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인터넷판 28일에 의하면, 민주당이 언론관련법 무효화와 관련해 법적 투쟁을 위한 증거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방송법무효투쟁 채증단을 이끌고 있는 전병헌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간사)과 김유정·우제창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본청에 있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국회 의사국을 항의방문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이종후 의사국장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상 수사기관 등에서 의뢰해야만 시시티브이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며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봤더니 안 된다고 했다”고 맞섰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요청하면 ‘줄 수 없다’

CCTV영상자료는 대리투표의 물증을 잡아내는데 핵심자료이다. 한데 대리투표라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명예가 훼손될까봐 영상자료를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곳이 국회 사무처이다. 더 황당한 것은 ‘행정안전부가 안된다’고 했다면서 못준다고 버틴다. 이명박 정권이나 행정안정부나 한나라당을 국민들은 ‘그 놈이 그 놈’이라고 말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전혀 모른다는, 아주 공신력 높은 ‘유권해석기관’으로서 행정안정부인 것처럼 ‘쌩쇼’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요청하면 줄 수 없는 CCTV영상자료를 한나라당이 요청하면 사무처가 알아서 CCTV를 분석해서, 한나라당이 지목한 ‘괴한’들을 형사고발할 작정이란다.

동아일보 인터넷판 24일치에 의하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3일 미디어관계법 처리 과정에서 전국언론노조원들이 국회에 무단 침입한 것과 관련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표결을 방해하는 것은 국회를 모독하고 헌정을 유린하는 것으로 철저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외부 세력이 국회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범법 행위로 제헌국회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언론노조를 자칭한 100여 명의 괴한이 창문을 깨고 난입한 것은 헌정사에서 일찍이 없었던 일로 국회사무총장은 이들을 특수건조물 침입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해 앞으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악법9적’ 안상수가 요청하면 ‘알아서 CCTV 분석 중’

▲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미디어스
박계동 국회사무총장은 “국회에 난입한 사람들에 대해 폐쇄회로TV를 통한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며 “외부인으로 판명되거나 폭력사태에 합류한 것으로 드러난 사람은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 인터넷판 24일자)

언론악법9적 중 한 명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언론노조를 자칭한 100여 명의 괴한이 창문을 깨고 난입한 것은 헌정사에서 일찍이 없었던 일로 국회사무총장은 이들을 특수건조물 침입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해 앞으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하자, 즉각 “CCTV를 통한 분석작업에 착수했다”며 호응한다. 졸지에 언론노조 간부들은 ‘괴한’이 되었고, 최상재 위원장은 그 괴한 중 ‘수괴’인 셈.

최상재 위원장의 구속에 대한 폭력적인 경찰의 행태는 논외로 하더라도, 최상재 위원장과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의 관계를 짚어보면, 한나라당식 정치가 보여주는 아주 야비하고 비열한 정치행태를 엿볼 수 있다.

주시하다시피, 박계동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하고 절치부심 원내진출을 고심하는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나라당 당적을 가진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텔레비전 노출을 즐겼던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아주 친했다는 이유로.

'계동이형'이 '상재' 죽이려고 CCTV 분석 중이라니…

그런 박계동 사무총장은 한 때 필자도 존경했던 반독재투쟁의 상징 중 한 명이었고, 최상재 위원장과도 아주 막역한 사이였다. 박계동 사무총장과 최상재 위원장은 고려대 총학생회 집행부의 계보를 이어오며 반독재 민주화 투쟁으로 뭉친 끈끈한 관계다.

참고로 지난 6월 초,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계속해서 파행을 거듭하던 때 이른 아침 여야 미디어위 간사회의를 마치고 국회 본관을 나오던 중 박계동 사무총장을 만났다. 한사코 자기 방에서 차 한 잔을 하고 가라며 붙들자 최상재위원장이 함께 가자해서 사무총장 방에 간 일이 있다.

‘언론악법’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박계동 사무총장은 자연스레 최상재위원장에게 ‘상재야’로 호칭했고, 최상재 위원장은 ‘계동이형’이라 호칭하면서 옛날 이야기,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 언론악법 이야기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고, 심지어 ‘계동이형’은 여야간의 대치상황을 걱정하며 국회 사무총장으로서 ‘중재’를 서보겠다며, ‘중재역을 자임’하기도 했다. 물론 중재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보기에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었고, ‘계동이형’과 ‘상재형’의 관계가 참으로 부러웠던 광경이었다. 한데 그 ‘계동이형’이 ‘상재’ 구속시켜 엄벌을 가하겠다고 큰 소리 치는 ‘언론악법9적’ 안상수 원내대표의 명령에 알아서 기며 ‘CCTV분석작업에 착수했다’고 즉각 대답한 것이다.

어제의 동지 오늘의 우정은 어디에다 팔아먹고, 어제의 정의와 오늘의 온화함은 어디에다 쑤셔넣고, ‘형...아우...’하던 그 관계는 어디에다 내팽개치고 그 형이 그 아우 구속시키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알아서 CCTV분석에 착수했다 대답하는가? 민주당이 달라하면 ‘행정안전부’가 주지 말란다며 거부하고, 한나라당이 명령하면 ‘주구처럼’ “벌써 착수했다”고 대답하는가?

이런 게 정치인가? 이런 정치하려고 국회 사무처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국회 사무처가 한나라당의 개노릇하는가? 그렇게 해서도 꼭 국회의원하고 싶은가? 국민들은 이런 작태를 알고서도 국회의원 시켜줄 것 같은가?

‘상재’의 ‘계동이형!’ 정신 차리고 당신이 살아 온 길, 당신이 분노하며 저항했던 이들을 되 짚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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