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향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이는 그동안 ‘편파, 왜곡’ 등의 논리로 MBC를 향한 불편한 시각을 드러낸, 뉴라이트 계열 여당 쪽 추천 이사들이 MBC 대주주인 방문진에 선임될 때부터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지난 19일과 20일, 26일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으로부터 각 부서별 업무보고를 받았다. 26일 보도, TV제작, 디지털, 경영 본부를 마지막으로 업무보고가 끝나자 여당 쪽 추천 이사들은 현 MBC 체제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반면, 야당 쪽 추천 이사들은 이러한 여당 이사들의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방문진 이사들 ⓒ송선영
여당 추천 이사들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방송” “언론 관점에서 볼 때 황당하다”라는 표현을 통해 MBC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과는 달리, 야당 추천 이사들은 여당 이사들의 MBC를 향한 시각을 우려하며 “사전에 간여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기 바란다” “충분히 논의해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결론을 내리도록 하자”고 당부하고 나섰다.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PD수첩>보도, 노사 단체협약 등에 대해서도 이사들은 이견을 보였다.

여당 추천 이사 가운데 김광동 이사는 “지난 대통령 선거 직전 BBK 관련 방송을 4번이나 내 보냈다”며 “기업들에 대한 따뜻한 시각으로 된 프로그램을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냐”고 덧붙였다. 또 미국과 관련한 PD수첩 방송이 23번 있었다고 밝히며 “방송 내용이 일관되게 반미적 성향이 흐르는 것은 왜 그런가”라고 물었다.

최홍재 이사도 “광우병 보도 PD수첩 파동과 관련하여, 최근 진행된 3차례 파업과 관련하여 이사회가 열린 적이 있는가. 지금이라도 진상 조사를 할 의사가 있냐”며 “방문진과 MBC가 같이 취재테이프와 속기록을 다 검사할 수 있는가. 그 테이프를 노조가 장악하고 있어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김우룡 이사장 또한 노사 단체협약에 편집, 보도에 관한 권한이 국장에게 있는 것과 관련해 “실무 책임자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형태로 되어 있어 경영진들이 왜 고유의 권한을 놓치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 쪽 이사 가운데 정상모 이사는 PD수첩이 반미적 성향이 흐른다는 여당 이사의 발언과 관련해 “이념적으로 표현을, 특별한 가치를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어느 나라든지 비판할 수 있는데 그것을 반미라고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노사 협약 관련해서도 “1987년 민주화 항쟁 때 이런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언론의 자유,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하여 들어간 조항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하여 필요한 조항이다. 편집권은 편집국 직원들에게 있는 것으로 실국장에게 있다는 규정이 맞다고 본다”며 여당 이사들과는 다른 견해를 밝혔다.

“MBC,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방송 ”

▲ 8월11일 오전, 방문진 이사들이 임시 이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송선영
여당 이사들의 MBC를 향한 노골적인 시선은 업무보고에 대한 소감 및 총평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문화방송을 언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황당하다는 느낌이 든다. 회사의 체계, 조직상 그렇게 해서 공정보도를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본부장들이 조직을 추리고 이끌어 가야 하는데 머리, 손, 발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움직이지 못한 이유가 본부장인 이사들 및 경영진들 책임이 크다.” (남찬순 이사)

“(MBC는) 정부 정책에 대하여 언론사로서 해야 할 일도 있겠지만 지나친 정의감, 본인들만이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과도한 사명감이 사회에 해악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사태를 초래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책임성의 양자 중 책임성의 시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문재완 이사)

“일부 시각 차이는 있겠지만 문화방송은 총체적인 문제가 있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방송으로 판단된다.” (김우룡 이사장)

이에 대해 엄기영 사장은 △프로그램 공정성 개선 △단체협약 조항 개정 △구조조정 추진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것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이른 시간내에라도 재신임을 물어주기 바란다”며 “방문진이 문화방송을 지켜 주는 울타리가 되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PD수첩은 나름대로 장점은 있었으나 정확성, 객관성 문제 노출했다. 데스크 기능을 강화하여 객관성, 정확성을 높이겠다”며 “단체협약의 조항들을 개정하도록 노력해 이른 시간 내에 개정하도록 노력해 경영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조항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MBC 안팎에서는 방문진이 엄기영 사장의 거취 여부를 공론화 해 경영진을 교체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당 쪽 이사들은 이미 구체적인 시기까지 정해놓고, 그 안에 엄 사장을 해임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오는 9월2일 열리는 이사회는 사실상 MBC경영진에 대한 해임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은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이미 방문진은 업무보고를 받는 순간부터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여 왔다”며 “엄기영 사장의 중도 해임은 본격적인 ‘MBC 장악’의 신호탄이며,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방문진 제1의 목적은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공영방송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국민들은 ‘MBC 신뢰도 1위’를 말하는 지금, 당신들은 대체 어디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무엇을 바래서 ‘MBC 죽이기’에 골몰하는가”라며 “제발 권력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서 MBC를 생각하기 바란다. 섣부른 오판으로 각자의 삶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지 말기를,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초래하지 말기를 진정으로 당부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방문진 통한 MBC 길들이기, 신종 방송언론탄압”

한편,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도 방문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미디어행동은 27일 ‘뉴라이트 방문진은 MBC 죽이기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경영진 중도해임은 두말할 것 없이 MBC 점령의 첫 단추”라며 “MBC는 이명박 정권의 방송도, 뉴라이트의 방송도 아닌 ‘국민의 방송’”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8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방문진을 통한 정권의 MBC 길들이기는 이것은 분명 신종 방송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한다”며 “방문진 이사들이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송을 정권의 입맛대로 장악하려는 의도는 결국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이 정권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MBC에 대해 또다시 이런 행태를 벌인다면 국민과 우리당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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