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교 축제에서 우리 반 친구들이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댄스로 우승을 했어요. ○○이 신동 역을 맡았고, ○○은 은혁, ○○은 동해, ○○은 한경이 역이었고 ○○이 시원 역이었는데 좀 아니죠? 그래도 춤은 아주 멋있었답니다. 제가 캠으로 담았는데요. 한번 보세요. 포복절도! 100% 즐감하셈.”

이런 문구와 댄스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것이 저작권 침해일까 아닐까?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

오는 7월 23일부터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효된다. 이를 앞두고 네티즌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개인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한 둘 쯤은 운영하는 이들의 걱정. 그리고 그에 따르는 문의들. “내가 좋아하는 2PM의 사진을 개인홈페이지에 올려도 불법인가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노래와 가사를 올려도 되나요?”, “드라마 명대사들은요?”

▲ 7월 8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중
네티즌들이 걱정하는 순간에도 조선일보는 지난 8일자 신문에서 짜증 섞인 문투로 ‘‘개정 저작권법’, 오해와 진실’이라며 “이번엔 ‘저작권 괴담’”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번엔’이란다. 아무도 생각지 않았던 광우병 괴담을 떠올린 듯싶은데, “네티즌들은 웹하드업체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저작물이 올라와 있는 수많은 카페나 블로그까지 폐쇄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며 “급기야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면 ‘개인 블로그 절반은 폐쇄될 것’이라는 ‘괴담’ 수준의 이야기도 퍼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괴담’을 선정해 그에 대한 진실이라며 설명하고 나섰다.

조선일보가 선정한 ‘저작권 괴담’과 진실은?

7월 23일 발표되는 저작권법 개정안의 핵심은 조선일보가 말한 대로 ‘인터넷 삼진아웃제’다. 이 삼진아웃제의 골자는 불법저작물이 3회 이상 올라와 적발된 게시판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계정이나 게시판 서비스 정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적인 판단 전에 문화부 장관에 의해 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인데, 이는 조중동광고불매운동의 경우처럼 차후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날 수 있기에 논란이 크다. 신태섭 KBS 전 이사에 대해 방통위는 뭐라 답할 것인가.

이에 유인촌 문화부장관은 “서비스 중지를 결정할 때 정부의 개입을 없애고 중립적인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문화부의 손을 들어 “삼진아웃제는 사실상 저작권을 빌려 장사하는 불법 웹하드업체를 타깃으로 한 법으로 개인 블로그나 비영리 목적의 카페 등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에도 인용됐듯 문화부에서는 ‘사실상’이란 애매모호한 단어를 들어 설명했는데 그 말은 그야말로 ‘사실상’ 많은 뜻을 포함하기도 한다. 그 대상이 명확지 않다는 거다. 때문에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의 발의로 통과된 이 개정법이 “다음의 아고라와 같은 게시판도 정부의 눈 밖에 나면 저작권 보호를 빌미로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라고 지적했던 것이다.

저작권 공포는 정부에서 만든 측면 커

조선일보는 ‘저작권 괴담’을 7월 23일에 발효되는 저작권 ‘개정’만을 두고 ‘진실’을 논하고 있다.

이들이 선정한 괴담인 “저작권법이 개정돼 모든 저작물 이용이 금지된다”,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절반은 폐쇄될 것이다”, “배경음악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동영상도 올리면 불법?”, “영화·광고 등의 패러디도 금지되나?”, “맛집·여행지 정보 올려도 불법?” 등에 대해서 쿨하게 이야기하는 셈이다. “기존 저작권법으로도 모두 불법에 해당되는 것들인데 왜들 호들갑이야”라고.

