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난 당신이 부럽습니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입니다. 그것은 바로 ‘황후’이지요. 그 목표를 두고 한 발 한 발 차고 나아가는 당신이 참 부럽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기란 힘든 일이지요.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지 태반의 사람들은 모르고 살아갈 테니까요. 저 역시 다르지 않은 그 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 '선덕여왕' 포스터ⓒMBC

미실 당신은 참 멋있습니다.

주어진 운명에 맞설 수 있는 용기가 멋있습니다. 지난 9월 1일자 방송에서 당신은 “왜 저는 성골로 태어나지 못했을까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참 슬픈 일이지요. ‘황후’를 꿈꾸나 진골인 당신은 결코 황후가 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만약 능력으로만 왕을 뽑는다면 미실 당신은 분명 당신이 꿈꾸는 ‘황후’를 넘어 ‘황제’가 되었을 거라 저는 확신합니다. 그만큼 당신이 보여준 인간을 보는 통찰력과 카리스마가 출중했으니까요. 오히려 “감히 성골의 몸에 손을 대다니…”라고 말하던 덕만공주(이요원 역)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제 눈에는 더 유치해보였습니다. 또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진평왕이 제 눈에는 답답해 보이니까요. 그렇게 성골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왕’ 자리에 오른 진평왕(조민기 역). 그리고 그 왕이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을제(신구 역)가 15년 만에 만난 자신의 딸인 덕만을 죽이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을 감아버린 진평왕이 더 잔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안타깝습니다.

당신에게 탐욕이라고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왕을 꿈꿀 수 없는 시대에 살아가는 당신이라는 전제라면. 때문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당신의 하던 악행들은 안타깝고 처연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당신이 유일하게 인정했던 ‘진흥왕’(이순재 역)을 죽이려고 할 때 당신의 맘은 편치 않았습니다.

진흥왕은 당신을 죽이라고 설원랑(전노민)에게 지시합니다. 진흥왕은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그 지시에는 백성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단순히 미실이 지배하는 세상은 안된다는 구호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살아남은 미실의 시대에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졌다는 어떠한 흐름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절대권력’으로써의 미실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차라리 진흥왕이 미실을 죽이는 것이 아닌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조언을 통해 좋은 정치가로 키웠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바로 여깄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이 생각하는 정치는 무섭습니다.

지난달 31일분 방송에서 덕만과 당신은 긴 시간 동안 정치에 대해 끊임없는 질의와 답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덕만공주에게 “미실에게서 신권을 뺏었다면 공주님께서 가지세요”라고 이야기합니다.

당시 미실 당신이 이야기했던 세상을 ‘종’과 ‘횡’으로 나뉜다는 이론 잘 들었습니다. 종으로 나누면 고구려, 백제, 신라가 있고, 신라 안에서는 미실을 따르는 자와 공주를 따르는 자로 구분된다는 것. 그러나 횡으로 나누면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로 나뉘어 공주와 미실은 한 편이라는 이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때문에 신권을 덕만공주에게 가지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현실정치로 돌아가 봅시다. 이런 말들이 많이 오갑니다. 여당일 때에는 안 그러더니 야당이 되니 왜 그러나. 민주당을 두고 하는 말이지요. 또 그 반대로 성립됩니다. 야당일 때에는 비판하더니 여당이 되니 똑같더라. 이는 한나라당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해볼까요? ‘신권’을 ‘직권상정’으로 바꾸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이번 미디어관련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데에는 국회의장의 권한인 ‘직권상정’이 큰 몫을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직권상정’이란 자체를 반대합니다. 국회법 85조는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규정 자체가 모호하고, 직권으로 ‘상정’하는 것이 아닌 ‘논의’를 독촉하는 정도여도 상관없다고 봅니다. 이 직권상정의 위험성은 이번 미디어관련법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이지요. 그러나 권력을 가진 자에게 이 ‘직권상정’이라는 것은 참으로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이번 처럼요. 과연 권력을 가진 자가 이 ‘직권상정’을 버릴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당신이 행하는 정치 역시 위험합니다. 덕만을 공주로 추인하는 과정에서 당신은 자신 세력을 더 견고히 하기 위해 부자감세를 들고 나옵니다. 귀족의 세를 낮춰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당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부자감세. 정치권력 다툼에서는 필요할 수 있겠으나 백성 전체를 두고 본다면 결코 옳은 일이 아니지요. 부족한 세수를 어디에서 보충하시겠습니까? 설마 당신도 그 누군가처럼 필수적인 생활용품에 특별세를 부과하는 방법은 아니겠지요?

▲ '선덕여왕' 포스터ⓒMBC

그런 당신에게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당신은 덕만공주와의 대담에서 정치는 ‘환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와 다르게 덕만공주는 ‘희망’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차이점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둘은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묘하게 붙어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때문에 당신은 “그 희망이란 것이 그 꿈이란 것이 사실은 가장 잔인한 환상입니다. 공주께서 이 미실보다 더 간교합니다”라고 이야기한 부분은 참으로 동의되는 지점입니다. 맥락이 없는 희망은 희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희망’이란 것이 ‘환상’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 이야기를 하면서 당신은 “군중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 줄 아십니까?”라고 묻습니다. 군중의 힘. 무섭지요. 그러나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 군중의 힘보다는 ‘사람’, ‘국민’을 무서워하는 그런 정치를 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군중과 ‘국민’의 개개인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군중의 힘은 무서워하되 국민 개개인은 무서워하지 않는 아는 분이 있습니다. ‘촛불’로 모인 시민들이 무서워 담화문을 발표하고 재협상을 지시했던 그 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무서워하지는 않는 분입니다. 모아진 군중을 무서워해 모이지 못하도록 광장을 닫고, 귀를 닫고, 여전히 고개를 빳빳하게 든 채 부자감세, 4대강살리기, 언론장악을 끈질기게 밀어붙이고 계시니까요.

그런 그가 여름휴가 때 읽었던 책이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고 합니다. 책의 내용은 사회를 이루는 개개인은 도덕적이며 이타적이지만 개인들이 모인 집단의 도덕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국가 운영을 위해서는 ‘강제성’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책이라고 합니다. 참 MB스러운 발상의 책이지요?

그런데 미실 당신 역시 군중의 힘은 무서워하지만 백성은 무서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실! 당신은 그런 실패의 정치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정 그럴 수 있다면, 성골이 아니더라도 황제가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이라면, 난 당신을 왕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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