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걸그룹 'AKB48'을 떠올리게 했던 Mnet <프로듀스 101>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고, 그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한 프로젝트 걸그룹 'I.O.I(아이오아이)'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Mnet은 보이그룹판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지난해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다.

그런데 <프로듀스 101> 시즌2는 지난해 <프로듀스 101>에 비해 프로그램에 참여할 연예기획사 소속 보이그룹 연습생을 모집하는 게 쉽지 않은가 보다. 그 속내를 쉬이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프로듀스 101> 시즌2 관련 기사를 보면 꽤 오랜 시간 활동해 오던 보이그룹 멤버들이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참여하는 내용이 상당수이다. 이 중 일찌감치 <프로듀스 101> 시즌2에 멤버 전원 참여 확정을 지은 '뉴이스트'는 무려 데뷔 6년차에, 해외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온 중견 아이돌 그룹이다.

그룹 뉴이스트가 지난해 8월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다섯 번째 미니앨범 'CANVAS' 쇼케이스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뉴이스트처럼 <프로듀스 101> 참여를 기정사실화하진 않았지만, <프로듀스 101> 시즌2 참여 그룹으로 거론된 '크나큰', '헤일로' 등도 최소 몇 년 이상 활동했던 기존 아이돌 그룹이다. 하지만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 몇 년 이상 활동한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니 머리가 약간 얼얼해지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들 외에도, 활동한 지 꽤 되었지만 대중에 알려지지 못한 아이돌 그룹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그래서 통편집될 것을 각오하고 명절마다 방영되는 MBC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에 출연해 악착같이 뛰어다니는 것이고, 하다못해 5년 이상 활동한 경력과 자존심을 굽히고 <프로듀스 101>에서 아직 보이그룹이 되지 못한 연습생들과 동급에서 경쟁해야 하고, 다른 연습생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안 좋은 소리까지 감수하는 것일 게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 기존에 활동했던 보이그룹들의 출연이 활발해진 것은, <프로듀스 101>을 통해 인지도를 확 높인 다이아 정채연의 영향이 크겠다. 정채연이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을 때도 기존 걸그룹 멤버가 신인 걸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결국 정채연은 최종 아이오아이 멤버가 되었다. 이 후에도 아이오아이와 다이아 활동을 병행해 말이 많긴 했지만, 어쨌든 정채연은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인기 아이돌이 되었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참여한 기존 보이그룹 멤버들 또한 정채연처럼 이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최종 멤버에 합류한다고 해도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게 쉽지 않지만, 만약 최종 멤버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어떨까. 하지만 이들에게는 몇 년 이상 아이돌로 활동한 자존심도 사치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대중의 관심이다. 그래도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올라갈 수 있고, 주요 포털 연예기사에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한 줄이라도 나갈 수 있으니까.

<프로듀스 101> 시즌2가 <프로듀스 101>처럼 잘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프로듀스 101>과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어떻게든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자 하는 청춘들의 꿈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꿈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 모든 청춘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소수다. 특히나 아이돌, 연예인처럼 파이가 한정적인 시장에서는 말이다. 차마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성공을 응원하지는 못하겠지만, 고민 끝에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는 청춘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프로듀스 101> 시즌2가 잘되어야할 것 같은데, 여러모로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합니다.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http://neodo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