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제지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속보로 다루는 한편, 삼성의 경영 공백과 경제 위기를 근거로 이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소위 '이재용 감싸기'에 나선 것이다.

16일 특검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지자, 경제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충격', '경제 상황 엄중', '투자 급한데', '멘붕' 등의 단어를 써가며 이 부회장을 감싸기 시작했다. 한국 5대 경제지로 알려진 한국경제, 매일경제,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머니투데이 보도는 일관성 있게 충격에 빠진 재계의 소식을 전했다.

▲16일 오후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경제지들의 보도. 검색란에 '이재용 구속'을 입력했을 때 검색된 기사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한국경제는 구속영장 청구 직후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현실로…삼성 '시계제로'>기사를 게재했다. 한국경제는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됐다"면서 "삼성은 앞으로 사업 투자나 고용 규모는 물론, 올해 경영계획과 임원인사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보도했다.

서울경제는 <이재용 구속영장에 '멘붕' 빠진 재계> 기사에서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적용한 뇌물공여 혐의를 다른 대기업에도 적용해 '굴비 엮듯' 기소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소식에 재계 '충격'> 기사에서 "특검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손꼽히는 SK그룹, 롯데그룹 등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SK그룹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짐에도 최근 SKT,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가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6~7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러나 특검 수사의 칼날이 최태원 회장에게까지 미치면 이 같은 경영 계획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재벌 총수 구속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머니투데이는 삼성전자 주가 하락 소식을 전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문제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상황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뉴스도 "삼성전자가 낙폭을 늘리고 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소식이 주가 조정의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경제지만큼이나 눈에 띠는 것은 뉴시스 보도다. 뉴시스는 <'망연자실' 삼성, 경영전반 올스톱 직면> 기사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올해 경영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된 삼성은 경영 전반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면서 "법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받아들이면 총수 부재상황을 맞는 글로벌 대표 기업 삼성의 대내외 투자와 활동은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시스는 "이렇게 되면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러한 경제지들의 '이재용 감싸기' 보도행태는 결국 경제지 특성 때문에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지 자체가 자본의 입장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에도 모 경제지에서 기획기사 형태로 특검 수사가 반인권적이라는 얘기까지 하면서 수사를 문제 삼기도 했다"면서 "경제지들은 매체의 기본적인 소유 구조나 특성 자체가 재벌을 대변하는 구조다. 사용자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니 이런 보도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경제지는 매체의 본질이 자본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매체고, 그런 면이 일부 용인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등을 비판하면 그건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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