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저지를 위해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21일 오전 6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각 방송사, 신문사 등의 총파업 동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997년 노동법 날치기에 맞서 노동계가 총파업 투쟁을 전개한 이후 12년만에 방송3사가 연대 파업에 돌입하게 됐으며, 신문의 경우 제작거부 대신 ‘보도투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BC 21일 06시부터 / KBS 22일 06시부터 / SBS 21일·24일 부분파업

▲ MBC, KBS, SBS 사옥 ⓒ미디어스

지난해 언론노조에서 탈퇴한 바 있는 KBS노동조합은 지난 18일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긴급소집해 22일 오전 6시부터 ‘민주적 공영방송법 쟁취와 미디어법 일방처리 반대’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KBS노조는 조합원 85%의 찬성으로 미디어법이 강행 처리될 경우 총파업을 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KBS노조는 “공영방송 KBS의 미래에 대한 어떠한 논의조차 없이 공공성과 공영성 축소가 불가피한 미디어법만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려는 정권의 의도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일방적인 강행처리 대신 KBS의 지배구조 개선과 재원안정화를 담보할 민주적 내용의 공영방송법안과 함께 미디어법을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KBS노조는 “25일까지로 예정된 임시국회 일정과 직권상정을 통한 미디어법 강행처리 예상 시기 등을 고려해 파업일정을 조정할 것”이라며 “총파업 동안 전국 50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비상총회’를 비롯해, ‘조합 지도부 철야농성’과 ‘대 시민 거리 선전전’ 등 각종 투쟁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수 근무요원을 제외한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앵커 교체 등 뉴스와 프로그램에서 차질이 불가피해보인다.

21일 오전 6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가는 언론노조 MBC본부는 디지털 투쟁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MBC본부는 12월 언론노조 1차 총파업 당시 카페(http://cafe.daum.net/saveourmbc), 블로그(http://saveourmbc.tistory.com/) 등을 적극 활용해 네티즌들에게 언론노조 총파업 소식을 발빠르게 알려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MBC본부 문소현 홍보국장은 “지난 2차 총파업이 중단이었기에 투쟁을 재개하는 것이다. 뉴스 등에서 (제작에 필요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모든 노조원이 총파업에 참여한다”며 “예능과 드라마 쪽 노조원들도 참여하는데 파업 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으나, 당장 제작거부로 인한 파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의 경우 뉴스와 프로그램에 차질이 가지 않는 선에서 21일, 24일 부분파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SBS본부는 21일 오전 11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총파업 동력을 끌어낸 이후 언론노조 일정에 맞춰 총파업 결의대회, 길거리 선전전 등에 적극 참가한다는 계획이다. 양만희 SBS노조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재벌방송은 안 된다는 원칙이 관철될 수 있도록 의사를 결집해서 표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국회 상황에 따라 22일과 23일은 유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SBS본부는 19일 발표한 SBS노보에서 “언론 관계법은 오랜 기간 여론을 충실히 수렴하면서 차분하게 만들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행태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충실히 대변할 괴물 방송의 출현을 성사시키기 위해 폭주 열차로 내달리겠다는 것”이라며 “SBS 언론 노동자들은 지난 1, 2차 언론노조 총파업을 통해 한나라당의 야욕을 꺾은 것처럼, 다시금 3차 총파업 동참을 통해 민주주의의 기초인 ‘공정한 방송 언론 사수’의 숭고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총파업 첫날인 21일과 사실상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 될 것으로 보이는 24일에 힘을 집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CBS, YTN, EBS 21일 6시부터…‘김현정의 뉴스쇼’ 진행자 교체 등

CBS, YTN, EBS지부 역시 21일 오전 6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가며 언론노조 지침에 적극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CBS는 필수인력, 지역인력을 제외한 조합원들이 집단휴가를 내는 방식으로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진행자 김현정 PD와 ‘8585 퀴즈쇼’ 진행자 박재홍 아나운서 대신 비조합원이 각각 대체 진행자로 투입된다. 뉴스에서도 앵커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캡처

YTN지부는 “이번 투쟁의 목적은 미디어악법 저지다. 따라서 투쟁의 대상은 결코 사측이 아니다. 노와 사의 이해가 일치하는 만큼 노조는 사측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파업투쟁이 전개되길 기대한다”며 “미디어법안과 파업투쟁 관련 취재 담당자는 보도투쟁에 임하는 것으로 파업투쟁을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정영홍 EBS지부장은 “파업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당장 프로그램에 타격이 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디어법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겨레·경향·지역신문 등 “보도투쟁”

신문의 경우 제작거부 대신 총파업 관련 뉴스를 적극 보도하는 ‘보도투쟁’을 선택했다. 언론노조 김보협 한겨레 지부장은 “보도투쟁을 중심으로 하되 21일을 ‘한겨레 노동자 집중행동의 날’로 정해 신문제작 필수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이 모두 언론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여하도록 할 것이다. 이후 국회에서 날치기 움직임이 감지될 때 다시한번 ‘집중행동의 날’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류형열 경향신문지부장도 “유휴인력을 최대한 결집시켜 총파업 출정식에 참여하고 이외에는 보도투쟁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신문도 제작거부 대신 보도투쟁에 집중하고, 총파업 결의대회 등 언론노조 일정 참여를 위해 필수 제작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들이 상경투쟁을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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