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든지 합리적인 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보는데, 합의해서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미디어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려 참석하게 된다면 반대표를 던지기 위해 참석할 것”

▲ 7월 20일 경향신문 1면 기사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미디어법) 6월 임시국회 내 표결처리 선언에 제동을 걸고 들어온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지난 15일 언론관계법의 합의처리를 강조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본회의가 열려 참석하게 된다면 반대표를 던지기 위한 참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한나라당 내부에 또다시 친이계 대 친박계라는 분열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난리다.

그리고 민주당에서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 전 대표조차 민심이 무엇을 바라는지,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고 있는 판”이라며 “한나라당오 이제 미련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즉각’적인 반응이다.

박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먼저, 한나라당이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듯 ‘직권상정’, ‘표결처리’ 강행만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건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참으로 ‘위험천만’한 행보가 아닐까 생각된다.

지난날을 기억하는가.

▲ 2월 3일자 한겨레 기사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도 키워드는 정확하게 ‘박근혜’였다. 같은 상황이 연출됐었다. 때는 2월2일 박 전 대표의 생일날.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박 전 대표는 이런 말을 남긴다. “2월 쟁점법안 처리가 예정돼 있는데, 쟁점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문제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어떤 점이 옳고 그런가, 국민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 토론하고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 다음날 한겨레는 ‘MB악법 속도전 급제동’기사를 실었고 사설제목도 “쟁점법안 처리, 박근혜 전대표 말이 옳다”였고, 경향도 크게 다르지 않아 “박근혜 전 대표의 고언을 새겨야 할 이유”였다.

그리고 한나라당 역시 여당 속의 ‘야당’이라며 박 전 대표에 불평불만을 드러냈지만 결국 한나라당은 속도조절에 나섰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얼마 후 <헤럴드경제>에는 박 전 대표가 ‘정치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정치인’ 조사 결과 1위로 34.1%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그 후 언론관계법의 운명은 어떻게 됐나?

그렇다면 그 후 언론관계법은 박 전 대표의 말마따나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 토론하고 검토가 진행됐나?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지난 2월25일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중진 연석회의에서 “강하게 가자”며 언론관계법 국회통과를 발벗고 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3월1일 한나라당은 본회의장 점거에 나선다. 그리고 박 전 대표는 3월2일 농성장을 찾아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은 양보도 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야당이 미디어법 처리시한 정도는 합의해 줄 수 있지 않느냐”

딱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게임은 끝났다.

▲ 3월2일자 경향신문 기사
여야 합의하라며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던 김형오 의장은 타이밍이 좋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박 전 대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박 전 대표를 열심히 추켜세웠던 야당은 뒤통수 제대로 맞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6월 임시국회에서의 ‘표결처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이 그 6월 임시국회다.

지금 상황이 2월 임시국회 때와 무엇이 다른가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렸지만 지금 상황은 결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을 던져놓고 6월 임시국회에서의 표결처리를 강행할 조짐이다. 그리고 다시 박 전 대표는 ‘합의처리’를 이야기하며 직권상정될 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고, 야당은 또다시 박 전 대표의 말에 크게 호응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 상황과 무엇이 다른가.

박근혜 전 대표의 ‘말’은 결국 양날의 칼과도 같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일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내 입에 달다고 해서 삼킨다면 또 언제 그것이 독이 되어 목을 조여 올지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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