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KBS는 4부작 드라마를 진짜 잘해! <맨몸의 소방관> (1월 12일 방송)

KBS2 4부작 드라마 <맨몸의 소방관>

진아(정인선)는 10년 전 방화 살인 사건으로 부모를 잃고 사고 기억마저 잃었다. 겨우 범인의 흉터 자국을 기억해냈고, 범인을 찾기 위해 상체 누드모델을 구했다. 소방관 철수(이준혁)는 동료 소방관의 암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누드모델이 되었고, 공무원 신분상 어쩔 수 없이 친구의 이름을 빌렸다. 그리고 철수가 상의를 벗는 순간, 그의 등에는 진아가 기억해 낸 것과 동일한 모양의 흉터가 있었다.

지난 12일 첫 방송한 KBS2 <맨몸의 소방관>의 내용이다. 정확히 말하면, 절반의 내용이다. 제작진은 철수의 흉터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가 진범이거나 혹은 최소한 공범이겠거니 예상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철수의 친구, 성진(박훈)의 존재에 대해 조금씩 베일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성진은 수상한 데가 많은 인물이다. 진아의 고모 송자(서정연)와 사귀면서 철수에게 진아의 누드모델을 추천했다. 분명 진아가 진짜 누드모델이 아닌 범인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는 송자에게 무조건 철수가 누드모델이 되게끔 진아를 부추기라고 부탁했다. 심지어 공무원 신분 때문에 누드모델을 선뜻 하지 못하는 철수에게 자신의 이름과 집까지 빌려줬다. 진아가 범인을 찾기 위해 누드모델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왜 철수에게 자신의 신분을 덧씌우려고 한 것일까.

KBS2 4부작 드라마 <맨몸의 소방관>

성진에 대한 비밀의 열쇠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풀렸다. 진아의 부탁을 받은 사건 담당 형사가 성진의 전과기록을 검색한 순간, 심상치 않은 기록이 나타났다. 15세 교내 방화 전과. 과연 10년 전 방화 살인 사건의 진범은 등에 흉터가 있는 철수일까, 15세 때 교내 방화 전과 기록이 있는 성진일까.

첫 회부터 소위 ‘떡밥’을 잘 던졌다. 후반부에 성진의 전과 기록을 공개한 순간, 거대한 갈림길이 생겼다.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졌고, 2회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과연 <맨몸의 소방관>은 시청률 20%를 돌파한 SBS <푸른 바다의 전설>과 MBC 신작 <미씽나인> 사이에서 용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주의 Worst: <냉장고를 부탁해> 어설프게 따라한 <편의점을 털어라> (1월 13일 방송)

tvN 새 예능프로그램 <편의점을 털어라>

MC 이수근은 tvN <편의점을 털어라> 오프닝에서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색다른 프로그램”이라고 치켜세웠다. 편의점 재료로 조합할 수 있는 레시피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뻔하지 않은 쿡방을 기대했다. 이수근의 자화자찬도 빈 말이 아닌 줄 알았다. 그러나 첫 방송 특유의 산만함을 감안하더라도 <편의점을 털어라>(이하 <편털>)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냉부>)를 어설프게 따라하다가 꽤나 지루한 예능으로 전락했다.

<냉부>는 게스트 냉장고에서 랜덤으로 재료를 골라 믿기지 않는 고퀄리티 요리를 해준다는 명확한 콘셉트와 10분이라는 긴장감, 그리고 셰프 개개인의 캐릭터가 어우러져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편털>은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영리하게 잘 가져왔으나 이를 요리하는 스킬이 부족하다.

일단 <냉부>처럼 요리 담당 패널도 섭외하고 편의점에 일가견이 있는 게스트도 섭외했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 개개인의 캐릭터가 드러나지 못했다. <냉부>의 경우 냉장고에 대한 명확한 스토리가 있는 게스트 2명에 그들에게 요리를 해줄 셰프군단 8명이 맞대결을 펼친다는 뚜렷한 구도가 있다. 그러나 <편털>은 게스트 3명에 요리 패널 4명, 진행자가 3명인데 각자의 역할을 최대치로 끌어내지 못한다. 게스트는 ‘편의점의 신’ 김도균을 제외하고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부족하고, 요리 패널 4명은 레시피 연구 능력이 부족하다. 진행자, 특히 이수근은 이 모든 판을 리드하지 못하면서 편의점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tvN 새 예능프로그램 <편의점을 털어라>

<냉부>의 흐름은 간단하다. 게스트의 냉장고를 공개한 뒤 셰프들에게 요리 미션을 내린다. 토크는 냉장고 공개와 함께 이뤄진다. 그러나 <편털>은 방향 감각을 잃었다. 고정 패널을 소개한 뒤 토크를 하고, 게스트 2명을 소개한 뒤 그들의 근황토크를 했다가 또 나머지 게스트를 소개하는 식이다.

본격적인 요리 대결을 하기 전, 고정 패널들의 레시피 연구 현장을 온라인 생중계로 보여줬다. 그들이 정말 ‘연구’를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 성의 없는 생중계였다. 온라인 생중계가 빛을 발하려면, 레시피 ‘연구’를 위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어쩌다 이런 레시피를 발견하게 됐는지, 재료 조합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없었는지 등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하는데 고정 패널들은 마치 식당에서 주문을 받듯이 재료를 뚝딱 꺼내서 요리하기에 급급했다. 어차피 편의점 재료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요리 과정은 간단하다. 그렇다면 편의점 재료 조합에 초점을 맞추고 거기서 재미를 끌어냈어야 했다.

구성도 어설프고, 스토리도 허술했다. 이럴 거면, 편의점 포인트 100만점을 돌파한 김도균을 부를 게 아니라, 자취요리의 대가이자 편의점 재료로 고퀄리티 요리를 뽑아내는 김풍을 불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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