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미디어법 강행통과 이후 증권가에는 모 신문이 모 대기업에 같이 방송사업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는 등 미디어법 관련 소문이 파다하다. 하지만 돌고 있는 소문 대부분은 제안을 받은 대기업이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다거나 신문사의 면담제의를 애써 피하고 있다는 등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이윤추구를 우선하는 기업 입장으로써는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사업 진출이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닌 모양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스
기업들의 이런 반응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사업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미디어법 개정에 따른 미디어산업의 전망과 과제’ 토론회에서도 종합편성채널의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토론회에서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미디어 광고는 더 이상 성장산업이 아닌 침체산업”이라며 “종편과 보도채널 등 신규 채널의 광고 매출은 시장 확대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수범 인천대 교수도 “종편의 성공은 광고 산업의 영역 확대에 있다”며 “그러나 미디어 산업의 딜레마는 광고가 늘어날 여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그동안 방송진출에 관심을 보였던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은 비상이 걸려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 신문들은 그야말로 액션을 취하는 정도지 사활을 걸고 뛰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방송사업 인허가를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더 몸달아하는 것처럼 비친다.

방통위는 광고시장의 한계로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하자 그동안 금지해 왔던 ‘간접광고(PPL)’와 ‘가상광고’를 허용하고 KBS 2TV의 광고 물량을 줄여 이를 신규 진출자를 위한 광고 증대용으로 내놓을 복안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간접 및 가상광고의 증대효과는 약 2000억원에 불과하고 KBS 2TV의 광고물량도 약 4000억원 정도여서 다합해도 증대효과는 6000억원 규모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소문대로 방통위가 신규 방송 진출자를 위한 이런 배려를 한다면 결국 시청자들은 원치 않는 광고투성이 프로그램과 함께 줄어든 KBS의 재정을 보전해주기 위해 수신료 인상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불편과 추가 부담을 담보로 만들어 낸 약 6000억원 규모의 광고를 종편 또는 보도전문채널에 투입해 이들의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것이 방통위의 생각인 듯하나 조선일보 등은 이 정도 규모로는 어렵다며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하는 기사를 연일 써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조선일보 8월11일자) 조제분유나 생수 등 그동안 방송 광고 금지 품목에 해당했던 것들에 대해 제한을 풀어 시장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종편채널이 지상파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황금채널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과 세금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왜 이들 신문들이 낯뜨거운 기사들을 올리면서도 느긋해 할까. 업계에선 미디어법 통과 후 방통위가 종편채널 등 방송사업 연착륙에 이들 신문들보다 더 목을 메고 있다는 것을 언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수많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 정부와 한나라당으로선 법 강행통과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신문과 기업들의 방송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만들어낸 미디어법인데 정작 희망하는 사업자가 단 한곳도 없다면.. 정부와 한나라당으로써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한나라당은 시청자들의 불편과 추가 부담은 물론, 형평에도 어긋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신문들은 아예 KT나 SKT 등 기업과의 짝짓기에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바라며 계속해서 액션만 취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무리한 법 개정에 이어 여론에 반하는 각종 ‘특혜’와 ‘무리’라는 늪에 끝없이 빠져드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미디어법 강행처리가 이 신문들의 흑심에 놀아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 이 글은 경향닷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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