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파면 선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 정치'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보수언론도 "이제 그만 하라"며 만류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들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귀가한 후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의 보좌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청원, 최경환 의원이 총괄 업무, 윤상현, 조원진, 이우현 의원이 정무, 김진태 의원이 법률, 박대출 의원이 수행, 민경욱 의원이 대변인 업무를 맡았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친박계 의원들을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를 따 '삼성동계'라는 말도 나온다.

이 같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야당을 비롯해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언론도 함께 비판에 나서 눈길을 끈다.

▲14일자 조선일보 사설.

14일자 조선일보는 <박 전 대통령, 역사에 평가 맡기고 시민으로 돌아가길> 사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간 직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이런 일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면서 "각 정당은 박 전 대통령이 불복 투쟁에서 나아가 정치를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논란이 벌어진 지 하루가 지나도록 박 전 대통령은 아무 반응을 하지 않고 있어 '불복'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의가 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4년을 재직한 그가 절대다수 국민의 바람과 달리 불복 투쟁을 벌이거나 정치를 다시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조선일보는 "탄핵논란으로 국민은 지칠 정도로 상처받았다"면서 "국정은 경제·안보 복합 위기 속에서 위태롭게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헌재 결정으로 모두 매듭짓고 중대한 국정 현안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분열·대립을 끝내고 통합을 향해 한 발짝씩이라도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긴 채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갔다"면서 "이 불문율이 이번에도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박 전 대통령, 친박 폐족 모아 '사저 정치' 나서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 앞에는 어제 아침부터 지지자들이 찾아와 탄핵 무효를 외쳤다. 이른바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도 출범했다"면서 "윤상현, 조원진 자유당 의원 등 친박 인사들도 다녀갔다.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 의원 10여 명은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한 총괄·정무·법률·수행 등 역할 분담까지 마쳤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그러나 비선과 '문고리 3인방'을 막아 서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기는커녕 탄핵당하게 만든 친박은 '폐족 선언'이라도 해야 마땅하다"면서 "얼마 남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 기대 끝까지 정치생명을 연명하겠다는 태도는 혐오를 자아낼 뿐"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박 전 대통령도 친박 보좌그룹 구성을 보고받았을 테지만 이를 말렸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면서 "더구나 사저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과 지지세력의 조화는 자칫 '사저 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삼성동을 드나드는 이들 중 일부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불복을 선동해온 인물들"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을 빌려 직·간접적으로 불복의 정치 메시지를 확대·재생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헌재의 탄핵심판이 기각될 것으로 확신했다고 한다"면서 "친박이 탄핵 이후까지 박 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도 당장은 탄핵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지지자들에게 의지하고 싶겠지만, 무엇이 훗날 역사에 대통령다웠던 전직으로 기록되는 길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4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과 박근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상 두 번째 여성 재판관인 이 권한대행의 퇴임식은 가족 초청 없이 헌재 직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9분 만에 끝나 '간소하면서도 아름다운 퇴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면서 "그러나 탄핵 이후 상황은 정 반대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 당사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복 의사를 밝힌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그제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면서 "일견 최고권력자에서 뇌물수수 피의자로 바뀐 데서 오는 착잡한 심경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헌재 결정문에 나와 있듯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위해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공익실현 의무가 있다"면서 "며칠 전까지 국가 최고위직 공무원이던 사람이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의 결정에 불복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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