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1박2일’에서 경북 예천의 늦더위에 지친 강호동이 “텔레토비의 나나가 지구에 온 것을 다섯글자로 뭐라고 할까”라고 질문했을 때 ‘지구온난화’(지구 온 나나)라는 답이 나오는 것을 보고 포복절도했다. 하지만 조금 웃다가 내 눈가에는 작은 이슬이 맺혔다. 너무 웃길 때 나는 눈물이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생각하던 내 미래에 대한 불안이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메가 쓰나미’를 다룬 ‘해운대’의 흥행은 물론이고 지구온난화 등 기후 이변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올 초 기후 이변이 준 대단히 씁쓸한 사건을 당했기에 이런 일들이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안다.

올초가 오기전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주변에서 ‘황사 전문기자’라는 이상한 호칭이 있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3월부터 오는 황사를 아주 정확히 예측해 왔기 때문이다. 내가 황사를 예측하는 것은 ‘미실’ 같은 제사관이나 천문가라서가 아니라 황사를 불어오게 하는 다양한 요소 등을 파악해서 예측했기 때문이다.

▲ 도서 '기후 예고된 재앙' 표지
황사의 예측에는 황사 근원지의 상태라는 가장 큰 요소와 바람, 상승기류 등 몇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이 상황을 잘 체크하면 비교적 정확히 황사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황사 근원지의 상태가 최악이었다. 또 겨울 강수량도 많지 않아서 나는 대단히 강한 황사가 올 것이라는 예측기사를 썼다. 그러고 나서 2월초에 나름대로 규모가 큰 황사가 왔다.

예년보다 두 달 가량 빠른 황사였다. 나는 재앙에 가까운 황사가 올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물론 3월 말에 황사 근원지에 큰 비나 눈이 오면 황사가 줄어들 수 있지만 기온 상승 등으로 인해 강우의 가능성은 줄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3월 말에 작은 비는 왔지만 큰 강우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근거로 ‘대황사’를 예고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황사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4월이 갔고, 5월이 갔다. 큰 황사가 온다는 기사를 쓴 나는 오보를 한 셈이고 한없이 부끄러웠다. 결국 나는 앞으로 황사 예측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황사는 왜 오지 않았을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매년 2월이 넘어가면 타클라마칸에서부터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 바람은 실크로드의 관통로인 하서주랑을 넘어서, 중국 네이멍구 사막이나 사막화 지대를 타고 온다. 이때의 바람은 최고의 강도를 자랑하고 결국 먼지를 모아서 베이징 등 중국 화북지방과 우리나라를 관통한다. 그리고 일본을 지나고 심지어는 미국까지도 이른다. 이것이 황사다.

그런데 올해는 거짓말처럼 바람이 불지 않았다. 수 백 년 동안 그때가 되면 불던 바람이 불지 않았다. 당연히 황사는 오지 않았다. 봄바람만 그럴까. 9월초지만 올해는 큰 태풍은커녕 제대로 된 바람조차 이 땅에 도착하지 않았다. 물론 대만이나 중국 남부는 태풍 피해를 봤지만 이곳 역시 비의 양이 많아진 태풍이 왔을 뿐 숫자가 많아진 것은 아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하늘이 부리는 1회성 이벤트라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다. 재난 영화에서 보듯이 지구는 오랜 동안의 순환 주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게 깨져가고 있는 것은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모두가 이 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방식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문제를 들어왔다. 단지 우리와는 먼 이야기라며 외면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외면하고 싶다고 해서 진실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진실은 코앞에 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도 이제 자기 몸을 째고, 부수고, 쓸데없이 봉합하고, 불을 지르는 인간들에게 지칠만할 때도 됐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프레드 싱거 저)같은 온난화에 대해 반대하는 책도 나왔다. 이들은 1,500년 기후 변동주기론을 펴면서 온난화를 정치적, 도덕적 문제로 만들기 위한 역사상 최악의 과학 스캔들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아니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땅에서 벌어지는 에너지의 폭발적 사용 증가와 이로 인한 산불의 증가 등은 과연 지구라는 몸체가 단순히 자기 주기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주장을 비웃는다.

누가 우리가 사는 지구에 관한 묵시록을 믿고 싶겠는가. 하지만 당신이 외면하든 안하던 재앙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아니 머잖아 시작될지라도 그때는 사람의 힘으로 막기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 또 이해를 넓혀야만 최악의 재앙은 막을 수 있다.

프랑스 ‘파리과학산업관’과 ‘르 포미에’출판사가 공동 기획한 바칼로레아 시리즈는 이런 지식의 기반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그중에 일곱 번째로 나온 ‘기후 예고된 재앙’(알마 간)은 객관적인 자세로 지구의 기후 재앙에 대해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디디에 오글뤼스텐느’나 원자력연구소의 ‘장 주젤’ 등이 공동으로 펴냈다. 이 책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전하려 노력한 책이다. 46억 지구의 역사를 1년으로 봤을 때, 인간이 화석연료를 쓴 것은 마지막 2초 전이라는 것이다. 즉 12월31일 23시59분58초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시간 동안에 지구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미래 기후에 대한 다양한 시뮬레이션이나 과거현재를 분석해 미래를 전망한다. 일단 그들은 빙하의 붕괴로 인해 담수가 유입된 영향, 이런 기후 변화로 인한 몬순의 변화를 지적하면서 앞으로의 변화는 더 빨리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물론 이런 근거에는 이산화탄소의 증가(71페이지)로 인한 온난화도 있지만 급격히 늘어나는 산불로 인한 급격한 복사에너지의 상승(91페이지) 등도 있다.

물론 온난화의 원인으로 복사 에너지의 상승이 지적되자 온난화를 음모론으로 보는 견해들도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프로젝트는 미래에 대한 불편한 예측을 내놓았다.

물론 책은 이 프로젝트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체적으로 2100년 이후 급격한 온도상승이 진전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르게는 해양-대기 접합 모델을 따를 때 해양의 열염분 순환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139페이지)

누군들 불행한 미래를 보고 싶어 하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외면하든 외면하지 않든, 재앙은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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