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여론이 높다. 매주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시민들이 뛰쳐나와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정치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당론으로 세우는 분위기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2일 국무회의가 열린다. 청와대가 앞서 예고했던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주체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유일호 경제부총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내일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경제부총리가 주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도 "내일 국무회의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않으면, 국무총리가 이를 대행해야 하지만, 황교안 총리는 현재 아시아태평양경제회의(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페루에 체류 중이다. 따라서 이번 국무회의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여론을 고려해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는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약 100만 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일 검찰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발표에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했고, 정치권이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재는 국민들의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곧 자리에서 내려올 인사라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신임 경제부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낙점한 상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사실상 경질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곧 내려갈 사람이 진행하는 국무회의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국정운영의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얘기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국정운영의 자격을 상실한 정부가 대통령도 총리도 없는 상황에서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을 처리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상대로 날치기를 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검찰에서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지목됐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까지 받아야 한다. 국민들의 퇴진 여론도 빗발치고 있다. 사실상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상황으로 진단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황교안 총리 또한 국정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는 정당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대사를 결정하고 조율하는 국무회의를 곧 경질될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국정공백 상황이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로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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