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공무원 노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법원공무원노동조합)가 통합됐고,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예상된 결과였지만, 민주노총으로선 간만에 볕든 결과이기도 하다. 당장에 제1노총의 위상을 확보했고, 안팎으로 가혹하던 민주노총 위기론을 당분간은 유보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정부의 히스테리와 조중동의 짜증은 극에 달했다. 정부는 즉각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고, 조중동은 극언을 쏟아 부었다. 정부의 논리와 엄포는 간단하다. "공무원은 헌법상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으나, 민주노총 강령에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정치투쟁시 모든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엄벌에 처할 것임을 천명했다.

조중동의 협박은 더 노골적이다. 조선일보는 "공무원노조, 전교조가 넘어진 길 그대로 쫓아가나"로 사설 제목을 뽑았다. 한 마디로, 전교조처럼 만들어주겠다는 얘기이다. 중앙일보 역시 "공무원 노조 끝내 시대 역행하나"며, '10여 년 전 순수한 의도에서 민주노총 산하에 들어간 전교조가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지' 기억하라고 충고했다. 중앙일보가 기억하는 10여 년 전의 '순수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동아일보 역시 호소했다. "국민과 정부가 ‘민노총 공무원노조’ 방임 말아야"한다고 한다.

▲ 3개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이 조합원들의 투표로 가결된 가운데 22일 밤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민주노총 가입을 확인하는 공식 팻말을 들고 있는 가운데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오병욱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민이 방임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조중동

그 짜증이 안쓰러우면서도, 앞으로 민주노총과 공무원 노조가 맡게 될 척박한 영토를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져 오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권리는 노동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의 소신 마냥 노동 3권을 헌법에서 빼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조중동의 잣대가 아니라면 별로 나무랄 것이 없다. 조중동은 전교조보고 놀란 가슴 공무원 노조보고 왜 놀라지 않느냐는 것인데, 민주주의의 상식과 감수성을 갖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전교조에게 별로 놀란 것이 없다.

그나마 논쟁적이라고 할 만한 것을 꼽으라면 순수한 의도로 시작됐던 민주노총이 정치적 세력화를 꿈꾸며 폭력적으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이다. 결국, 국가의 녹을 먹는 이들이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를 폭력적 수단으로 달성하려는 조직에 가담하느냐는 논리이다. 근데, 이게 아이러니한 것이 중앙일보의 표현을 빌자면, 10여 년 전에는 순수한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10여 년 사이에 변질되었거나 혹은 목표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쓰는 내가 다 부끄럽다. 되도 않는 소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이다. 정부와 조중동은 그냥 노동조합이 싫은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언론인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싫다 할 수는 없으니, 할 수 있는 덧칠은 일단 다 해놓고 말이 되건 안 되건 구성할 수 있는 논리는 다 끌어들였다. 이는, 세계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이 글로벌 스탠더드의 하나인 노동자들의 권리에 몸서리를 치는 것과 정확히 같다.

조중동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덧칠을 뒤로 하며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이 그 자체로 가시적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그 의미가 평가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와 조중동의 수준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전교조의 한계와 능력 부족이 있겠지만, 그 존재가 자체로 한국 사회 교육 현장의 부조리와 모순을 드러내는 기재로 작동되는 것처럼, 공무원노조 역시 정부와 조중동의 낙후된 민주주의 감수성과 몰상식적인 공공에 대한 이해를 폭로하는 기재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체감되고 있는 사회의 위기는 다양한 내적/외적 조건들에 기인하고, 각각 다른 진단과 처방들이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가장 큰 줄거리의 결론 하나를 뽑자면, 자본의 '개발과 성장'에 맞서는 '인간주의의 회복'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간주의'라는 개념이 너무 낡고 다소 폭력적인 언어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자본의 횡포를 정부가 대행해주는 체제에서 마땅한 다른 말을 찾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공무원은 그것을 기획하고 시행하고 평가하는 악역을 맡는다. 파업을 하지 않아도 좋다. 정치 투쟁의 전위에 서지 않아도 좋다. 다만, 사회적 가치에 기반해 자본주의의 일방성을 경계해야 하는 사회 공공 부문이 고스란히 자본주의의 구조를 닮아가는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하고 각성할 수 있는 내부자가 되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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