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동조합의 강동구 노조위원장이 MBC, SBS, YTN 등을 거론하며 “노조위원장 혼자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해 총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의 일부 지부·본부 투쟁에 대한 ‘폄훼’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강 위원장은 이들의 투쟁을 폄하하기 위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강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2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본사 1층에서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나왔다. 이날 총회에는 KBS 조합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은 ‘파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잇달은 조합원들의 지적에 대해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SBS는 심석태(본부장) 혼자하고 있다. EBS는 정책실장(언론노조 파견) 혼자하고 있다. CBS는 아무도 안하고 있다. YTN은 노종면(지부장) 혼자하고 있다. MBC는 지역에서 500명 올라왔고, 본사는 100명 정도밖에 참여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KBS 노조 조합원 ㄱ씨는 전했다.

ㄱ씨는 “다른 방송사들은 (투쟁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며 “이를 듣고 있던 조합원들은 강 위원장을 향해 다른 방송사의 투쟁과 상관없이 KBS노조도 투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 직권상정 되는 긴박한 순간에 국회로 향했어야 했는데 너무 느긋했던 것 아니냐는 등 집중추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위원장의 의지가 뭐냐’고 물었음에도 위원장은 끝까지 답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조합원 ㄴ씨도 “비상대책위원회가 파업을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날 조합원들은 ‘파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며 노조를 질타했다”고 말했다. 실제 KBS 조합원 200여명은 이날 조합원 총회가 끝난 뒤,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리는 곳 근처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 21일 오후2시 KBS노조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계단 앞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있다. ⓒKBS노조

“투쟁 폄하 발언은 아냐”

강동구 위원장은 “다른 지·본부의 투쟁을 폄하하기 위해 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강 위원장은 23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은 발언은 다른 지·본부들은 21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는데 왜 KBS는 22일날 총파업에 들어갔느냐는 조합원들의 질문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업을 결정하는 비상대책위회의에서 나온 ‘현재 파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이 어디있나. MBC만 전면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고 EBS, YTN 등은 부분적으로 파업을 하고 있기에 KBS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발언을 총회에서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조합원 총회에서 한 이 발언이 와전됐다면, 이따 결의대회에서 지·본부장들을 만나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심석태 SBS본부장, 이근행 MBC본부장, 노종면 YTN지부장, 양승관 CBS지부장, 정영홍 EBS 지부장 등 언론노조 지본부장들은 22일 오후 7시경 KBS를 방문해 강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회의중’이라는 이유로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강 위원장을 대신해 나온 KBS노조 최재훈 부위원장은 “지금 비대위 회의 중이라 (위원장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앵커 투입을 놓고 이야기 하다가 나오게 된 발언으로 폄하할 의도는 없었다. 다 어렵게 파업하고 있는데 서로 항의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겠냐”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편, 22일 비상대책회의에서 파업 투쟁을 이어가기로 결의한 KBS노조는 24일 오후 3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리는 언론노조의 ‘미디어법 날치기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8월 KBS노조는 67.1%의 찬성률로 전국언론노조로부터의 탈퇴를 가결시켜, 언론노조 회원 자격을 자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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