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특검 수사와 헌재의 탄핵 심리 등에서 이슈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SBS와 JTBC는 특검 수사·헌재 탄핵 심리와 관련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반면, 공영방송 KBS·MBC의 메인뉴스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보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심층 분석 보도도 보이지 않았다. 공영방송 KBS·MBC 내부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 보도에 수동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23일 특검이 ‘블랙리스트’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했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소환하며 특검의 블랙리스트 수사가 대통령 턱밑까지 온 상태다. 블랙리스트 수사는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밝혀지면 탄핵 심판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예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날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 39명의 추가 증인을 요청했다. 헌재의 탄핵 심판을 지연할 의도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SBS<8뉴스>와 JTBC<뉴스룸>, 국정농단 사태 관련 심층분석 보도

이날 SBS<8뉴스>와 JTBC<뉴스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각각 11꼭지, 14꼭지를 배치했다. <8뉴스>는 특검이 ‘블랙리스트’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는 맥락의 보도를 톱뉴스로 4꼭지 배치했다. 박 대통령 측이 헌재에 39명 무더기 추가 증인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측, 39명 무더기 증인 신청…탄핵심판 지연 작전?>이란 제목을 뽑았고, 이어 <"최순실의 힘, 충격적"…靑 홍보수석 인사도 개입>에서는 최순실 씨가 SBS 기획본부장 출신인 김성우 씨를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임명하는 데 개입했다는 차은택 씨의 증언을 전했다. SBS는 자사 출신까지 거론했다.

▲23일 SBS<8뉴스>(왼쪽)와 JTBC<뉴스룸>(오른쪽) 보도 갈무리.

이날 JTBC<뉴스룸>은 톱뉴스 4꼭지로 박 대통령 측의 무더기 추가 증인 신청과 그 의미를 심층 분석했다. 또 이들은 대통령 측의 고의적인 지연이 탄핵심판 결정에 미칠 영향을 전했다. 백종훈 기자는 <법정 안팎 노골적 지연 전략, '탄핵심판 시계' 영향은?>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추가 증인 신청으로 헌재의 탄핵심판) 최종 결론이 3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고, 친박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도 탄핵심판 지연을 노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헌재 증언대에 선 김종 전 차관과 차은택 씨의 발언을 모아 리포트했고,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해서도 3꼭지를 다뤘다.

KBS, 국정농단 사태 보도 “의지 부족” MBC, “여전히 청와대 방송”

공영방송 KBS<뉴스9>과 MBC<뉴스데스크>는 23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각각 4꼭지, 5꼭지를 할애했다. 반면, 건강보험료 부과기준 개편을 톱뉴스로 각각 2꼭지, 3꼭지씩 배치했다.

KBS<뉴스9>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배치한 뉴스는 <김종 “박 대통령이 직접 정유라 언급…충격”>, <유진룡 “김기춘이 ‘블랙리스트’ 작성 주도”>, <최순실 체포영장 발부…‘삼성 합병’ 잇단 소환>, <고개 숙인 문체부…“부당 차별 원천 차단”> 등이다. 먼저, 헌재 증언대에 출석한 증인들의 발언과 특검의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된 리포트를 배치했다.

▲23일 KBS<뉴스9> 보도 갈무리.

헌재 관련 뉴스에서는 김종 전 차관과 차은택 씨의 발언, 그리고 대통령 측의 무더기 추가 증인 신청을 모두 엮어 전했다. 39명 추가 증인 신청에 대해서는 ‘의도적인 시간끌기’라는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측의 반박을 실으며 공방으로 처리했다. 블랙리스트 관련 리포트에서는 유 전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를 그만둬야”한다고 발언한 것은 빠져있었다.

언론노조 KBS본부 공추위 정수영 간사는 “(KBS가)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박근혜 정권과 그 측근들이 저지른 죄상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려는 의지가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국정원 블랙리스트 문건 등 일부 단독 취재물을 내보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SBS나 JTBC 등에 비해 전체 뉴스에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작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독자적인 발굴 취재보다는 특검과 헌재에서 발표하는 내용 위주로 보도하는 수동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MBC<뉴스데스크>의 보도도 KBS와 유사했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톱뉴스로 건보료 관련 3꼭지를 보도한 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김종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정유라 언급해 충격">, <차은택 "고영태-최순실, 내연관계라고 추측">, <증인 6명 추가 채택, 탄핵심판 다음 달 계속>, <유진룡 "블랙리스트 작성 김기춘이 주도">, <최순실 체포영장 발부, 특검 "26일쯤 강제 소환"> 등의 뉴스를 다뤘다.

▲23일 MBC<뉴스데스크> 보도 갈무리.

헌재에 출석한 차은택 씨의 발언으로 ‘고영태-최순실 내연관계’라고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았고 최순실 씨가 문건을 수정했다는 등의 핵심적인 쟁점들은 빠져있었다. 또 대통령 측이 헌재에 39명의 증인을 추가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증인 6명 추가 채택’이라고 제목을 뽑았고, ‘탄핵 심판 지연 의도’라는 국회 소추위 측 주장도 대통령 측 반론과 공방으로 처리했다. 또 “법조계에서는 탄핵심판이 2월 말이나 3월 초 선고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는 발언을 실었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이호찬 간사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보도의 의지 자체가 없고, 어떻게든 이 파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데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이라며 “지금 뉴스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고 얘기하는 게 MBC 보도국 수뇌부들인데, 여전히 MBC는 박근혜 변호 방송, 청와대 방송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보도에서 MBC만의 취재가 거의 없다. 단지 특검과 헌재를 중계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며 “그 보도마저 무슨 말인지 모르게 두루뭉술하게 리포트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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