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내가 사는 아파트에 1년에 한번 열리는 큰 장이 선 적이 있다. 그곳에서 00일보 구독을 권유하는 아저씨들을 만났다. 아저씨들은 신문을 구독하면 현금 5만원과 백화점 상품권 중 하나를 선물로 주겠다며 장을 보러 나온 동네 아줌마들을 유혹했다. 내가 살짝 관심을 보이자 진드기처럼 따라붙어 ‘딱 1년만 보라’며 경품을 더 얹어주겠다, 무가지를 늘려주겠다며 이런 저런 선물공세를 펴기도 했다. 신문 판촉 사원들이 공공연하게 현금을 흔들어대며 불법적인 판촉활동을 거리낌없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수그러드는 듯했던 신문시장의 불법경품이 다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신문시장의 불법경품 문제는 비단 내 개인적인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6월 15일과 16일 우리 단체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조중동 지국 90곳 중 89곳이 신문고시를 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위반 수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가지를 무려 4개월부터 1년 가까이 지급하면서 경품까지 주는 지국이 늘어났고, 경품의 내용도 선풍기나 청소기와 같은 ‘물건’에서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중동은 ‘신문의 질’로 구독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신문 구독료의 몇 배에 달하는 ‘경품’으로 구독자를 매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런 ‘구독자 매수 행위’가 이명박 정권에서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5년 ‘신고포상제’가 실시된 직후 신문시장의 불법탈법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중동의 눈치를 보며 단속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불법경품이 슬그머니 늘기 시작했고 참여정부 말기부터 심해졌다. 조중동에 우호적인 ‘한나라당 정권 탄생’이 예견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의 ‘신문고시 재검토’ 발언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우리단체가 2008년 4월 조중동 지국의 불법경품 규모를 조사한 결과 참여정부 말기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지난 5월 문화부는 ‘신문의 유가부수 인정기준을 현행 구독료의 8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무가지와 경품 허용 범위가 늘어나 사실상 신문고시를 무력화할 우려가 크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신문시장의 불법탈법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해 온 우리 단체는 다시 불법경품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 6월 18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까지 여의도와 명동 등에서 시민들에게 신문시장의 불법경품 실태와 심각성을 알리는 <신문 불법경품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조중동의 불법탈법 행위만 제대로 막아도 조중동의 여론독점은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70, 80년대 해직언론인과 진보적 출판인이 1984년 창립한 언론운동단체입니다. 대항매체가 전무하던 시절, 기관지 <말>을 통해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섰으며 6월 항쟁 이후 <한겨레신문> 창간을 이끌었습니다. 1991년 언론학교 개설을 시작으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운동 단체로 전환, 신문·방송 감시활동, 언론관련 법제 개선운동 및 수용자가 주도하는 언론운동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또 시민들에게 올바른 언론관을 심어주고, 시민저널리즘을 확산하기 위한 ‘언론학교’, ‘대학언론강좌’, ‘시민기자 양성을 위한 글쓰기강좌’, ‘사진강좌’ 등의 다양한 시민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