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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거 다보고 언제 기사쓰냐?[기자칼럼] <인순이는 예쁘다>의 유기자를 보고
황지희 기자 | 승인 2007.11.16 18:00

   
 
11월 14일 KBS <인순이는 예쁘다> 3회의 한장면이다.

MBC <태왕사신기>와 SBS <로비스트>를 놓고 무엇을 본방으로 볼까 고민하던 시청자들이 더욱 바빠졌다. KBS <인순이는 예쁘다>가 재미있다는 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걱정은 없다. 인터넷 '다시보기'가 있으니까.

한꺼번에 '다시보기'로 방송분을 보고 있으니 다음주 수요일, 목요일은 더욱 힘들어 질 듯했다. 3사 드라마 모두 각기 다른 색으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몇년만에 돌아온 표민수 PD와 탤런트 김현주는 역시 시청자를 배신하지 않았다. 순간의 실수로 살인 전과자가 된 여자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찔러댔다.

MBC <고맙습니다>에서 이런 교훈적인 드라마에서도 충분히 드라마적 재미를 느낄 수 있음을 체험했기에 편견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3회 방송분을 보다가 한참을 웃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밀어붙여' 코너를 보는 듯했다. 다음씬을 보자.

주인공 상우(김민준 분)은 방송사 문화부 기자역을 맡고 있고, 재은(이인혜 분)은 동료 아나운서다. 

재은 : 유선배
상우 : (돌아보며) 어, 왜
재은 : 이선영씨한테서 초대권 왔던데, 그 연극 재밌어요? 저 몇 장 주실래요?
상우 : 나도 아직 못 봤어.
재은 : 어머, 인터뷰만 하고 연극은 못 본거에요?
상우 : 음. 그런거 다 보믄 언제 일해?
재은 : 그럼 오늘 저랑 가실래요?
상우 : 에이, 뭘, 재미도 없겠든데.
재은 : 같이 가요. 저 이선영 씨랑 조금 알아요. 예전에 라디오 할 때 게스트로 만났거든요. 안그래도 보러가고 싶었는데. 혼자 가기 그렇잖아요.
상우 : 뭐, 그럼 이따 봐서.
재은 : (마주 서서 생긋 웃는다) 저녁 맛있는 거 살께요!

그런거 다 보면서 언제 기사를 쓰냐는 말이다. 더 웃긴 장면은 뒤에 나온다. 공연이 끝나고 선영(인순의 엄마, 연극배우, 나영희 분), 상우, 재은이 함께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선영 : 두 사람, 분위기가 참 잘 어울리는데?
재은 : 그래요? (웃으며) 제가 제일 존경하는 선배에요.
상우 : (웃는다)
선영 : 나두 우리 유기자 인상이 너무 좋드라구, 회사에서 인기 많겠어요.
상우 : 에이 뭘요. 이 선생님 역시 안목이 높으시네요.
재은 : 인상만 좋은게 아니구요. 실력이 대단하거든요. 기자로서 사명감도 투철하고, 정의감도 넘치고, 선배들한테 칭찬이 자자해요.

기자로서 사명감도 투철하고, 정의감도 넘치는 실력이 뛰어난 훌륭한 기자가 연극도 안보고 배우 인터뷰 기사를 썼단다. 더구나 "그런거 다 보믄 언제 일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인순이 따라 다니는 시간은 많으면서 말이다.

아무래도 제작진이 일부러 이런 대사들을 배치하는 듯하다. <인순이는 예쁘다>에서 상우는 지식인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진보적인 온갖말을 입에 달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속물이다.

뜨끔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최근 연예기사에는 이런 현상들이 두드러진다. 대단한 사회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속보전이 치열하다. 예전에는 그나마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후에 리뷰기사들이 올라왔지만 이제는 방송 중에도 기사들이 올라온다.

<인순이는 예쁘다>의 '훌륭한' 유기자처럼 방송도 안보고 일을 한다는 의심을 지울수 없는 기사들이 수두룩하다. 그날의 하이라이트 소개하고, 해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모아서 쓴 기사들이 상당수를 차지 한다. 게시판 분위기만 보고 대충 그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재단해 버린다.

그 시청자의 반응이라는 것도 신뢰가 안간다. 적어도 시청자 게시판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몇개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그 중 몇개는 프로그램을 옹호하는 글이었고, 몇개는 비판하는 글이었다는 식의 얘기라도 해줘야 믿고 읽을 것이 아닌가.  늘 찬반이 팽팽하다거나, 비판의 일색이었다고 말하는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식의 경쟁기사들은 방송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편견만 조장할 뿐이다. 적어도 다음날 나오는 시청률로 프로그램을 분석한 기사들처럼 최소한의 염치는 지켰으면 좋겠다.

황지희 기자  nabt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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