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양대 노조 전국 조합원 3000여명이 KBS본관 앞에 총파업을 위해 모였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의 KBS 보도·인사 개입 사태 이후 2년 6개월여 만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와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는 8일 오후 2시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했다. 서울을 포함해 제주, 부산·경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전주전북, 대전충남 등 각 지역 조합원들이 참여, 총파업 결의를 다졌다.

8일 오후 2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과 KBS노동조합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언론노조 성재호 KBS본부장은 “우리 모두가 기억하듯 지난 2년 반 전, 우리 양대 노조는 함께 뭉쳐서 싸웠다. 그래서 낙하산 사장 길환영 사장을 쫓아냈다. 승리에 맛을 봤다. 하지만 그때 뿐이었다.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일상 속에 우리의 승리의 기억들은 조금씩 잊혀져갔다”고 밝혔다.

성 본부장은 최근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서 폭로된 청와대의 KBS 인사 개입과 관련해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KBS를 어떻게 다시 장악하려 했는지 낱낱이 구체적으로 적혀있다”며 비망록에 적힌 KBS 이인호 이사장 선임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비망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KBS 새 사장을 선출한 이사들에게 ‘면종복배’라는 표현을 하며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당시 KBS 이사장의 사표를 받아내게 했다는 의혹이다. 이후 KBS이사회는 현 이사장인 이인호를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성 본부장은 “이인호 중심 KBS이사회는 지금의 고대영 사장 체제를 만들었다. 여러분도 모두 기억하다시피 지금 현 사장 고대영은 보도본부장시절 양대 노조가 투표를 통해서 불신임시켜서 쫓아낸 인물”이라며 “청와대가 박근혜가 다시 KBS를 장악하기 위해서 이사회를 통해서 새롭게 내려 보낸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고대영이 지난 1년간 한 게 뭐가 있느냐”며 “경영상태 빵점, 제멋대로 인사, 급기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참사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함께 일어나서 박근혜가 심어놓은 KBS 안에 부역자, 박근혜 체제를 뿌리 뽑자”며 “권력 굴종의 사슬을 끊고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자”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8일 오후 2시 KBS 양대 노조 총파업 출정식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성재호 KBS본부장이 발언 중이다.

KBS노동조합 이현진 위원장은 “어제(7일) 단연 화두는 박근혜 올림머리였다. 이를 보고 배우 송강호가 나왔던 영화 효자동이발사가 생각났다”며 “(영화에서) 송강호는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의 머리를 만들어주는데 영화에서 설사병이 창궐하자 간첩, 빨갱이가 퍼트렸다는 황당한 정치공작이 벌어진다. 40여년 전 박정희가 통치하던 그 공안탄압, 종북몰이가 난무하던 시절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조합원 동지 여러분,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는 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권력을 감시해야할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까”라며 “부끄럽고 참담하고 화가난다”고 개탄했다. 그는 “2012년 MB특보 김인규 퇴진 투쟁을 벌였다. 그가 떠났지만 제2의, 제3의 김인규가 사장으로 내려오고 있다. 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명하는 한 본질적 모순은 고쳐지지 않는다”며 ‘언론장악 방지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3시30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으로 행진 중인 KBS 양대 노조 조합원들.

KBS 양대 노조는 총파업 공동 결의문에서 “KBS는 공영방송인가? KBS는 국민의 방송인가? 정말로 그러한가? 촛불은 차 갑게 묻고 있다. 국민은 무겁게 묻고 있다”며 “우리는 ‘KBS는 공영방송입니다, 국민의 방송입니다’ 라고 감히 말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하지만, 패배는 여기까지 입니다. 절망감은 이제 버려야 한다. 공영방송의 후퇴는 이미 큰 잘못이지만, 공영방송의 붕괴와 소멸은 더 큰 죄악이기 때문”이라며 “건강한 공영방송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정도지만,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 양대 노조는 “주주의를 뿌리부터 흔든 박근혜 정권은 생명이 다해가고 있다. 광장을 뒤 흔든 촛불은 탄핵의 압도적 가결을 이뤄낼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에 종지부를 찍는 내일 탄핵의 순간까지 촛불은 횃불이 돼 불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가 공영방송에 개입하려는 시도 조차 할 수 없도록 튼튼한 지배구조를 세워야 한다“며 ”시민의 명령으로 제정돼 국회의 책상에 오른 새 방송법이 통과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출정식을 마친 KBS 양대 노조는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으로 행진, 3시30분에 열리는 ‘박근혜 즉각 퇴진! 언론장악 분쇄!’ 언론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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