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기획 <쌈>ⓒKBS
지난달 22일 ‘전자발찌 1년, 내 아이는 안전한가?’편(나영이 사건)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KBS 시사기획 <쌈>이 폐지논란에 휩싸였다. KBS 사측이 가을개편을 통해 시사기획 <쌈>의 프로그램 명칭을 변경하는 방침을 정하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시사기획 <쌈>이 가을개편에서 폐지되는 <시사360>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 시사기획 <쌈>의 한 관계자 “‘폐지’는 아니고 프로그램의 제목을 바꾸라고 이야기해서 논의 중이고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목을 바꾸라는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면서 “다만 그동안 ‘싸움’을 의미하는 <쌈> 제목이 전투적이고 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인 것으로 어림짐작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병순 사장이 취임하면서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 제목을 바꾸라고 요구할 때부터 <쌈>도 함께 거론됐었지만 제작진에서 ‘못 바꾼다’고 해서 그대로 갔던 것”이라면서 “이번에도 제작진에서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프로그램 제목을 바꾸려면 제작진이 의견을 내고 그것을 가지고 사측에서 선택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우리는 의견을 제시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내지 않고 있다”면서 “가을개편이 이제 10일밖에 남지 않았고, 제작진이 버티면 사측에서 맘대로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제목을 바꾸더라도 허겁지겁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성격, 개선방향 등 고민지점에 대해 설문조사도 해보고 해서 바꿔야지 이름만 바꾸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쌈>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인데 지금의 인지도까지 올리려면 힘이 들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말만 프로그램 ‘명칭’만 바꾸라는 것” 사실상 ‘폐지’

그러나 이와 다르게 프로그램 ‘명칭’만이 아니라 ‘내용’까지 수정하라는 지시로 사실상 <쌈>을 폐지하라는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관계자는 “이름을 바꾸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라 가을개편의 ‘방침’으로 사실상 <쌈>을 폐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디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제목을 바꾸라는 명분을 ‘<쌈>의 방향성이 제한적이어서 다른 내용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면서 “진정 그런 것이라면 프로그램의 목적을 넓히면 될 것이지 왜 이름까지 바꾸려고 하는 것이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KBS 내부에도 이병순 사장이 <쌈>을 싫어한다는 말이 파다하다”면서 “말만 이름만 바꾸라고 하는 것이지 사실상 <쌈>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쌈>은 3년 동안 어렵게 인지도를 쌓아왔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이름을 바꾸건 폐지하건 명분이 없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사장도 현장을 비롯한 KBS 내부에서 반대하는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미디어행동 대외협력국장은 “<시사투나잇>이 <시사360>으로 바뀌면서 사회고발 프로그램이 줄어든 것처럼 시사기획 <쌈>도 그런 우려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는 <시사투나잇>이 <시사360>으로 그리고 이번 가을개편에서 폐지되는 KBS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축소와 같은 일련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박영선 국장은 “<쌈>이란 명칭 그래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사기획 <쌈>은 2006년 11월 ‘한미FTA,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편으로 시작해 3년 동안 ‘파워엘리트, 병역을 말하다’, ‘김앤장을 말한다’, ‘삼성의 나라, 두 얼굴의 진실’ 등 권력에 대한 비판을 통해 시청자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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