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인사이드 대표 김유식씨는 언젠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서 특징적인 것은 한번 1위에서 밀려난 서비스는 재탈환에 성공한 역사가 없다. 커뮤니티 유료화를 추구했던 C모 포털이 그랬고, 동창회 싸이트 I모 싸이트가 그랬다. 온라인 우표제를 추진하던 D모 포털은 어떤가. N포털에게 밀려 다시는 1위를 차지할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아마 인터넷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저 이니셜이 어디를 지칭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한물 갔다는 소리는 들을지는 몰라도 아직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므로 이니셜 처리를 합니다)

▲ 트위터 메인 화면 ⓒ 캡처

저는 지난 주 트위터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그 전 주 hannaracentris 아이디에 대한 기사를 쓴 뒤, 트위터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흐름’이 심상찮은 트랜드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에 기획한 기사입니다. 기자의 입장에서 어찌됐던 현재의 트위터는 ‘보물단지’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명인사들-이런 분들을 인터뷰하려면 보통 본인도 아니라 측근, 정치인이면 비서관 내지는 보좌관, 연예인의 경우 기획사 담당 상무들에 기사의 취지를 설명해야할 뿐 아니라 미리 서면으로 인터뷰 질문지까지 만들어보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게다가 스케쥴도 꽉 차 있어 분 단위로 끊어 인터뷰를 해야할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시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라던가, 자신의 일상에 대한 글을 올려주고 있고, 거기에 더하여 ‘충실한 트위터 사용자’라면 @질문 글에 성실한 답변을 남겨주기 때문입니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가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대표는 hannaracentris와 관련한 제 의견 글에 두차례나 직접 자신의 의견을 저에게 보내주었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시사인 고재열 기자 역시 ‘트위터 특집’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뒷이야기를 하자면 Weekly경향의 조호연 편집장도 “좀 더 벌려봐”라는 지시를 했습니다. 만약 저 역시 여러꼭지로 준비했다면 주간지 2종이 동시에 트위터 특집을 하는 사태가 날 뻔 했습니다. (그리고 비교를 당하겠지요 T_T)

저 역시 기사초안에는 “취재를 진행하면서 시사인이 특집기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대목이 있었는데 다행이도(?) 삭제했습니다. 시사인 고기자가 기사에서 Weekly경향의 트위터 취재 사실을 언급했었지요.

취재를 진행하며 이번처럼 다른 경쟁지의 ‘초식’이 들여다보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취재 말미에 제가 한 기획방향에서 반드시 언급되어야할 한 업체 관계자로부터 “‘저쪽’(?)으로부터 취재 요청 연락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어느 정도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궁금증은 참을 수 없어서 아직 부서에 들어오기 전 지하철 가판에서 시사인을 한부 사서 봤습니다.) 어쨌든 결론은 다소 상이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트위터에 맞선 국내 업체 미투데이가 어느 정도 ‘선방’했다고 평가한 반면(랭키닷컴 접속률 추이라는 근거가 있습니다. 즉 트위터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미투데이의 성장속도는 7월 이후 트위터의 성장세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시사인의 경우 “최초로 한국시장 안착에 성공하는 글로벌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요지의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전체기획방향이 거기에 맞춰져 있고요. 물론 실제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미투데이의 스타마케팅 전략이 장기적으로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저는 청와대에 전화하여 김철균 국민소통 비서관으로부터 “이 대통령이 곧 국내서비스와 트위터에 동시 가입할 것”이라는 정보를 얻어낸 반면, 시사인 고기자는 편집장 및 김철균 비서관과 1000명의 팔로어를 획득하는 내기를 했더군요. 이 역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앞에 김유식 대표의 언급을 인용한 이유는 어찌됐던 제가 보기엔 트위터가 아직 국내 진출을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지만 만약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세계최강의 글로벌 서비스 ‘구글’과 유사한 행로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용자층이나 사용행태에서 모두 비슷합니다. 한가지 예외는 정치인들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갖는 관심이겠지요.

지금의 마이크로블로그 열풍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저 역시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을 사용해온 유저로서 이야기하자면 독자적 사용자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공간으로서 온라인’ 확보가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제도적으로는 한국 통신업체들의 결단이 필요하고, 동시에 ‘온라인공간에서 자유’를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어내는 정부당국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김철균 비서관도 노력한다고 하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사이버모욕죄·인터넷실명제를 반대하는 흐름이 있다고 하니 기대해보겠습니다. (제 트위터 주소는 http://twitter.com/inqbus89 입니다. following, 의견·제보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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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Weekly경향의 기자다. 사회팀장을 맡고 있다. 시민단체 KYC 등과 함께 풀뿌리공동체를 소개하는 <도시 속 희망공동체 11곳-풀뿌리가 희망이다> 책을 냈다. 괴담&공포영화 전문지 또는 ‘제대로 된(또는 근성 있는)’ 황색잡지를 만들어보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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