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것에는 어느 정도 동의가 되는데,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란 수사는 여전히 좀 의문스럽다.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책을 좀 읽어야 겠군'이라는 자발적 자각이란 것이 정말 계절풍의 영향으로 인한 심 인지적 변화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말랑한 미디어는 가을을 맞이하여, '책책책'이다. 납득되지 않는 시류에 편승한 기획이기도 하고, 기획보다 기사가 먼저 나갈 정도로 후다닥 준비했다. 글로 밥을 버는 사람들은 대개 기회가 되면 써야겠다 싶은 책 한권 정도는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 이번 말랑한 미디어는 <미디어스> 편집국원들의 그런 자기 고백일런지도 모르겠다. <편집자>

* 이 글에 씌어 진 모든 것은 글속의 인물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 롤랑바르트가 쓴 롤랑바르트
** 애당초 쓰는 텍스트와 읽는 텍스트의 구분이란 것이 가능할까? 글쓰기는 때때로 침범 불가침의 영역이거나 노출이 신성시 되는 굉장히 두려운, 민감한 그리고 철저히 사적인 영역이다. 또한 영도적 개념으로서의 글쓰기는 지배 이데올로기와 주류 담론을 뒤흔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글은 바르트가 자서전 형식을 빌려 쓴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를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문장의 형식을 차용하여 구성하였다. 따라서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상호텍스트성을 갖는다고 자부한다. 새롭게 창조된 문장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래, 이글은 쓰긴 보단 읽은 글이다.

1.
아마추어는 ‘자신의 즐김을 다시 새롭게 하는 사람’이다. 그 의미에 온전히 동의하며, 나는 (롤랑바르트의)텍스트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음을 자위한)다. 그것은 ‘언어활동에 대한 언어활동’에는 한계가 없다는 (롤랑바르트 혹은 누군가의)선언을 이행하는 지적 실천의 타당한 영위이며 불변의 법칙이다.

2.
‘몇 개의 단어가 이동하고 몇 개의 체계가 서로 통하여, 현대성이 시험 된다’는 것을 이제,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예를 들면 이렇다. 권력이 언론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쩔쩔거리는 그 순간 정부는 사장을 죈다. 그러면서 권력은 방송을 날치기한다. 체계는 어찌되건 통하고, 그 모든 것은 현대성의 시험을 가뿐히 통과한다.

3.
그것은 ‘하나의 단어’가 ‘동일한 문장’ 안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사실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되고, ‘사람들은 의미론적으로 그 쌍방을 향유’할 수 있다. 미디어 관련법이 통과되자 한나라당은 민주주의의 승리를 외치고, 민주주의의 신성함은 급기야 형용사화 된다. 형용사화 되고 마는 민주주의는 이미지의 영역에 편입되고, 조작과 상징의 영역으로 축소된다. 이미지화 된 민주주의는 동시대를 지배하며, 진실에 자살을 강요한다.

4.
그러나 그것은 ‘실체를 감추고 이데올로기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에서 엄연히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자본적 해방. 물론, 이것은 자본적인 것에 의한 민주적인 것의 위반일 뿐더러, 그 역도 마찬가지라는 차원에서 이중의 위반이기는 하다. 그러나 헌재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아직은 ‘최종의 위반’은 아니다.

5.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도착’뿐이다. 도착의 위대함은 자본, 법률, 상식, 과학이 ‘도착’의 위대함을 아직 모른다는 것에 있다. 더 민감해지고, 더 지각이 증대하고, 한층 더 말수가 많아지고, 더 즐거워야 한다. 한층 더한 것을 ‘도착’이 산출해낸다.

6.
자본, 법률, 상식, 과학이 만들어내는 상투적 진리에 반역해야 한다. 의미는 완결되지 않는다. ‘현 상태’와 ‘안락’에 이론적 권위를 부여해서도 안 되며 윤리적 힘을 부여해서도 안 된다. 유추에 저항하므로써 상상계를 붕괴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자본적 해방은 비참한 것이 아니라 누추한 것일 뿐이다.

7.
이 정치적 혼란의 와중에 첼로를 연주하고 수채화를 그리고 따위의 행위는 19세기의 부르주아 계급 소녀의 거짓된 소일거리일 뿐이다. 아파트 평수를 늘리는 것에는 유토피아가 없다. 우리는 기술해야한다. 위험, 균열, 심연으로!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