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최순실국정농단국조특위가 15일 제4차 청문회를 개최한다. 이날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한 인물들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최순실 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등과 ‘정윤회 문건’을 첫 보도했던 세계일보의 조한규 전 사장, 한용걸 전 사회부장 등이 그 대상이다. 이날 제 4차 청문회에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언론계 내부에서는 언론장악 청문회를 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핵심 공모자인 언론계의 문제를 밝혀내기 위해선 증인·참고인을 추가로 출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12일 성명을 내고 “언론장악 주범이자 가해자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성우 전 홍보수석, 최성준 방통위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안광한 MBC 사장, EBS 우종범 사장, YTN 조준희 사장 등 핵심인물들이 빠졌다”며 청문회에 이들을 증인으로 부를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 박근혜 정권 퇴진' 언론노조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노조는 국정조사 특위에 ‘언론 장악 부역자 청산 및 관련 증인 채택’을 촉구하며 “(언론이 정권에 장악 당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는다면, 또 다른 박근혜·최순실이 언제든지 출몰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국정조사 특위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윤회 문건’과 관련, 언론인들을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정권이 언론을 장악·통제하며 언론이 이번 사태를 방조하도록 간접적으로 기여한 인물들도 불러야 한다는 것이 언론노조의 주장이다.

TV조선의 첫 보도로 물꼬를 튼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통제하려고 한 흔적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실제로 정권에 장악당한 언론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 방송 KBS....알고보니 청와대 방송?

국민의 방송이라고 불리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사태로 빚어진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에게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KBS 보도책임자들은 TV조선·한겨레 등 언론에서 최순실 씨와 관련, 의혹들이 불거질 당시 ‘최 씨에 대해 보도를 해야 되지 않겠냐’는 기자들의 지적을 일축했고, 최씨 관련 보도는 이후 한 달이 더 지나서야 시작됐다. 시민들은 KBS보도에 분노했고, 촛불집회 현장에서 KBS 촬영기자가 욕을 먹고 쫓겨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사태 관련 KBS의 보도는 ‘보도참사 수준’이라고 비판한 뒤, 보도 책임자 즉각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고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KBS사장과 이사장 선임에 정권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와 KBS 사장의 보도 개입 논란으로 해임됐던 길환영 전 KBS 사장의 후임으로 조대현 전 KBS 사장이 선임됐다. 조 사장은 KBS 이사회 여권 추천 7명 야권 추천 4명의 이사들 가운데 야권 추천 이사 4명이 몰표를 던진 인사였다. 7명의 여권 이사 가운데 2명이 표를 보태며 조 사장은 KBS 사장에 내정됐다.

▲지난 달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청와대의 KBS 인사개입, 방송통제 고발' 기자회견 모습. ⓒ미디어스

청와대는 조 사장의 KBS 사장 내정에 분노했다. 고 김 전 수석의 비망록 2014년 7월11일자에는 KBS이사들이 ‘면종복배’(겉으로는 순정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음)란 단어가 적혀있었다. 이후 당시 KBS 이사장이었던 이길영 전 이사장이 느닷없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 전 이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항변했으나 최근 언론노조 KBS본부 측에 “최성준 방통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사퇴를 요구받고 사표를 제출했다”고 폭로했다.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 전 이사장과 사퇴에 대한 공감대를 서로 형성했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길영 전 이사장이 나간 자리는 청와대 낙점한 이인호 당시 KBS 이사가 차지했다. 방통위는 이 전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이틀 뒤인 8월29일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KBS 이사장으로 내정했다. 9월5일 이인호 이사장은 KBS 이사회에서 호선을 통해 이사장으로 선출된다. 9월3일자 비망록에는 “이인호 위원장 임명 내정”이라고 씌어있다. 사실상 이사장 호선 이전에 청와대가 이인호 이사장을 낙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작년에는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인호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현 사장)를 청와대 몫으로 검토해달라는 취재의 말을 했다는 것을 강동순 전 KBS 감사가 폭로하며 파문이 일었다. 청와대가 KBS 이사장과 사장까지 낙점하며 언론을 장악·통제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EBS·YTN 사장 선임에도 최순실 개입?

최근 EBS·YTN 사장 선임에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연달아 제기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2일 최 씨 소유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관련 문건을 검토하던 중 작년 11월 임명된 우종범 EBS 사장 이력서가 별견됐다고 보도했다. 우 사장의 이력서는 EBS 사장 임명 보름 전인 작년 11월9일에 최 씨 회사 사무실에서 출력됐고, 이력서에는 우 사장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자세하게 씌어있었다.

▲최순실씨 소유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나온 우종범 EBS 사장의 이력서. (뉴스타파 보도화면)

우 사장은 “최 씨 광고회사에서 왜 (이력서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최순실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제기된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우 사장이 선임 된 이후 EBS가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소유·운영하는 영재센터 행사에 후원자로 나선 사실도 확인되며 의혹은 더욱 불거지고 있다.

YTN 사장 선임에도 최순실 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YTN사장은 최순실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제보됐다”며 “이 문제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점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관련 의혹은 지난달 지라시를 통해서도 유포됐다. YTN사측은 “사장 선임 등과 관련, 최근 시중에 떠도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닌, 터무니없는 내용”이라며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사측은 관련 지라시 작성·유표자에 대한 경찰 수사까지 의뢰했다.

공영방송 MBC와 방문진...대체 그 역할이 무엇인가

언론노조는 국회에 MBC의 안광한 사장 및 MBC의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도 청문회 증인 채택을 촉구했다. 지난 1월 백종문 MBC 미래 전략본부장이 최승호 전 MBC PD와 박성제 전 기자를 ‘근거 없이 해고했다’고 발언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또한 MBC사측은 기자들에 대한 해고와 징계, 전보 등으로 언론노조 MBC본부와 소송 싸움을 벌이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왔다.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10.10 kane@yna.co.kr

언론노조 MBC본부는 노보 211호에서 “(사측이) 조합을 파괴하고 공정방송을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MBC의 관리·감독에 책임이 있는 방문진 이사장과 야권 이사진 대비 수적인 우위에 있는 여당 이사진은 묵묵부답이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촛불집회에서 MBC 취재기자가 쫓겨난 것에 대해 “JTBC도 애국단체 집회 나가면 쫓겨날 것”,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에 대해서는 “집회 때 깃발 보니까 민주노총, 전교조에서 동원한 사람들이지 시민은 몇 명 없었다”고 망언을 퍼부었다.

언론노조는 “국민들은 국조특위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그 권한을 위임했다. 국조특위는 언론장악 부역자들을 모두 청문회장에 붙잡아 세워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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