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곽덕훈 신임 사장은 "EBS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지켜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곽 사장은 노조의 '향후 EBS의 독립성, 전문성 침해 사태 발생시 노사가 공동으로 대응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선언문 낭독 요구에는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전 10시 30분, 서울 도곡동 EBS본사에서 열린 '사장 검증 공청회'에서 곽덕훈 사장은 △공교육 내실화와 사교육비경감 △문화, 교양, 직업 및 평생교육의 균형발전 △녹색성장시대의 디지털 교육방송으로서 Green EBS 확립 등을 'EBS발전을 위한 중점 추진과제'로 내세운 내용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이후 진행된 직원들과의 질의 과정에서 'KBS와의 통폐합', '학원방송화' 논란 등에 대해 곽 사장은 "EBS의 독립성과 전문성, 편성의 자율성을 지켜내겠다"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200여명의 직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곽 사장의 프레젠테이션과 질의 응답 과정을 지켜보았다.

▲ 이날 열린 검증 공청회에는 200여명의 직원들이 참석했다. ⓒ곽상아

KBS와의 통폐합…"독립성 확고히 해야"면서도 즉답 피해

KBS와의 통폐합 문제에 대해 곽 사장은 "변화되는 패러다임 속에서 EBS가 어떤 입지를 차지할 것인지에 대해 좀더 면밀하게 분석하겠다. 정책기획센터에서 이 부분에 대해 여러가지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EBS의 장기적 발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 직원이 'KBS그룹론을 주창하고 있는 방통위에 대해 반대입장에 서겠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곽 사장은 "어느 곳에 흡수돼서 서브그룹이 되는 것보다 교육의 독립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곽 사장은 '노사는 EBS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전하기 위해 공동대응한다', '노사는 EBS의 독립성, 전문성, 자율성을 침해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하며, 이를 위해 노사 동수의 실무소위를 구성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선언문에 대해서는 "EBS의 독립성, 전문성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선언문을 읽는 것은 사장으로서 전략을 다 노출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거부했다.

곽 사장의 거부에 직원들이 "애매하게 넘길려고 하지 말라. EBS의 독립성과 위상 부분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맞섰다.

이에 곽 사장은 "직원들의 우려는 다 알고 있지만 정책기획센터에서 대응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하니 좀더 생각하고, 논의해보겠다"며 "사장으로서 그런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저에게 전략적 접근을 할 수 있게끔 여지를 달라"고 재차 거부 했다.

다큐, 교양 프로 '긍정'…학원방송화 논란 "편성의 자율성 보장돼야"

'EBS 학원방송화' 논란을 낳았던 'EBS를 통한 사교육비 10% 절감' 문제에 대해서 곽 사장은 "EBS사장이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해서 줄여지는 게 대한민국인가. 현재도 수능 채널이 잘 운영되고 있지 않느냐"라며 "기본적으로 저는 편성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큐, 교양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곽 사장은 "EBS 다큐 '한반도의 공룡'은 매우 좋은 프로그램이다. 교육과 연계한 다큐를 만든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오전 10시 30분, 서울 도곡동 EBS본사에서 열린 '사장 검증 공청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곽덕훈 EBS사장. ⓒ곽상아

▲ 오전 10시 30분, 서울 도곡동 EBS본사에서 열린 '사장 검증 공청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곽덕훈 EBS사장. ⓒ곽상아

"좋은 프로 만들면 국가교육 패러다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지원"

곽 사장은 1차 사장 공모때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것과 관련해 "1차 공모 면접하러 올 때만 해도 EBS와의 인연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외부 면접 위원 3명 중 1명이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를 잘 만들어봤는데 EBS도 멋지게 만들어보시죠'라고 하더라"며 "KERIS 원장으로 재직할 때 좋은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EBS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국가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사장직에)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KERIS 원장으로 재직하는 도중에 EBS사장 공모에 응시했다. '몰염치한 사장은 필요없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한 직원의 질문에 곽 사장은 "지원을 한 이후 공모 사실을 교육부와 KERIS 측에 알렸다. KERIS 원장으로서 3년임기를 못 채우고 떠난 것은 안타깝지만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KERIS와의) 협업 모델을 구축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EBS사장직을 도중에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곳에서 마지막 정열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출신 부사장 내정설 "모른다…능력만 보고 결정할 것"

방통위 출신 부사장 내정설에 대해서 곽 사장은 "나는 그분을 모르고, 임명 과정에서 그 문제에 대해 한번도 들은 바가 없다"며 "출신보다는 능력면에서 EBS를 발전시킬 수 있는 분이 오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부사장 선임에서) 사장의 생각과 방통위의 생각이 불일치할 경우 사장의 생각을 관철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그 문제에 대해 (방통위의) 어느 누구로부터도 귀띔을 받은 바 없다"며 "EBS발전에 가장 적절한 사람을 쓰는 것이 저의 소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청사 이전 문제에 대해서 곽 사장은 "당연히 해결되야 할 문제"라며 "우리의 자체수익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자체 수익을 추가로 창출하든가 국고보조를 받아내는 형식으로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간평가를 받을 의향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곽 사장은 "없다"며 "그런 평가를 받지 않을 만큼의 성취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 EBS지부는 19일 오후 대의원 대회를 열고 곽 사장에 대한 가부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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