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환 방문진 이사가 31일 오전 ‘엄기영 사장의 경영 부실’ 지적과 ‘민영화 검토’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엄기영 MBC 사장은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방송의 공정성, 효율경영, 노사관계 등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엄기영 사장의 발언이 ‘굴복’으로 풀이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엄기영, “노와 사 전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미래위원회’ 구성”

▲ 엄기영 MBC 사장 ⓒMBC
엄기영 사장은 오늘 발언에서 “굳이 New MBC Innovation Plan, 이렇게 거창하게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방송과 경영, 그리고 미래 준비 부분에서 그동안 우리가 끊임없이 해 오던 일들에 보다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MBC의 기존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취지를 확인했다.

방송의 공정성에 대해 엄기영 사장은 “모든 프로그램에 엄한 잣대를 우리 스스로 들이대서 공정성이 미흡한 프로그램은 전파를 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리뷰 보드(Review Board) 상설 운영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공정성 위원회 설치 등을 해결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책임있는 효율경영에 대해서는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해서 우리 모두 맡은 책임 안에서 분명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엄정하게 평가해서 경영진과 간부들 인사에 보다 철저하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노사관계의 변화와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엄기영 사장은 “단체협약에 책임경영을 제약하는,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고쳐야 한다"며 MBC 경영에 있어 노조의 역할 검토를 시사했다. 또한 “구조조정은 무조건 잘라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낡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해 구조조정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엄기영 사장은 다만 “MBC의 미래를 위해서 노와 사 전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전사적인 '미래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혀 "현재 MBC 구성원들이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기영 사장은 거취 문제와 관련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MBC의 독립성과 구성원들의 자존심, 또 공영방송의 수장이라는 책무, 그리고 그 모든 결정이 선례로 남게 된다는 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근행, “MBC의 전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미래위원회’ 참여”

▲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 ⓒ나난
엄기영 사장의 발언에 대해 이근행 위원장은 “큰 틀에서 정도를 가겠다고 한 것은 당연하고, 방문진의 다수 이사들이 요구하는 공정성이나 노영방송 프레임 강요에 굴복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엄기영 사장의 공정성, 효율경영, 노사관계 등을 언급한 데 대해 “엄기영 사장이 MBC의 독립성과 공영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면서 “방문진의 요구에 가능한 수준의 답변을 한 차원이지 수용의 의사표현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풀이했다.

엄기영 사장이 제안한 ‘미래위원회’에 대해 이근행 위원장은 “방문진 이사들이 요구하는 것을 추인하는 사후 실행기구의 성격을 띤다면 투항을 의미하므로 응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조가 지금까지 MBC 조직의 장래에 책임있는 주체로 결합한 적은 많지 않았고, 따라서 이번 제안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일단은 거리를 뒀다.

이근행 위원장은 “엄기영 사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엄기영 사장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미래위원회’가 MBC가 지금까지 쌓아온 전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확인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오늘 오후부터 워크샵을 갖고 방문진 이사회 대응과 엄기영 사장 발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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