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전국연합의 만화가 화제입니다. ‘현 정부를 향한 MBC의 ‘무한도전’’이라는 제목의 이 만화는 다음과 같은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MBC의 대표적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무한도전이 시청률과 인기를 이용해서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십니까?” 이 만화는 만화의 캐릭터인 mr.희망이가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라 가볍게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왜냐하면 인기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최대한 이용해 국민들의 생각을 오도·변질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마무리됩니다. 아래에는 ‘MBC의 버라이어티 프로를 통한 교묘한 술책에 절대로 빠져서는 안됩니다!’고 주장합니다.

▲ ⓒ뉴라이트전국연합
공교롭게도, Weekly경향에 제가 연재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넷’ 코너에서 이번 주에 다룬 주제는 ‘무한도전’이었습니다. ‘악마의 후렴구’라는 제목으로 정준하&애프터스쿨의 ‘영계백숙’ 인터넷 신드롬을 다룬 기사였습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만화가 조금만 더 빨리 ‘발견’되었다면 기사에 포함했을텐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기사에도 언급했지만 ‘무한도전’의 시사풍자 코드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아닌게 아니라, ‘무한도전’에는 때때로 시사코드가 발견됩니다. 네티즌이 발견한 것처럼 ‘여드름브레이크’는 단지 ‘프리즌 브레이크’의 패러디일 뿐 아니라 강서구 오쇠동, 연예인아파트, 남산시민아파트란 배경에서 철거와 재개발 문제를 담은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정준하와 정형돈이 소 분장을 하고 박명수를 태우고 리어카를 끌고 있을 때, 국회 위로 ‘소들아...일 좀해라’라는 자막이 뜬 것은 딱히 정준하와 정형돈에게 하는 말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이런 것도 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퇴근도 못하고 있다’고 불평을 늘어놓고 있을 때 “일꾼의 힘찬 노래 불러보세…”라는 노래가 나옵니다. 얼핏 듣기에는 새마을 노래 류의 70년대 건전가요로 들리지만, 80년대 노동(운동권) 노래입니다. TV에서 저 장면을 보면서 저는 노래를 선곡한 ‘태호PD’의 전력(?)이 살짝 궁금해졌습니다.

‘무한도전’을 리뷰한다면, 원래의 무거운 현실을 희화화하는 무한도전 제작진을 비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난 대상인 ‘소’에는 정형돈과 정준하 뿐 아니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일반에 대한 비난이 될 수 있습니다. ‘일꾼의 노래’가 인용되는 맥락은 촌스러운 7,80년대는 정취입니다. 말하자면 키치적인 인용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역시 경쟁사 개그프로그램의 구호를 빌자면 ‘개그는 개그일 뿐’입니다.

음모론의 가장 큰 문제는 음모가 진짜라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진지한’ 문제제기가 실소를 자아내는 대목은 바로 그것입니다. 정말 뉴라이트 쪽에서는 무한도전이 반정부 자막을 내보내면서 교묘하고 치밀하게 국민들을, 그리고 청소년들을 세뇌시킨다고 믿는 걸까요.

시사풍자코드는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 코드들을 얼기설기 이어, MBC 전체의 ‘의도’가 실렸다면 그것은 턱없는 ‘오버’입니다. (뉴라이트 쪽의 주장을 따라간다면 편집실에 앉아 자막을 넣고 있는 태호PD를 비롯한 무한도전 제작진 뒤에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눈을 부릅뜨고 앉아 지켜보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네티즌의 말따나마, 로고에 박혀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을 설명하는 문구가 역설적입니다. 선진한국의 문을 여는 사람들. 그들이 넘어서려고 하는 문 너머 펼쳐진 ‘선진한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경향신문이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Weekly경향의 기자다. 사회팀장을 맡고 있다. 시민단체 KYC 등과 함께 풀뿌리공동체를 소개하는 <도시 속 희망공동체 11곳-풀뿌리가 희망이다> 책을 냈다. 괴담&공포영화 전문지 또는 ‘제대로 된(또는 근성 있는)’ 황색잡지를 만들어보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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