그런데 문제의 폭을 넓혀보면 다르다. 정부에서도 이미 7월 23일 저작권법 개정에 맞춰 저작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하지 않았는가. 말이 보호지 제재가 강화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네티즌 사이에서 “이거 올려도 되는 거야?”라는 공포가 형성된 것이다. 이렇듯 공포는 오히려 정부에서 만들어낸 측면이 크다. 기존의 저작권법에 대한 아무런 홍보도 없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나오는 것이니. 특히 표현의 자유에 관한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서 말이다.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 7월 8일자 조선일보 기사 중
특히 저작물을 변형 및 활용해서 만드는 콘텐츠의 적용은 신중해야 한다. 2008년 후크송의 열풍을 불러왔던 텔미 열풍. 그것을 가능케 한 데는 패러디 동영상들이 한몫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직도 인터넷 상에는 원더걸스의 ‘텔미텔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수많은 동영상들이 뜬다. 여고생들에서 군인들까지. 그런 열풍이 대중문화를 만들어가고 또 그것이 문화산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제재를 해야만 할까? 그리고 노래를 부른 당사자나 소속사의 입장에서도 패러디 동영상으로 권리를 침해받았다고만 이야기할 수도 없을 텐데. 이 동영상들로 인해 홍보효과를 그저 무시하고 넘길 수는 없다는 말이다.

조선일보는 괴담으로 “영화·광고 등의 패러디도 금지되나?”라고 물어 이에 대해 “원 저작물을 변경시키는 행위는 기존 저작권법 위반이지만, 비영리 목적으로 원작을 비평·풍자하는 것은 허용”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도 간단치 않다. 조건들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감상자들이 패러디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뿐 아니라, 패러디에 이용된 분량과 실질적인 가치를 따져봐야 하고, 원작의 시장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훼손하지 않는 선은 도대체 어디까지야?

저작권에 대한 강한 제제가 만드는 사회는?

드라마의 명장면 및 명대사를 인터넷상에 그대로 옮기는 것은 저작권 침해이다. 그러나 비평·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한 인용일 때에는 가능하다.

얼마 전 선덕여왕을 보았다. 미실(고현정)의 힘의 원천이 된 ‘사담화의 매화’의 정체를 쫓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천명공주(박예진)를 중심으로 유신랑(엄태웅), 덕만(이요원)을 비롯해 미실의 남편인 세종(독고영재)과 정부인 설원랑(전노민)까지 미실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미실에게 딱 걸렸는데 이를 두고 격노한 미실은 이런 말을 남긴다. “오직 이 미실만이 알고 있습니다. 오직 이 미실만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그걸 알고자 한다면 바로 이 미실이 되겠다는 것 아닙니까. 천하의 미실이 둘일 수 없으니 미실이 되고 싶다면 이 미실을 베면 될 것 아닙니까”라고. 그야말로 그 회의 명대사라 할 만하다.

이 대사를 인터넷 상에 ‘명대사’로 올렸다고 치자.

예시1.
“어제 선덕여왕을 보았습니다. 고현정씨의 연기에 푹 빠졌어요. 명대사 올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시청바랍니다. 본방사수”라는 말과 위 명대사를 그대로 올렸다.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

예시2.
“절대 권력이었을 왕이 어떻게 미실에게 권력을 빼앗겼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어제 편은 이를 해소하기에 충분한 스토리가 담겼다. 그 답은 가야의 책력. 이미 드라마 상에서는 미실이 제사를 지내면 비가 내리고 비가 그쳤다는 힌트가 있기도 했었다. 당시 신권을 획득하는 것은… 또 이를 연기한 고현정씨의 연기는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사극이 처음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특히 어제 명대사로 꼽힐 만한 장면에서 보여준 고현정의 목소리톤, 표정은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실의 힘의 원천이 밝혀진 선덕여왕. 앞으로 어떤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주목된다” 이 속에 명대사를 그대로 올렸다면? 이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딱 잘라 이야기할 수는 없다.

지난달에는 네이버에서 5세 어린이가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 노래를 육성으로 따라 불렀던 동영상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요청으로 게시가 중단됐다. 이러한 조처는 저작권법에 따르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렇듯 원 저작물을 인터넷 상에 올리게 되는 경우 복잡한 조건들을 개개인들이 따지기는 어렵다. 하나하나 따지기 전에 그냥 포기하고 말 텐데, 네티즌들이 ‘포기’하는 순간 대중문화에는 또 어떤 상황들이 닥칠까? 상상해보면 한마디로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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