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양지 기자]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윤모(24, 여) 씨는 황당한 손님의 갑질을 종종 겪는다. 이제는 딱히 놀랍지도 않을 정도다. 며칠 전에는 한 여성 손님이 1만 원 어치 빵을 사면서 “빵 한두 개 더 안 끼워 주느냐”고 물었다. 사내 방침과 형평성 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하자 손님은 되려 “손님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한두 개씩 끼워주는 게 장사하는 예의다. 알겠느냐. 좀 배워라. 기본이 참 없는 직원”이라고 쏘아붙였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28, 여) 씨는 “한 번은 반 이상 먹은 롤케익을 가지고 와서 ‘맛도 없고 퍽퍽해서 먹다가 더 못 먹겠다’며 환불해 달라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바이트생이라면 일단 만만하게 보고, 목소리를 크게 내면 결국 원하는 대로 된다고 생각하는 손님 앞에서도 끝까지 웃으며 응대하고 나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윤 씨는 “온갖 색다른 갑질들을 많이 당해서 이제는 처음처럼 화가 나거나 속상하다기 보다 그냥 한숨 한 번 쉬고 만다”며 “살면서 얼마나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살면 최저시급 받는 아르바이트생한테 갑질을 할까 싶어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지 2년째가 돼 간다는 박모(26, 여) 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커피를 리필해주지 않는다며 “왜 이 가게는 서비스가 이 모양이냐”는 손님, 커피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거나 커피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혹은 반 이상 먹은 커피를 더 못 먹겠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 등 소위 ‘갑질’의 종류도 방식도 다양하다.

진동벨을 울리고 손님을 불러도 음료를 가져가지 않다가, 3~40분이 지나 음료를 받으러 와서 “커피가 식었다. 왜 갖다 주지 않았느냐. 새로 만들어 달라”는 손님도 더러 있다고. 예전엔 설명이라도 해 보려고 했지만 지금은 아예 포기했다. 군말 없이 버리고 새로 만든다고 했다.

취재 중 만난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은 이 같은 ‘감정 노동’의 피로도가 육체 노동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은 “가끔 그런 손님들이 연달아 오는 날이 있다. 그러면 종일 서서 물건을 나르고 커피를 뽑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정신적으로 괴롭다”며 “그런 손님들을 응대하다가 표정이 안 좋아지거나 나도 모르게 언성이 올라가면 바로 본사에 불친절한 매장이라고 신고가 들어간다. 그러면 결국 피해는 다시 우리 지점으로 돌아오고 벌점도 받는다. 꾹 참고 웃어야 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에서 MS(미스터리 쇼퍼)가 다니며 직원이 친절한지 점검하고, 개인 점포의 경우도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고 했다. 친절한 직원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 있거나, 소위 ‘진상’ 손님에 대한 대처가 이뤄지기도 현실적으로는 힘들었다.

이 같은 극도의 불균형 속에서 제도적 보호도, 최소한의 대처도 할 수 없는 ‘최저시급 알바생’들은 그저 “대책이 없다”는 답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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