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빅텐트 구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야권 비문과 여권 비박을 아우른다는 반 전 총장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빅텐트론에 대해 야권이 부정적인데다 지지율 하락세까지 겹치자 반 전 총장 측은 30일 “빅텐트는 잠정 유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31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다’는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반 전 총장이 먼저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정치 도리상 맞고,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움직일 때 지지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날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이) 여기저기 텐트 치러 다니는 것 같은데, 땅이 얼어서 말뚝 박는 게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반 전 총장의 야권 비문, 여권 비박을 아우르는 빅텐트 구상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 영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의사를 보였다. 정 원내대표는 “저희들이 주시해온 외부인사 중에는 반 전 총장이 있다”고 말했고, 인 위원장은 “반 전 총장이 치는 텐트가 얼마나 클지 의문이다. 텐트가 작으면 우리는 몸집이 커서 못 들어간다. 현재 새누리당이 90여석 되는 의원들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텐트가 크면 우리도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7.1.26 hkmpooh@yna.co.kr(끝)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과 인터뷰를 가진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는 제3지대 빅텐트론에 대해 “민주당과 구별되는 빅텐트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그 구상에 반 전 총장을 염두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은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귀국 후 보여준 여러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국민이 바라는 절실한 개혁에 대해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 전 총장 중심 빅텐트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수석대변인)은 이날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제3지대 빅텐트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입장으로 뭉칠 수 있는 명분과 가치가 있어야 되는데 아직 그것을 확인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라는 애매한 말을 썼는데 그렇다면 어떠한 세력과 어떤 정치를 할 것이냐 이런 게 나와야 한다”며 “국민들은 단순히 반문 또는 친박에 반대하는 세력이 미래를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30일 ‘보수 후보 단일화’ 카드를 꺼내 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반 전 총장이) 우리 바른정당에 입당하시든, 밖에 계시든 결국 보수후보 단일화로 갈 수밖에 없는 그런 대선이 될 것"이라며 "제가 제안한 보수후보 단일화에 대해 적극 호응해주시길 제안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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