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타령이다. TV를 켜도, 인터넷을 둘러봐도 연예인들의 사랑타령이 과장 좀 보태면 24시간 풀타임으로 흘러나온다. 어제 오늘, 인터넷에서는 한효주가 화두였다. 시청률 40%의 기염을 토하는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여주인공의 ‘열애설’에 대해 반응은 뜨거웠다. 그런데 정확하게 해둘 게 있다. 그녀의 열애설에 ‘열’을 올린 건 비단 ‘네티즌’이라 통칭되는 여론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예뉴스의 어처구니없는 추궁

7월 16일 오전 인터넷 언론을 통해 한효주의 열애설이 등장하였다. 언론들은 득달같이 한효주의 열애설에 대해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이라는 말을 인용하여 보도하였다. 그녀의 남자친구로 지목된 사람은 배우이자 사업가라는 ‘강도한’에 대해서도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보도는 열애설 당사자들의 반응에 주목하였다. 특히 “한효주 측이 열애설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아 사실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열애설에 대한 한효주의 입장을 끊임없이 추궁하였다. 네티즌 핑계를 대며, 열애설의 진실에 대해 입을 열어달라고 칭얼거렸다. 결국 그녀가 찍고 있는 드라마 현장까지 기자들이 몰려갔다.

게다가 한효주의 열애설로 그녀가 출연 중인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도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러브라인이 전개 중이던 극의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의 의견을 인용하며 그녀의 열애설이 드라마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한효주 열애설 보도 이후 연예뉴스들은 한효주의 침묵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였다. ⓒ 네이트 캡처

오후 즘 되자, 열애설이 엉뚱하게 기자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연예뉴스 기자들이 인용했던 ‘강도한’의 미니홈피에 적힌 글의 진위가 문제였다. 강도한의 미니홈피(라 알려진 곳에는 한효주의 열애설에 대해 부인했다가,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가, 다시 또 번복하는 등 하루에만 몇 번씩 오락가락하며 갈지자 행보를 취하는 글이 올라왔다. 결국 강도한의 미니홈피는 그 자체로 ‘거짓’ 의혹에 휩싸였다. 허나 강도한의 실명으로 운영된다고 알려졌던 미니홈피는 강도한의 본명이 ‘강도한’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거짓’ 미니홈피로 들통 났다. 이미 연예뉴스는 ‘거짓’ 미니홈피에 낚여 사실과는 다른 기사를 인터넷에 송고한 후였다. 헌데 어처구니없게도 연예뉴스는 오히려 ‘거짓’ 미니홈피로 인해 혼란스러운 한효주의 열애설에 대해 그녀가 직접 입을 열어야 한다며 한 목소리로 전하였다. 시청자가, 네티즌들이 궁금해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다음 날, 한효주 소속사가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연인이 아니라 친한 오빠 동생 사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일단 한효주의 열애설은 그녀가 ‘부인’함으로써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연예뉴스는 연애 사실에 대해 끈질기게 추궁하더니만, ‘오빠 동생 사이’라는 한효주에 말에 크게 실망한 눈치다. 어차피 이 정도의 해명은 예견한 바라며, 그렇다면 좀 더 빨리 부인해야 하지 않았을까라며 투덜거리기까지 한다. 네티즌들의 입을 빌려 의혹은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 '오빠 동생 사이'일 뿐이라는 한효주의 입장 발표 이후, 연예뉴스는 한효주의 열애설 대처 및 열애사실 부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 네이트 캡처

연예저널리즘의 '굴욕'

지난 이틀 사이 한효주 열애설을 둘러싼 연예뉴스는 사실상 ‘굴욕’에 가깝다. 여전히도 열애설을 부인한 한효주의 입장에 대해서도 일부 연예뉴스는 의문을 제기하고는 있지만, 그야 알다가도 모를 일이고 굳이 그녀의 개인사에 대해 얼굴 찌푸릴 필요도 없다. 오히려 ‘설’을 던져놓고는 사실에 대해 ‘말’하라고 추궁하는 연예뉴스의 고질적인 ‘협박’이 문제다. 게다가 가짜 미니홈피에 낚여 온 종일 한효주 열애설에 ‘열’을 올렸던 연예저널리즘의 병폐가 드러난 것에 대한 성찰조차 미흡하지 않은가.

▲ 스타뉴스 7월 16일 기사 ⓒ 스타뉴스 캡처

물론 지난 16일 한 인터넷 언론은 “'강도한 가짜 미니홈피'에 놀아난 한심한 언론”이라는 제목을 통해 최근 연예뉴스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기도 하였다. 기사는 최근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미니홈피,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취재처로 하여 기사화하는 관행을 설명하면서 “적어도 팩트, 사실의 확인은 연예와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와 상관없는 보도의 기본”이라 지적하였다. 덧붙여 “강도한의 가짜 미니홈피가 가져온 이 황당무계한 해프닝은 어쩌면 우리 연예 언론의 우울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고 글을 정리하였다. 헌데 이런 기사를 연예뉴스에서 찾아보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다. 더욱이 한효주의 공식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연예뉴스는 네티즌을 등에 업고 ‘오빠 동생 사이’라는 그녀의 말에 딴죽을 걸고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 남의 연애소식만큼 ‘핫’한 게 없다. “걔랑 누구랑 사귄대~” 한 마디면 득달같이 남의 연애를 둘러싸고 소란해진다. 언제부터? 누군데? 뭐하는 사람인데? 연애 당사자가 침묵으로 일관하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던 한 동안은 시끄럽다. “걔, 누구랑 헤어졌대~”의 경우도 같다. 언제? 왜? 사랑하고, 행복하고, 상처받고, 이별하는 게 특이할 게 없는 삶의 일부인 것을, 사람들은 남의 연애사에 소란스럽다.

연예인은 오죽하겠냐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조명을 받고 있는 그들의 사랑과 연애는 때때로 연예뉴스에 가십거리로 희생되는 현실은 피로할 뿐이다. ‘설’에 대해 ‘사실이다’ ‘아니다’를 말하게 만들어 내는 권력이 손발 오그라지게 만든다. 그녀는 결국 ‘아니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이라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문제의식이다. 그녀가 굳이 기자들에 의해 밝혀진 ‘설’을 가지고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오히려 급작스레 노출된 자신의 사생활에 분해야 한다.

정말 얼마 전에 일이다. 장자연의 죽음으로 인해 연예인의 사생활침해와 불공정한 기획사와의 계약관계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드러난 현재 연예기획사의 전속계약서는 알고 있어도 꽤나 ‘충격’적이었다. 개인의 사생활까지 기획사에게 고스란히 고해바치지 않으면 안되는 몹쓸 조항들이 많았다. 연예뉴스도 핏대를 세웠다. 헌데 연예인의 열애설을 보도할 때만큼은 왜 이리 관대한지 모르겠다. 사실과 무관하게 개인사를 노출하고, 그/녀에게 추궁하는 보도가 사생활 침해가 아니면, 국민의 알권리라 주장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결국 한효주 열애설 보도는 연예뉴스의 고질적인 병폐가 기자들을 향해, 연예뉴스를 향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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