력자는 이제 그저 하연이의 소식을 전해주는 소식통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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