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재벌총수들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했다. 6일 국회 국조특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 대표이사, 손경식 CJ 대표이사 등 9명의 재벌총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히 이날 재벌총수 중에서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최순실 씨를 언제 알게 됐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순실 씨의 배경을 어떻게 알게 됐냐는 질문에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와서 많이 들었고, 어떻게 지원됐는지 당시에는 몰랐다"면서 "지원을 한 것은 제가 인정을 하고 꾸짖으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의 회사로 알려진 비덱스포츠와 용역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승마 쪽과 관련된 여러 사람이 연루돼있고, 본인은 직접 연루된 일이 아니라 말을 잘못하면 오해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정유라 씨 지원을 누가 기획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솔직히 다 말씀드리고 싶은데 모른다"고 답했다. 지난해 43억 원을 들여 말 3마리를 구입해 정 씨에게 제공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들어 알게됐다"면서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지원된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 막심하다"면서 "자금이 전부 삼성전자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대기업 출연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기업이 거절하기 힘든 건 한국의 현실"이라고 답했다. 허 회장은 해당 재단 기금 모금을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 대해 "이승철 부회장은 메신저 역할 이상을 할 수 없다"면서 "마지막에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한다고 보고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의 미르·K스포츠재단 70억 원 추가 지원 결정 배경을 묻는 질문에 "그 당시 제가 관여하지 않았고, 우리 그룹에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돌아가신 이인원 부회장을 비롯해 해당 부서에서 결정했다"고 답했다. 최태원 SK회장도 관련 의혹에 대해 "대가성을 갖고 출연한 바도 없고 제 결정도 아니었다"면서 "당시 그 결정은 사회공헌위원회에서 했다. 제가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 사퇴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사퇴압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사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답했고, 최순실 씨 등과의 관계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최순실 씨의 존재를 신문으로 알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국조에서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 대한 질의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